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기습적으로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회당 20억 달러이던 매입 규모를 40억 달러로 두 배 늘리겠다는 발표였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18%까지 내려앉았다. 그런데 딱 하루였다. 다음 날 금리는 하락분을 거의 되돌리며 연 5.27%까지 다시 튀어 올랐다.
이 짧은 해프닝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금 미 국채 금리를 밀어올리는 힘은 유동성 조절 같은 대증 요법으로는 잠재우기 어려운, 훨씬 구조적인 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하루 만에 사라진 효과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0.07%포인트 올라 연 5.27%를 기록했다. 전날 바이백 확대 발표 이전 수준과 거의 같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정책 수단이 많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라며 “현재 국채 금리는 근본적인 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 건전화에 초점을 맞춘 추가 발표도 이번 주나 다음 주 초 예고했다.
시장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정부가 어떤 카드를 꺼내도 결국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유는 세 가지 구조적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력 ① 만기 도래 물량 8.5조 달러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저금리 시기에 찍어낸 국채의 만기가 대거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재무부 추산에 따르면 2026년부터 2028년 사이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고정금리 국채는 8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물량 대부분은 기존보다 2%포인트 높은 금리로 다시 발행될 전망이다. 정부가 추가로 빚을 내지 않아도 연간 이자 부담만 약 1700억 달러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기조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완전히 뒤집힌 데 따른 ‘금리 충격’이 이제 국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셈이다.

압력 ② 단기채 ‘돌려막기’의 부메랑

이자 부담을 낮추려 재무부는 국채 만기를 단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발행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이번 바이백에서도 기존 장기채를 중·단기채로 바꾸는 작업이 병행된다.
문제는 지난해 신규 발행된 미 국채 중 만기 1년 미만 단기채 비중이 이미 84%에 달했다는 점이다. 카드값을 막으려 현금서비스를 계속 받는 가계의 ‘돌려막기’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의 이자는 줄지만, 만기 때마다 그 시점의 시장금리를 다시 반영해야 하는 구조라 미래의 금리 변동성 위험은 오히려 커진다. 명목상 고정금리채라도 실질적으로는 금리가 계속 재설정되는 변동금리 부채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물가 충격, 전쟁, 중앙은행 정책 변화 같은 이벤트가 터질 때마다 국채 발행 부담이 즉각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압력 ③ ‘큰손’이 바뀌고 있다

국채를 사들이는 주체의 성격 변화도 구조적인 요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 중앙은행과 정부계 투자자는 미 국채의 핵심 매수 세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수요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뉴욕연은 수탁 계정에 보관된 외국 공식 기관의 미 국채 규모는 2021년 약 3조 달러에서 2025년 말 약 2조 7000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 6월 외국인의 국채 순매수액은 68억 달러로, 5월 566억 달러 대비 88% 급감했다.
그 자리를 헤지펀드와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채우고 있다. 다만 이들은 단기채 수요에는 도움이 되지만, 해외 중앙은행이 맡아주던 10~30년 만기 장기물 수요를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안전자산에서 수익자산으로

이 세 가지 변화를 종합하면 미 국채라는 자산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에 이른다. 과거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다른 금융상품보다 금리가 낮아도 투자자들이 기꺼이 사들였다. 그런데 최근엔 발행량이 크게 늘면서 투자자들이 추가 보상, 즉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리카르도 카바예로 MIT 교수는 2015년 이후 미 국채 금리가 오른 2.5%포인트 가운데 약 0.75%포인트는 이런 투자자들의 추가 보상 요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투자하며 안전자산을 확보하기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정리하며

바이백 확대로 하루 반짝 내렸던 금리가 다음 날 제자리로 돌아온 건 우연이 아니다. 8.5조 달러에 달하는 고금리 차환 물량, 단기채 위주 돌려막기가 키우는 변동성, 그리고 전통적 매수 주체의 이탈이라는 세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한, 국채 금리의 구조적 상승 압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 예고된 재정 건전화 발표가 이 흐름을 얼마나 되돌릴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