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몇 명을 더 뺏어오느냐로 승부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올해 2분기 성적표를 보면, 이제 통신사들의 진짜 승부처는 ‘무선’이 아니라 ‘AI 인프라’라는 게 숫자로 드러난다.

정체된 무선, 껑충 뛴 AI

세 회사 모두 본업인 무선사업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 SK텔레콤 무선 매출: 2조5634억원 (전년 동기 대비 -1.9%)
  • KT 무선 매출: 1조6749억원 (전년 동기 대비 -1.8%)
  • LG유플러스 모바일 매출: 1조6602억원 (전년 동기 대비 +0.9%, 사실상 정체)


반면 AI 관련 사업 매출은 세 회사 모두 두 자릿수, 많게는 90%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 SK텔레콤: AI 데이터센터(AIDC) 매출 1362억원 (+92.5%), AI B2B·B2C 매출 613억원 (+24.5%)
  • KT: KT클라우드를 합산한 AI 전환(AX) 사업 매출 3678억원 (+22.3%)
  • LG유플러스: AIDC 매출 1241억원 (+28.9%)


무선사업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AI 사업이 나홀로 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례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왜 통신사가 유리한가

통신 3사는 AI 붐이 오기 전부터 이미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해왔다. 그 덕분에 세 가지 강점을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다.
1.부지·전력·냉각설비: 이미 확보해둔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AI향으로 전환하면 된다.
2.전국망 운영 노하우: 대규모 전산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온 경험치가 있다.
3.전환 가능성: 기존 IDC의 전력밀도와 냉각 성능만 높이면 AI 데이터센터로 탈바꿈이 가능하다.

즉,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기존 자산 위에 AI라는 레이어를 얹는 구조다.

각사의 다음 스텝

SK텔레콤은 지난달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문 자회사 ‘SK하이퍼’를 설립했다.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5GW까지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15G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KT는 2028년까지 AX 사업 매출을 지난해(약 1조원)의 두 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1년까지는 실수요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용량 1GW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경기 파주에 20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최신 GPU 서버를 수용하기 위해 액체 냉각과 공기 냉각을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설계 중이며, 향후 최대 2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경쟁의 무대가 바뀐다

앞으로의 관건은 ‘누가 인프라를 더 많이, 더 빨리 확보하느냐’다. 고성능 GPU 수만 장을 돌리려면 대규모 전력, 부지, 냉각설비와 용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통신사들의 경쟁 무대는 이제 ‘가입자’에서 ‘전력과 부지 같은 AI 인프라 자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통신 3사가 그리는 다음 10년의 그림은 무선 요금제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크고 안정적인 ‘AI 발전소’를 짓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