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에서 아주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살림을 책임지는 재무부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서로 다른 카드를 꺼내 들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자, 재무부가 먼저 행동에 나섰습니다. 재무부는 만기가 10년에서 30년 사이인 장기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이른바 바이백 규모를 회당 40억 달러로 기존보다 두 배나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장기 채권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불안정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발표 직후에는 장기 국채 금리가 잠시 하락하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베센트 장관은 시장 상황에 따라 국채 매입 규모를 더 확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두었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가 40조 달러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까지 겹치다 보니 채권 시장의 자금 확보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재무부의 이러한 행동이 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베센트 장관은 연준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 가능성과 재무부의 채권 매입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단단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3.5%에서 3.75%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는데요. 당시 공개된 의사록을 살펴보면 위원들 사이에서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원 다수는 물가상승률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현재의 금융 환경이 물가를 목표치인 2%까지 낮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4.2%에서 7월 3.4%로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시 의장은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도, 향후 금리 인하나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힌트는 아끼고 있는 모습입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장기 대출 금리를 낮추려는 재무부의 노력이 연준의 물가 잡기 행보와 서로 박자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경제전문가인 그레고리 다코(Gregory Daco) 역시 채권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워시 의장과 베센트 장관이 얼마나 긴밀하게 손발을 맞출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연준이 직접 나서서 국채를 사들여 시장을 지원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직접 채권 매입에 나설 문턱은 매우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티디 시큐리티스(TD Securities)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제나디 골드버그(Gennadiy Goldberg)는 현재 채권 시장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준이 시장 안정을 이유로 직접 intervention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제이피모건(J.P. Morga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페롤리(Michael Feroli) 역시 재무부의 이번 조치가 연준의 주요 통화정책 수단인 단기 금리 조절 능력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무부는 장기 금리 부담을 덜어주려 하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두 기관이 앞으로 어떤 정책 조합으로 시장의 균형을 맞춰나갈지 투자자분들께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실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