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

예타 면제 확정

  • 14조 2,000억 원 규모의 15개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확정

공사 기간 및 비용 감축

  • 송전망 건설 기간 약 18개월 단축 (기존 10년 6개월 → 9년 예상)

주요 타겟 노선 (호남권 → 수도권 송전망)

핵심 추진 목적

  •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을 위한 적기 전력 공급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08/0005403881?date=20260825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및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 관한 심층 분석 : 필요성, 타당성, 그리고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을 중심으로

  • 2026년 8월 25일 국내 언론은 14조 원 규모에 달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확정 소식을 심도 있게 보도하며, 대한민국 에너지 인프라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을 알렸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근거로 지정된 99개 전력망 사업 중 32개 사업(총 25조 2,000억 원 규모)에 대해 예타 면제를 의결하였으며, 이 가운데 경과지가 우선 확정된 15개 핵심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를 한국전력공사에 최종 통보하였다. 이는 과거 2019년에 단행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예타 면제 규모인 24조 1,000억 원을 상회하는 역대 최대 수준의 패키지 인프라 투자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 정부가 주도하는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은 단순히 송전 철탑과 전선을 연결하는 물리적 토목 공사가 아니다.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수도권의 첨단 산업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호남권 등 비수도권에 편중된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효율적으로 수송하기 위한 국가적 생존 전략이다. 행정 절차 단축을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핵심 산업 단지의 가동 시점을 최대 12년까지 앞당길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송전선로 경과지와 변전소 입지를 둘러싼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은 여전히 사업의 성패를 가를 치명적인 변수로 도사리고 있다.

  • 본 보고서는 최근 언론을 통해 조명된 14조 2,000억 원 규모의 전력망 예타 면제 조치를 해부하고, 이를 토대로 에너지 고속도로가 지니는 거시적 '필요성', 기술 및 경제적 '타당성', 그리고 사업 지연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하는 '주민 반발 무마 방안'이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에너지 고속도로의 거시적 필요성

  • 대한민국의 전력 계통은 현재 심각한 구조적 한계와 지역적 불균형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발전 단지가 위치한 비수도권과 대규모 전력 소비처가 밀집한 수도권 간의 물리적 거리, 그리고 이를 연결할 전송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은 국가 경제 전반에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해안과 호남을 아우르는 대규모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은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차원에서 필수불가결하다.

[ 첨단 산업 클러스터 가동을 위한 절대적 전력 수요 급증]

  •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 제조 공정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중단 없이 소모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다. 최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가 발표한 전력 수요 전망 모델에 따르면, 2040년 대한민국의 최대 전력 수요는 현재 대비 무려 70%가량 폭증한 165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경기 용인 일대에 조성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삼성전자 주도의 국가산단 및 SK하이닉스 주도의 일반산단)와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온전히 가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전망치에 더해 28.5GW의 추가 전력 설비가 요구된다. 이는 1.4GW급 신규 대형 원자력 발전소 약 20기를 새롭게 건설해야만 충당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 수도권의 전력 자립도 현황을 살펴보면 인프라 부족의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국내 반도체, 바이오, IT 등 첨단 산업 시설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자체의 전력 자립도는 65%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존의 취약한 전력망 인프라를 방치할 경우, 203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어야 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전력망 확충 지연은 곧바로 반도체 생산 라인의 가동 중단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공장 증설 포기로 직결되며, 이는 치열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고 도태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지역 간 전력 수급 불일치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Curtailment) 위기]

  • 수도권이 극심한 전력 부족 위기에 처해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된 호남권과 제주권은 과잉 생산된 잉여 전력을 계통이 수용하지 못해 발전소의 가동을 강제로 차단하는 '출력제어(Curtailment)' 사태가 일상화되고 있다. 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이를 소비처로 전달할 송전선로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발생하는 병목 현상이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 전력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호남권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일수는 2023년 단 2일에 불과했으나, 2024년 26일로 급증했고, 2026년 상반기에만 이미 44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호남권에서 발생한 출력제어량 8만 4,784MWh를 단순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154억 3,000만 원에 달하는 막대한 청정에너지가 허공으로 버려진 셈이다. 현재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345kV(킬로볼트)급 대용량 송전 선로는 단 2개에 불과하여, 급증하는 태양광 및 해상풍력 발전량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이러한 출력제어의 고착화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민간 사업자들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훼손시켜 파산을 유도하며, 궁극적으로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한 민간 투자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호남권에 접속 대기 중인 태양광 발전 물량만 2.5GW에 이르는 상황에서, 잉여 전력을 수도권으로 신속히 퍼 나를 수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건설은 단순한 인프라 개선을 넘어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구제할 유일한 물리적 해법이다.


구분

수도권

호남권

시사점

전력 수요/공급 현황

수요 극대화, 자립도 65% 불과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 잦은 출력제어

지역 간 구조적 수급 불균형 심각

첨단 산업 집중도

국내 첨단 산업의 70% 집중

대규모 산업 수요처 상대적 부족

생산된 전력을 소비할 거대 수요처 부재

주요 전력망 이슈

신규 반도체·AI 산단 공급망 부족

접속 대기 2.5GW, 상반기 출력제어 44일

수도권 연계 대용량 송전망(에너지 고속도로) 필수

[ 글로벌 무탄소 전원(CF100·RE100) 조달의 구조적 기반 마련]

  • 글로벌 환경 규제와 무역 장벽이 나날이 강화됨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첨단 기업들에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및 CF100(무탄소 전원 100% 사용) 달성은 기업의 사활을 결정짓는 필수 요건이 되었다. 호남권과 서해안 해상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청정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산업단지로 적기에 전송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은 화석연료 기반의 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공급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수출 계약이 무산되거나 막대한 탄소 국경세를 부담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호남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연결하는 에너지 고속도로는 단순한 송전망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계의 '그린 경쟁력(Green Competitiveness)'과 수출 생존력을 담보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서 그 필요성이 굳건하다.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다각적 타당성 분석

  • 정부가 이번에 단행한 14조 2,000억 원 규모의 15개 사업 예타 면제는 막대한 국가 재정과 공공 자본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경제적, 정책적, 기술적 타당성이 다각도로 명확하게 입증된다. 이번 파격적인 조치는 사업 추진 속도를 극대화하여 조기 가동의 편익을 국가 경제 전반에 이식하려는 범정부적 의지의 발현이다.

[ 경제적·시간적 타당성: 예타 면제를 통한 압도적 공기 단축 효과]

  • 대규모 송전망 건설 프로젝트는 통상적으로 입지 선정,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조사, 주민 수용성 조사, 지자체 인허가, 토지 보상, 그리고 실제 착공 및 준공에 이르기까지 평균 1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과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 제7조(지역균형발전 및 긴급한 경제적·사회적 상황 대응)를 적극적으로 원용하여, 핵심 15개 사업에 대한 예타 절차를 전격 면제하였다.

  • 이러한 예타 면제 확정을 통해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행정 절차 중 하나인 조사 기간(통상 1년 6개월 내외)을 통째로 생략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전체 송전망 건설 기간은 기존 10년 6개월에서 9년으로 18개월 단축되며, 예타 조사 자체에 소요되는 직접적인 행정 비용 약 60억 원도 즉각적으로 절감된다.

  • 행정 절차 단축의 파급 효과는 산업계의 중장기 로드맵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전력망 적기 구축을 담보로, 삼성전자가 입주하는 용인 국가산단의 완공 목표 시점은 기존 2047년에서 2040년으로 무려 7년이나 앞당겨지게 되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용인 일반산단 가동 시점 역시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12년이나 단축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호남 반도체 산단 역시 2029년 1차 가동을 목표로 신장성~신광주 선로 지중화 및 변전소 구축 등에 9,397억 원을 투입하는 후속 예타 면제 조치가 준비되고 있다. 조기 가동을 통해 창출되는 반도체 수출액 증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법인세 세수 확보 등 수백조 원 단위의 국가적 편익을 고려할 때, 예타 면제를 통한 신속한 인프라 선투자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다.

[ 기술적 타당성: 초고압직류송전(HVDC) 중심의 미래형 전력망 구조]

  • 이번에 예타 면제가 확정된 15개 사업의 세부 구성을 살펴보면, 향후 대한민국 전력망 기술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과거 교류(AC) 송전 방식에 의존했던 것과 달리, 이번 패키지에는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유리하고 철탑 규모를 최소화하여 전자파 우려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직류(DC) 기반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이 핵심축으로 대거 포함되었다.

주요 사업 유형

핵심 노선

구간 길이 (km)

투입 예산 (원)

특징 및 기술적 의의

HVDC (초고압직류송전)

신해남 ~ 서인천복합발전소

350

1조 9,000억

최장 거리, 최대 규모. 호남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심장부로 직접 전송

HVDC

신해남 ~ 당진화력

290

1조 5,000억

서해안 해상풍력 및 호남 태양광의 중부권 계통 연계망 확보

HVDC

새만금 ~ 서화성

220

1조 2,000억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전력을 수도권 남부(반도체 벨트)로 송전

HVDC

새만금 ~ 영흥화력

210

1조 2,000억

육상 송전 제약을 회피하기 위한 서해안 해저 케이블 인프라 확충

AC (교류송전)

신평택~고덕, 신해남~신강진 등

15 ~ 27

-

(총 5개 사업) 지역 내 계통 안정화 및 송전 거점 간 신속한 전력 융통 지원3

변환소 및 변전소

새만금변환소, 신해남변전소 등

-

각 1조 6,000억

(총 6개 사업) 대규모 직류-교류 전력 변환 및 송전선로의 허브 역할 수행

  • 특히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서해안 HVDC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기존의 거대한 철탑(가공선로) 중심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송전망을 서해안 해저 케이블로 건설하는 혁신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저 HVDC는 육상 송전탑 건설 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대규모 산림 훼손, 지가 하락, 경관 저해 등의 사회적·환경적 갈등 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수용성 측면에서 매우 타당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한전은 공정 혁신을 단행하여 기존 2년 이상 걸리던 해저케이블 기본설계를 획기적으로 연내 완료하고, 2030년까지 새만금과 수도권을 잇는 1단계 구간 완공을 목표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케이블 제조사, 밸브 및 제어기 공급업체 등과 함께 2026년 말까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막대한 재원 조달을 위해 민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외에도 '국민성장펀드'를 투입하는 등 기술적·재무적 타당성을 동시에 높이는 창의적인 사업 구조를 적용하고 있다.

[보완적 단기 대책의 병행: 배전망 ESS를 통한 유연성 확보 전략]

  • 서해안 HVDC와 같은 초대형 국가 기간망(Backbone) 구축에는 예타 면제 등의 행정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9년 이상의 물리적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그사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호남권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와 계통 포화 문제를 임시로라도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타당성 보완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7월부터 2030년까지 총 국비 5,586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지원 사업'을 본격 개시하였다. 이 사업은 대규모 송전선로를 증설하기 이전에,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 배전망에 선로당 4MW(20MWh) 규모의 ESS를 직접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4개 통합발전소(VPP) 사업자가 경쟁하여 LG에너지솔루션, 현대건설, HD현대일렉트릭 등 9개 기업이 32개 배전선로 사업자로 최종 선정되었다.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 잉여 전력을 ESS에 저장하여 배전망의 과부하를 막고, 전력 수요가 높거나 계통에 여유가 생기는 야간 시간대에 전력을 방전함으로써 접속 대기 중이던 태양광 물량 182.4MW를 즉시 계통에 추가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

  • 이러한 배전망 단위의 유연성 자원 결합은 14조 원 규모의 대규모 송전망이 완성되기 전까지 발생하는 전력망의 공백기를 훌륭하게 메우는 가교(Bridge)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분산 에너지 자원과 대규모 집중망이 상호 보완하며 공존하는 안정적인 전력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므로,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 전반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극대화하는 촉매제가 된다.

사업 성패의 최대 변수, 주민 반발 무마와 수용성 확보 방안


  • 예타 면제를 통해 행정적 인허가 절차를 18개월 단축하고 조 단위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더라도, 이는 정부 내부의 프로세스 단축에 불과하다. 실제 전력망 구축 현장에서 부딪히는 '주민 수용성(Public Acceptance)' 문제는 당초 계획을 10년 이상 지연시키고 사업 전체를 백지화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다.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원대한 국가적 청사진이 지방 행정의 문턱과 현장의 바리케이드 앞에서 좌초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 반발의 구조적 원인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고도화된 무마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전력망 갈등의 현주소와 뼈아픈 지연 사례 분석]

  • 지역 사회와의 합의 실패로 전력망 인프라 구축이 장기 표류하거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 사례는 이미 다수 존재하며, 이는 현재 진행형인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무거운 경고를 던진다.

  • 첫째, 수도권 전력 공급의 핵심 동맥으로 꼽혔던 동해안~신가평 500kV 송전선로는 과거 입지 선정 과정에서 송전탑이 지나는 산림의 훼손, 대형 산불 발생 우려, 그리고 심각한 지가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당초 계획 대비 착공이 약 66개월(5년 반)이나 지연되었다.

  • 둘째,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역시 송전탑 건설에 대한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발과 더불어, 표심을 의식한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개발행위 허가를 보류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맞물리며 사업이 장기간 마비된 바 있다.

  • 가장 최근이자 현재 진행형인 첨예한 갈등의 축은 경기 하남시 동서울변전소(변환소) 증설 사업이다. 동해안의 원전 및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직류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280km 길이 HVDC 선로의 최종 종착점인 이 사업은, 기존 옥외 설비의 옥내화와 더불어 해당 부지에 초고압직류송전 변환소를 증설하는 핵심 프로젝트다. 그러나 인근 감일신도시 주민 약 4만 명(특히 아이를 키우는 19~45세 젊은 층 다수)은 고압 설비로 인한 전자파 노출에 따른 건강 악화, 소음 공해, 대규모 화재 및 폭발 위험성 등을 근거로 극렬한 반대 투쟁에 나섰다.

  • 이에 하남시는 2024년 8월, 주민 안전 우려와 의견 수렴 부족을 명분으로 변전소 증설에 필요한 관련 인허가를 전격 불허했다. 이후 2024년 12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한전의 손을 들어주며 행정적 정당성을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격렬한 현장 반발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당초 2025년 6월로 예정되었던 준공 목표는 이미 무산되고 말았다. 이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송전 선로를 차질 없이 건설하더라도, 단 하나의 핵심 변환소가 주민 반발로 제때 완공되지 않으면 전체 송전망이 무용지물이 되는 끔찍한 '병목(Bottleneck)'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 주민 반발의 기저 심리와 구조적 모순의 이해]

  • 전력 인프라 확충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을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나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으로만 치부해서는 결코 근본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갈등의 기저에는 합리적 우려와 사회 구조적인 불평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 수혜와 피해의 극단적 불일치 (공간적 불평등): 하남시 감일지구 주민 공청회에서 쏟아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들어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보낼 전기를 위해 왜 감일 주민이 재산권 침해와 환경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가?"라는 울분 섞인 주장은 이 갈등의 핵심을 정확히 관통한다. 반도체 수출 증대와 수도권 전력 안정이라는 국가적 이익은 불특정 다수와 대기업에게 광범위하게 귀속되지만, 흉물스러운 철탑과 변전소 건립으로 인한 지가 하락 및 시각적 공해 등 재산적·환경적 피해는 특정 지역의 소수 주민에게만 가혹하게 집중되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

  • 리스크 인식의 비대칭성과 맹목적 정보 불신: 주민들은 고압 송전선로나 변전소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전자파가 소아 백혈병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깊은 공포를 공유하고 있다. 의학계 전문가들이 2000년대 이전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자파와 소아 백혈병 사이의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안심시키려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들어서는 혐오 시설에 대한 맹목적인 불안감과 한전 측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 지방자치단체의 정치적 딜레마와 행정 지연: 인허가권을 쥔 기초 지자체장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구조적 특성상 지역구 주민들의 표심과 여론을 최우선으로 의식할 수밖에 없다. 국가적 전력망 확충의 당위성을 머리로는 인지하면서도, 집단 시위와 반발 앞에서는 정치적 생명을 걸고 인허가를 강행하기 어렵다. 결국 서류 보완 요구, 개발행위 허가 보류, 또는 하남시 사례처럼 명시적인 반려 등의 방식을 통해 사업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된다.

[ 주민 수용성 제고 및 반발 무마를 위한 3대 입체 방안]

  • 단순히 국무회의 의결로 예타를 면제하는 '탑다운(Top-down)'식 속도전만으로는 결코 주민 수용성의 견고한 벽을 넘을 수 없다. 2025년 9월부터 본격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제정 취지를 살리면서 현장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도화된 입체적 전략이 요구된다.

가. 기술적 갈등 회피: 선별적 지중화 및 완벽한 옥내화 설계

  • 송전탑 건설에 대한 시각적 거부감과 자연 훼손 우려를 줄이는 가장 직관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은 송전선로의 지중화(Undergrounding) 및 해저 케이블화다. 이번 서해안 HVDC 사업이 전면 해저 노선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러한 주민 반발 리스크를 사전에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다만 송전망 지중화는 일반 가공 송전망(철탑) 건설 대비 막대한 추가 사업비가 소요되며, 굴착 등 공사 기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지하 지장물 간섭이나 토지 보상 과정에서 지하권 침해를 둘러싼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유발될 소지도 있다.

  • 따라서 모든 구간을 지중화할 수는 없으나, 도심 인구 밀집 지역이나 환경 보전 가치가 높은 산림 지대에 한정하여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지중화를 과감히 채택해야 한다. 아울러 기존 변전소를 증축할 때는 동서울변전소의 계획안처럼 모든 전력 설비를 건물 내부로 완전히 밀폐하는 '친환경 옥내화' 작업을 철저히 이행하여, 외부로 유출되는 소음을 차단하고 시각적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필수적이다.

나. 이익 공유(Benefit Sharing) 패러다임 전환과 보상 제도의 현실화

  • 기존의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따른 마을 회관 건립 지원이나 일회성 현금성 보상만으로는 고조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근본적인 합의를 끌어내기 불가능하다.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법에 명시된 파격적인 입지 보상 특례를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송전선로 경과 지역 공동체에 '햇빛연금(지역 대규모 태양광 사업에 주민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해 배당을 받는 구조)'을 보장하거나, 보상받는 재생에너지 준중앙자원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일방적 피해 보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이익 공유(Benefit Sharing)'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적 메가 산단(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국세나 이익금의 일정 비율을 송전망이 관통하는 경과지 지자체의 지역 발전 펀드로 의무 환원하는 상생 기금 조성 방안도 국회 차원에서 심도 있게 입법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 거버넌스 혁신과 투명한 소통 채널 상설화 (동서울 모델의 확산)

  • 행정 절차 지연을 막고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한전, 그리고 주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사업이 최악의 장기 표류 위기를 맞았던 하남시의 경우, 2026년 8월 20일 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 해당 지역구 이광재 의원,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 한전 관계자, 그리고 감일지구 13개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 등 반대 주민 단체가 모두 모여 '동서울변환소 증설 협의체' 첫 회의를 개최하였다. 정부가 주민들과 직접 협의하는 공식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두 달이라는 명확한 기한을 두고 집중 협의를 통해 피해 최소화 방안을 도출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 이러한 형태의 다자간 협의체 모델을 갈등이 폭발한 이후에 구성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 예타 면제가 확정된 15개 국가기간망 사업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상설화해야 한다. 협의체 내에서 과학적 데이터(전자파 실측 수치, 화재 시뮬레이션 결과 등)를 가감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이 직접 추천하는 제3의 독립적인 전문가 그룹이 데이터 검증에 참여하도록 하여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착공 이후 포크레인 앞을 가로막는 극한의 물리적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시사점>

정부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대거 면제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라 하겠습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 전력망 건설만 과거의 행정 속도에 묶어둘 수는 없습니다. 호남과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가 계통 부족으로 버려지는 현실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전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필요한 곳으로 제때 보내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이번 조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따라 15개 핵심 사업의 예타를 면제해 전력망 구축 기간을 단축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서해안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을 통해 호남·서해안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의 건설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서둘러야 할 사업임은 분명합니다. 수도권의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송전망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몰린 호남에서 출력제어가 반복되는 것도 전력망의 지역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예타 면제에 반대하는 논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수조 원의 국가 사업에 대한 경제성 검증을 생략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일반적인 지역 개발사업과 성격이 다릅니다. 전력망은 특정 지역의 수익성만 따져 건설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력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에너지 안보를 떠받치는 기간시설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전력망 건설이 늦어져 반도체 생산과 재생에너지 투자가 차질을 빚을 경우 그 비용은 예타에 드러나는 숫자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다만 예타 면제를 '사업의 타당성이 이미 검증됐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예타를 면제한 만큼 정부와 한국전력은 사업비와 공사비, 수요 전망, 기술 방식 등을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절차 하나를 줄였다고 해서 검증까지 줄여서는 안 됩니다. 특히 조 단위 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는 만큼 공사 과정의 비용 증가와 일정 지연, 특정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 가능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국민에게는 '빨리 짓겠다'는 약속보다 '왜 이 사업이 필요한지, 얼마가 들고 어떤 편익이 있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예타가 아니라, 주민 수용성입니다.

전력망 사업은 서류상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현장에서는 주민 반발 하나로 수년씩 늦어질 수 있습니다.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와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의 지연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근 동서울변전소 증설을 둘러싼 갈등 역시 국가 전력망의 한 구간이 막히면 전체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정부가 여기서 주민을 '설득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면 같은 갈등이 반복될 것입니다. 송전망이 지나는 지역 주민에게 국가적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력의 혜택은 수도권과 기업이 크게 누리면서 환경적·재산적 부담은 특정 지역 주민이 떠안는 구조라면 반발은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보상 방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일회성 지원금이나 마을회관 건립비를 지급하는 수준을 넘어 송전망을 받아들이는 지역이 장기적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배분받는 '햇빛연금'과 같은 모델을 확대하고, 경과지역에 지속적으로 재원이 돌아가는 지역발전기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산업단지가 창출하는 경제적 편익의 일부를 전력망 경과지역과 나누는 발상도 검토할 만합니다.

기술적으로도 갈등을 줄여야 합니다. 인구 밀집지역과 환경 훼손 우려가 큰 지역은 지중화와 옥내화를 적극 활용하고, 장거리 송전에는 HVDC와 해저케이블 등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비용이 더 든다고 무조건 배제할 일은 아닙니다.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초기 투자비가 더 높은 방식이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이 발생한 뒤 협의체를 만드는 낡은 행정에서 벗어나, 노선과 변전소 입지를 결정하는 초기 단계부터 정부, 한전, 지자체, 주민, 독립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운영해야 합니다. 전자파와 화재 안전성 등 주민들이 우려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한전 자료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주민이 추천하는 독립 전문가가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보의 투명성이 곧 신뢰의 출발점입니다.

정부는 예타 면제로 얻은 시간을 허투루 써서는 안 됩니다. 전력망 확충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민과의 협상에는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합니다. 행정 절차 18개월을 줄여놓고 주민 갈등으로 5년, 10년을 허비한다면 예타 면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