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끊임없이 매분기 YoY로 성장하던 기업이어서 이번 실적도 기대를 했는데 역성장이라니 아쉬움이 좀 남는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도 내리막길은 있기 마련이고, 지금의 부진한 실적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퇴직급여 제도변경으로 부채비율 대폭하락
파이오링크는 부채비율이 매우 낮은 기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입금이나 사채발행 없이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고 현금이 많기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도 이자수익의 증가로 인해 오히려 이익을 보는 기업이다.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아주 우수하다. 그런 파이오링크가 이번 반기보고서를 통해 부채비율이 더 낮아진 사실을 공개했다.
<파이오링크 2Q23 재무상태표>
98억에 달하는(정확히는 1분기 말 기준 101억) 퇴직급여부채 항목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총부채는 222억에서 102억으로 감소, 부채비율은 30.6%(4Q22)에서 31.2%(1Q23)를 거쳐 13.7%(2Q23)가 되었다. 퇴직급여 제도가 DB형(확정급여형)에서 DC형(확정기여형)으로 바뀌면서 이루어진 지급 처리이다. 부채비율이 줄어들었지만 차입금이 감소한 것이 아니기에 별 의미는 없다.
재고 폭증, 그러나 매우 긍정적인
이번에 확인할 수 있는 큰 변화가 몇 가지 있었는데 1)현금의 감소와 2)재고 증가 3)무형자산 증가(회원권 취득) 이다. 결국 2번과 3번을 위해 1번이 나타난 것이다. 현금이 1분기 기준 496억에서 329억으로 약 167억 감소했다. 재고는 지난해 말 99억에서 이번 분기 155억으로 약 55% 급증했는데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상품과 제품, 재공품, 원재료가 모두 늘었지만 원재료의 증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매출의 감소와 재고의 증가는 얼핏 상당한 악재처럼 보인다.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아 매출이 줄었고 안 팔린만큼 재고가 늘어났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것은 정말 안좋은 신호이다. 그러나 파이오링크의 케이스는 그와 다르다. 제품 판매가 줄어 매출은 감소했으나 늘어난 재고는 제품이 아니라 원재료이기 때문이다. 당사는 하반기 대량 납품을 위해 원재료를 많이 사들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하반기에 매출이 집중되는 업종의 특성 때문이고, 작년과 재작년 역시 1분기와 2분기에 원재료 재고가 폭증하고 3,4분기에 판매가 이루어지며 안정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매입액이 역대 최대치라는 점이 기대감을 심어준다.
일시적인 부진, 기회로 삼아볼까
기업의 매출이 꺾였을 때 우리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1) 성장이 끝난 것인가?
2) 일시적인 현상인가?
이 2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게 쉽지는 않다. 일시적인 현상이었는데 성장이 끝난 것으로 오인해 더 크게 성장할 기업을 초기에 놓치게 되거나, 성장이 끝났는데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인해 깊은 수렁에 빠져버릴 수 있다. 파이오링크는 위의 2가지 중 어디에 속할까.
국내 ADC 업체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훌륭한 기업이지만 이미 1위인 기업이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겠는가. 내수에서의 성장속도는 확실히 둔화되었다.
<파이오링크 지역별 매출실적>
우상향하고는 있지만 국내 매출은 21년도를 기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며(연간 연구개발비가 100억에 달한다!)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신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일본) 진출이다. 작년과 올해 1분기, 일본으로의 제품판매가 급증하면서 고성장을 이어갔다. 2분기에는 잠시 주춤했지만 일본의 사이버보안 시장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크기 때문에 추가적인 성장 여력이 크다.
또한 시대가 발전하고 데이터의 가치가 더욱 높아짐에 따라 데이터의 유출을 방어해야할 필요성과 이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더욱 교묘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는 해킹을 방어하는 기술 및 제품의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정해진 미래라고 하던가.
그것을 꼭 파이오링크가 해낼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유리한 위치에 서있는 당사가 앞으로 나아가기 더 수월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마음편한 가격
<파이오링크 실적추정>
하반기에는 실적이 전년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2분기 실적타격 탓에 연간실적은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대로 성장 도중에 일시적인 부진이 발생하는 것이 그렇게 놀랍고 위험한 일은 아니다. 분기라는 것은 사람이 만들어놓은 하나의 단위일 뿐이고 기업에게는 아주 짧은 기간이기에 1개 분기 역성장만으로 기업의 성장이 꺾였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에게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보안시장은 CAGR 10% 이상 성장하는 성장업종이다. 또한 AI에 대한 지속적이고 빠른 연구개발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빠른 증가, 고도화된 침략에 대한 대비 필요성 증가 등으로 미래가 밝은 업종 중 하나이다. 파이오링크가 영위하는 ADC, 보안스위치, 웹방화벽, 보안서비스는 하나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 번 제품을 팔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통해 추가적인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보안업종이 통상적으로 영업이익률도 높은 편이다.
위의 실적 Table은 신제품의 판매 실적 성장, 일본시장에서의 급성장같은 장밋빛 전망을 상당 부분 제외한 매우 보수적인 추정치이다. 급성장은 당연히 좋은 것이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당사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게 되더라도 투자할 매력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25년 매출액을 773억, 영업이익 162억(OPM 21%)으로 추정하였고 차입금이 없어 일반적으로 금융수익의 규모가 더 크다는 점, 세액공제를 받아 법인세율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하여 순이익을 영업이익과 동일하다고 가정하였다.
<파이오링크 PBR, PER 밴드 차트>
파이오링크의 역사적 하단은 PBR 1배, PER 6배 수준에서 형성되었는데 지난 10개월간의 주가 상승으로 인해 현재 멀티플은 PBR 1.25배, PER 8배(23E)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 수치만으로는 최적의 매수 타이밍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22년부터 25년까지 연평균 10%의 EPS 성장이 예상되고, 2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 부채가 없음에도 15% 이상의 ROE, 연 2%의 배당률,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의 멀티플(PER 11배)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적정 PER로 10배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2025년의 적정 시가총액은 162억(25E)x10배(Target PER)=1,620억이다. 이를 주가로 환산하면 23,600원으로 현 주가 기준 약 69%의 상승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파이오링크에 투자의견 [ 매수 ] 와 25년도 목표주가 23,600원을 신규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