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공직윤리시스템에 고위공직자 1,903명의 재산변동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역시 이것입니다.
평균 재산 20억9,563만원.
여기에 전체의 76.1%인 1,449명이 직전 신고보다 재산이 늘었다는
내용까지 붙으면 이런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공직자들은 자산시장 상승으로 다 돈 번 것 아닌가?”
하지만 숫자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같은 공개 대상자의 평균 재산 증가액은 1억4,870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밝힌 증가 원인을 보면 저축·상속·주식가격 상승 등을
합친 ‘순재산 증가’가 73.6%, 부동산 공시가격 등 ‘가액변동’이 26.4%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따로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평균 21억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재산이 어떤 경로로 늘었는지입니다.
평균 재산 20억9563만원, 모두가 20억원대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공개 대상 1,903명의 평균 신고재산은 20억9,563만원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본인 재산이 평균 11억5,212만원, 배우자가 7억6,112만원,
직계존·비속이 1억8,239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평균만 보면 실제 분포를 놓치기 쉽습니다.
20억원 이상을 신고한 사람은 616명으로 32.4%, 10억~20억원은
538명으로 28.3%였습니다.
반대로 1억원 미만인 사람도 67명 있었습니다.
즉 1,903명이 모두 비슷하게 20억원씩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액 자산가가 포함되면 평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직자 평균 재산이 21억원이다’라는 사실과 ‘공직자가 부당하게 재산을 늘렸다’는
주장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평균만 보고 결론부터 내리기보다는 재산 분포와 증가 원인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76.1%는 재산이 76% 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번 재산공개에서 가장 헷갈리기 쉬운 숫자가 76.1%입니다.
이 숫자는 재산 증가율이 아닙니다.
전체 1,903명 가운데 1,449명, 즉 76.1%의 재산이 전년보다 늘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454명, 23.9%는 재산이 줄었습니다.
같은 공개 대상자의 직전 평균 재산은
19억4,693만원이었고 이번에는 20억9,563만원이었습니다.
따라서 평균 증가액은
20억9,563만원 - 19억4,693만원 = 1억4,870만원
입니다.
증가율로 계산하면
1억4,870만원 ÷ 19억4,693만원 × 100 ≈ 7.6%
입니다.
즉 76.1%가 오른 것이 아니라 평균 재산은 약 7.6% 증가한 것입니다.
숫자가 자극적으로 보일수록 ‘무엇의 비율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평균 1억4870만원 늘었는데, 주식으로 번 돈은 얼마일까?
여기서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평균 재산은 1억4,870만원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1억944만원, 약 73.6%는 저축·상속·주식가격 상승 등을
포함한 순재산 증가로 분류됐습니다.
나머지 3,926만원, 26.4%는 주택 공시가격이나 토지 공시지가
상승 같은 가액변동입니다.
2025년 증시가 크게 올랐던 만큼 주식 평가액 상승이 재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공직자 한 명당 주식으로 평균 1억원 넘게 벌었다”
고 말하면 틀립니다.
1억944만원에는 주식 상승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축과 상속 등
여러 요인이 함께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역시 주가가 오른 뒤 주식을 팔아 현금이나 예금으로 바꾼 경우까지 있기 때문에
현재 공개자료만으로는 주식가격 상승분만 따로 떼어 계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재산 증가의 73.6%가 저축·상속·주식가격 상승 등을 포함한 순재산 증가였다”
정도입니다.
그 이상을 주식 수익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반 가계와 비교하면 얼마나 차이 날까?
공직자 평균 재산이 약 21억원이라는 숫자는
일반 직장인 입장에서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4억7,144만원이었습니다.
다만 두 숫자를 단순 비교해서
“공직자는 일반 가구보다 정확히 몇 배 부자다”
라고 계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공직자 신고재산은 2025년 12월 말 기준이지만 가계 순자산은 2025년 3월 말 기준입니다.
조사 대상과 자산 평가 방식도 다릅니다.
그래도 자산 격차의 체감은 상당합니다.
공직자 공개 대상 가운데 20억원 이상을 신고한 사람이 32.4%인 반면,
일반 가구에서는 순자산 3억원 미만이 57.0%였습니다.
특히 39세 이하 가구의 자산은 전년보다 0.3% 감소했습니다.
반면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 자체는 전년보다 5.0%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일반 국민 재산은 그대로인데 공직자만 늘었다”
고 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 가구의 자산도 늘었지만,
그 상승을 체감하는 정도가 자산 규모와 연령 등에 따라 크게 달랐다고 보는 편이 더 맞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많나’보다 ‘어떻게 늘었나’
공직자 재산공개의 목적은 단순히 부자 순위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재산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고, 공직 수행 과정에서 이해충돌이나
부당한 재산증식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균 재산이 20억원이 넘는다는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재산 증가 과정의 투명성입니다.
정부도 최근 가상자산과 비상장주식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일부 ETF에 대해서도 종목명과 수량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추진 계획과 실제 시행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는지는 최종 법령과 운영기준이 확정된 이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고위공직자의 평균 재산은 20억9,563만원이고, 76.1%의 재산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그 증가분을 전부 주식 투자 수익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평균 재산 증가액 1억4,870만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저축·상속·주식가격 상승 등이 섞여 있어 각각의 영향을 따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균이 높다고 곧바로 의혹을 제기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숫자의 출처와 증가 경로를 묻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그 돈이 어떻게 늘었는지를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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