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 1,500원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7월 1일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7월 말 1,420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8.81% 상승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월간 절상 폭이었습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집니다.
“원달러 환율, 진짜 1,300원대로 내려가는 것 아닐까?”
원달러 환율, 왜 이렇게 빨리 떨어졌을까?
환율이 급락한 이유는 하나가 아닙니다.
먼저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한미 금리차가 *아진다는 점에서 원화에는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하지만 최근 환율 움직임을 설명하는 더 중요한 키워드는 달러 수급입니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이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발행입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ADR 공모를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이 자금 가운데 일부는 국내 공장 건설과 반도체 장비 투자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국내에서 원화로 돈을 써야 하는 만큼 달러의 일부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로이터도 ADR 자금이 7~8월에 걸쳐 현물환과
선물환 시장을 통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시장에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려는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로 7월 원화 강세에는 SK하이닉스 ADR 자금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결국 환율도 수요와 공급입니다
환율 역시 주식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원달러 환율은 오르고,
반대로 달러를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환율은 내려갑니다.
최근에는 후자 쪽의 힘이 강했습니다.
SK하이닉스 ADR 자금뿐 아니라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물량까지 나오면서 달러 공급이 늘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까지 겹쳤습니다.
그래서 7월에는 환율이 한 달 동안 1,549.4원에서
1,424.0원으로 125.4원 하락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1,549.4원 - 1,424.0원 = 125.4원
입니다.
한 달 만에 100원 넘게 움직였으니 시장 분위기가 얼마나
빠르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법인세 납부도 환율에 영향을 줄까?
8월에는 기업들의 법인세 중간예납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해외에서 대규모 수익과 달러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이 세금 납부 등을 위해 원화 자금을 확보한다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법인세 비용은 약 40조원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키옥시아 투자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익 등이 영향을 줬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한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재무제표에 잡힌 법인세 비용이 곧바로 같은 금액의 현금 납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법인세 비용 전액만큼 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꾼다고 계산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법인세와 ADR 때문에 100조원 이상의 달러 매물이 확정돼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도합니다.
환율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실제 환전 규모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1,300원대로 갈까?
가능성 자체는 열려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400원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전망을 보면 하반기 저점을 1,380원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1,400원 부근에서는 달러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함께 지적됐습니다.
즉,
“1,300원대 진입 가능성은 있다”
와
“곧바로 1,300원대로 내려간다”
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환율이 이미 짧은 기간 크게 하락한 만큼 1,400원
부근에서 달러 매수세가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환율에서 봐야 할 것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환율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 반등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달러가 계속 국내로 들어오는지, 기업들이 실제로 얼마나 환전하는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고 있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반대로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가 다시 크게 늘거나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팔기 시작하면 달러 수요가 다시 증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 금리와 달러 방향도 여전히 중요한 변수입니다.
결국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의 핵심은 금리 하나가 아니라 달러
수급 구조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 ADR 자금,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동시에 원화 강세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1,300원대 진입 가능성은 이전보다 확실히 커졌습니다.
다만 환율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1,40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느냐보다,
지금의 달러 공급 우위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느냐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진짜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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