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북 관련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거래가 뜸했던 일신석재, 부산산업 같은 종목까지 갑자기 시장 중심으로 올라왔는데요.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종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과거 대북주 대장으로 불렸던 현대엘리베이터입니다.
다른 대북주가 급등하는 동안 현대엘리베이터는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긴 음봉을 만들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현대엘리베이터만 분위기가 다른 걸까요?
대북 관련주가 갑자기 오른 이유
이번 대북주 상승의 시작은 미국에서 나왔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를 지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다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8월 17일에는 김정은이 자신의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 밝히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습니다.
물론 아직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힌 것도 아니고, 남북경협이 실제로 재개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북주는 원래 실적보다 기대감이 먼저 움직이는 대표적인 테마주입니다.
특히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대형주 투자심리가 약해진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테마주에 자금이 몰리기 좋은 환경도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18일부터 인디에프, 좋은사람들 등 여러 대북 관련주가 급등했고
일부 종목은 상한가까지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현대엘리베이터는 왜 못 갈까?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대표적인 대북 관련주입니다.
현대그룹은 과거 현대아산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주도했습니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마다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대북 이슈 = 현대엘리베이터”
라는 공식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대북주가 일제히 상승하는 동안 현대엘리베이터에서는 오히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급등 이후 고점에서 매물이 계속 쏟아지면서 주가가 크게 밀렸고,
8월 19일 장중에는 7만4,000원 안팎까지 내려왔습니다.
얼마 전 10만원을 넘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조정 폭도 상당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를 움직이는 재료가 대북 이슈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파업부터 주주환원까지 회사 자체 이슈가 많습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에는 여러 악재가 동시에 겹쳤습니다.
먼저 8월 3일 노조 파업으로 충주공장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생산중단 대상이 2025년 연결 매출의 53.2%에 해당할 만큼 규모가
컸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노사 합의가 이뤄지면서 파업 부담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주가에는 이미 한 차례 충격이 반영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대무벡스 지분 매각 계획 철회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무벡스 900만주를 약 3,335억원에
매각해 주주환원 재원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무벡스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결국 처분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공시 당시 기준 가격은 주당 3만7,050원이었지만 8월 19일에는
2만4,95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계산하면 약 32.7% 하락입니다.
(37,050원 - 24,950원) ÷ 37,050원 × 100
= 약 32.7%
주가가 이 정도 빠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가격에 지분을 처분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특별배당 기대에도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현대무벡스 지분 매각 계획이 철회되자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럼 특별배당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지?”
회사는 기존 배당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체 재원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에는 단순한 대북 기대감뿐 아니라 배당과
주주환원 기대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주환원 재원 마련 과정에 불확실성이 생기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도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실적은 괜찮습니다.
2분기 매출은 6,928억원, 영업이익은 84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 영업이익은 52% 증가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상당히 좋은 실적입니다.
다만 영업이익 증가에는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투자자산 평가이익 등의
영향도 포함돼 있어 본업 실적만으로 판단할 필요는 있습니다.
결국 실적은 좋아졌지만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다른 불확실성이 너무 많이 겹쳐 있는 상황입니다.
다른 대북주는 가볍고 현대엘리베이터는 무겁습니다
최근 대북 관련주 흐름을 보면 좋은사람들, 아난티 등은
대북 뉴스 하나만 나와도 빠르게 움직입니다.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작거나 테마 의존도가 높아 단기 자금이 몰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다릅니다.
현재 주가에는 대북 기대감뿐 아니라 배당, 지배구조,
현대무벡스 지분 가치, 실적, 노사관계까지 여러 변수가 동시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북미 대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처럼
대장주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다시 대북 대장주가 되려면
개인적으로는 북한 관련 뉴스 하나만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다시 강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먼저 현대무벡스 지분 매각 철회 이후 주주환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명확해져야 합니다.
파업과 노사관계 문제도 완전히 안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단순한 대화 가능성을 넘어 북미회담 확정,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현대아산 사업 재개처럼 현대그룹의 실제 사업과 직접 연결되는 재료가 나와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이 하나씩 해결된다면 현대엘리베이터가 다시 대북주 중심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북 기대감 하나만으로 움직이기에는 회사 자체 이슈가 너무 많습니다.
결국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다른 대북주보다 약한 이유는 대북 재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기대감을 누르는 다른 변수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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