2분기 어마어마한 실적 악화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수주산업에 속하는 장비주에게 이러한 실적 변동성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300억 매출과 적자발생은 프리뷰 때 예상한 그림이었기 때문에 흔들림이 없다. 모든건 계획대로 되고 있다.




수주잔고의 증가추이를 보라


이미 지난 2분기 프리뷰에서 300억 수준의 매출액과 영업적자를 예상했다.




<원익피앤이 2분기 Preview 중>



원익피앤이 2Q Preview - 추수철이 다가오고 있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시장에서도 이러한 컨센을 모두가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수주산업은 보통 실적에 반응하지 않는편, 수주계약을 통해 실적을 미리 계산할 수 있기 때문)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주잔고이다. 최근 원익피앤이의 수주잔고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5,041억이었다. 2분기에 드라마틱한 수주 증가가 없었다면 내년과 내후년 가파른 실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놀랍게도 2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6,580억이다. 무려 한 분기만에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간 2차전지 장비주들이 상승세를 보일 때 원익피앤이는 소외받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늘어난 부채와 재고, 긍정적인 신호인 이유


2분기 재무상태표에서는 크게 늘어난 부채와 재고자산의 규모가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는 상황이 나빠진 것처럼 보이나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면 매우 긍정적인 신호임을 알 수 있다.




<원익피앤이 2Q23 재무상태표>





재고자산이 22년말보다 1,145억 증가(+76%)하였고 부채가 2,971억에서 3,745억으로 약 26% 증가했다. 그런데 이 부채 증가분은 대부분 계약부채라는 항목임을 알 수 있다. 계약부채는 쉽게 말해서 제품 공급에 앞서 그 대금을 먼저 받은 것이다. 아직 제품을 다 만들어서 인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익으로 잡지 못하지만 일단은 현금이 먼저 들어왔으니 부채 항목으로 계상한다. 제품을 만드는 데 원재료 구입이며 인건비며 큰 돈이 들어가니 돈을 먼저 받는 것이고 나중에 제품을 인도하게 되면 계약부채 항목은 사라지고 그 금액만큼 현금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의 부채율 상승은 매우 긍정적이다. 재고자산의 증가 역시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제품 공급을 위해 열심히 제작 중이니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제품을 공급하게 되면 재고자산에서 제품 항목이 사라지고 현금이 증가하게 된다.




정말 추수철이 다가온다





<원익피앤이 실적추정>





이번 3분기 원익피앤이의 매출액은 최소 500억대 중반~600억, 약 110억원 수준의 분기별 판관비로 인해 영업손익은 간신히 흑자전환하거나 손익분기점 근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4분기에 수주잔고의 일부가 매출인식되며 실적을 끌어올리겠지만 23년 연간 실적으로는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4분기에는 확실히 흑자전환하지만 1, 2분기의 누적 손실을 모두 메꾸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여 19억의 영업손실과 비슷한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수주잔고에선 내년에 공급해야할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24년 연간실적은 매우 큰 폭으로 성장할 예정이다. 공시로 밝혀진 계약만으로도 1,800억 이상의 매출이 인식될 것이며 미공시 수주잔고는 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24년엔 4,000억 수준의 매출액과 함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나는 셀메이커들의 증설이 대체로 마무리되는 25년쯤에 장비주 실적이 피크아웃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며 결국 원익피앤이는 24년~25년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후 26년부터는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안정적이고 꾸준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기업이 아니기는 하나 내년을 기점으로 강한 턴어라운드를 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있다. 턴어라운드 종목에게 적합한 멀티플이 얼마인지는 명확하게 구하기 어렵지만 장비주의 슈퍼사이클 하에서 PER 10배는 무난하게 받을 수 있는 하한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2025년의 적정 시가총액 하단은 순이익 380억(25E)x10배(Target PER)=3,800억이고 하반기 추가 수주계약 체결 정도에 따라 순이익은 4~500억에서 멀티플 20배(시총 1조)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적이 훨씬 좋아진 상황을 가정함에도 당사의 평균 시가총액(최근 초전도체 테마로 급등하기 이전)이 적정 시가총액 하단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24, 25년의 실적은 상당 부분 이미 반영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원익피앤이에 투자의견 [ 중립 ] 과 목표주가 14,000원으로 커버리지를 개시한다. 이는 순이익 400억에 PER 15배를 부여한 수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