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까지만 해도 연기금의 선택은 지금과 정반대였습니다.
당시에는 SK스퀘어를 사고 SK하이닉스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7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연기금 등’은 SK하이닉스를 1조5,339억원 순매수한 반면,
SK스퀘어는 9,646억원 순매도했습니다.
둘 다 SK하이닉스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된 종목인데 한쪽은 사고, 다른 한쪽은 판 것입니다.
처음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연기금이 이제 SK스퀘어보다 SK하이닉스를 더 좋게 보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연기금의 매매는 기업 전망뿐 아니라 주가 수준, 포트폴리오 비중,
국민연금의 자산배분과 리밸런싱 규칙까지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하는 ‘연기금 등’에는 국민연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각종 공제회도 포함되기 때문에 공개된 수급만 가지고
국민연금이 단독으로 얼마를 사고팔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몇 달 사이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에 대한 연기금의 행동이 완전히 뒤집힌 걸까요?
4월에는 SK스퀘어 사고 SK하이닉스를 팔았다
먼저 4월 수급부터 보겠습니다.
4월 14일부터 28일까지 열 거래일 동안 연기금은
SK하이닉스를 1,571억원 순매도하고, SK스퀘어를 989억원 순매수했습니다.
당시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주가가 크게 올라 포트폴리오 내 비중 부담이
커지자 직접주 비중을 줄이고, 대신 SK스퀘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반도체 가치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되자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7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연기금은
SK하이닉스 +1조5,339억원
SK스퀘어 -9,646억원
을 기록했습니다.
4월과 정반대입니다.
이렇게 몇 달 사이 매매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은 연기금이 특정 종목을 무조건 선호하거나
외면한다기보다 당시 가격과 보유 비중에 따라 선택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즉, 반도체 비중 자체를 줄인 것이 아니라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방법을 바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을 받은 이후 직접주를 다시 담을 수 있는 비중 여유가 생겼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반대로 연기금이 SK스퀘어를 팔았다고 해서 시장 전체가 SK스퀘어를 부정적으로 본 것도 아닙니다.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약 2조4,311억원, SK스퀘어도 약 2,227억원 순매수했습니다.
결국 연기금 수급만 보고 두 회사의 투자 매력을 단순하게 서열화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과는 다르다
연기금 수급을 이해하려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부터 알아야 합니다.
리밸런싱은 쉽게 말하면
“어떤 종목이 오를까?”를 맞히는 과정이 아니라 자산별 목표 비중을 다시 맞추는 작업입니다.
보건복지부는 5월 28일 2026년 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조정했습니다.
이 기준은 리밸런싱 일시 중단이 종료된 6월 말부터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5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이미 543.6조원, 전체 기금의 29.4%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서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목표가 20.8%인데 실제가 29.4%니까 차이만큼 주식을 팔겠네.”
이렇게 단순 계산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목표 비중은 연말 기준이고 실제 비중은 주가와 환율, 해외주식과 채권 등
다른 자산 가격까지 계속 움직이면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조정할 수 있는 최대 규모도 제한돼 있고,
구체적인 허용범위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국민연금 리밸런싱이 시작됐으니 대형주는 전부 판다.”
또는
“SK하이닉스를 샀으니 장기적으로 무조건 강세라고 판단한 것이다.”
라고 해석하면 너무 단순합니다.
국내주식 전체 비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특정 종목 주가가
충분히 내려왔거나 기존 보유 비중이 낮아졌다면 선택적으로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최근 SK하이닉스 매수 흐름을 볼 때 중요한 부분입니다.
SK스퀘어 NAV의 98%가 사실상 SK하이닉스
그렇다면 SK스퀘어는 왜 SK하이닉스와 함께 움직일까요?
핵심은 NAV, 즉 순자산가치입니다.
SK스퀘어가 8월 14일 제시한 총 NAV는 245.1조원입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지분가치는 240.33조원입니다.
비중을 계산하면
240.33조원 ÷ 245.1조원 × 100 = 약 98.0%
입니다.
사실상 SK스퀘어 자산가치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서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SK스퀘어를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 보면 SK하이닉스
가치에 상당히 크게 노출되는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는 같은 주식이 아닙니다.
SK스퀘어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티맵모빌리티, SK쉴더스, SK플래닛, 웨이브 같은 다른 자산과 순현금이 포함됩니다.
또 시장에서는 지주회사라는 이유로 별도의 할인율도 적용합니다.
따라서 SK하이닉스 주가가 10% 오른다고 해서 SK스퀘어 주가도 똑같이 10% 올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SK하이닉스 가치 상승과 SK스퀘어의 지주사 할인 축소는 서로 다른 변수입니다.
이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는 반도체 전망이 같더라도 SK하이닉스 직접주와
SK스퀘어 가운데 어느 쪽을 살지 계속 바꿀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를 직접 사는 이유는 더 단순하다
SK하이닉스 직접주의 장점은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그 성과가 주가에 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모리 가격, HBM 출하량, 고객 계약, 영업이익 같은 지표가 기업가치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의 2026년 2분기 매출은 79조3,187억원, 영업이익은 60조5,42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회사는 AI 서버 수요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판매 증가를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습니다.
특히 HBM4 양산 출하를 2분기부터 시작했고, 약 10개 핵심 고객과 장기 공급계약도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기금이 SK하이닉스를 다시 크게 매수한 배경을 볼 때 이런 실적 흐름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SK스퀘어를 거치지 않아도 AI와 HBM 성장의 성과를 직접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실적이 좋다는 것과 주가가 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기업이 아무리 좋아도 기대가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면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 전망이 그대로인데 주가가 크게 조정받는다면 기관 입장에서는 다시 매수할 공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연기금 수급은 실적을 대신하는 지표가 아니라 실적과 가격 사이에서
기관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보여주는 참고 자료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SK스퀘어 38% 할인, 무조건 싸다고 볼 수 있을까?
SK스퀘어의 또 다른 핵심은 지주사 할인입니다.
8월 14일 기준 SK스퀘어의 주당 NAV는 185만7,766원, 같은 날 주가는 115만4,000원이었습니다.
할인율을 계산하면
(1,857,766원 - 1,154,000원) ÷ 1,857,766원 × 100
= 약 37.9%
입니다.
쉽게 말하면 장부상 100원의 자산가치를 시장에서는 약 62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겉으로 보면 상당히 싸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38% 할인은 예상 수익률이 아닙니다.
지주사 할인은 오랜 기간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자본배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거나 주주환원이 강화되면 할인율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 주가가 움직이면 SK스퀘어의 NAV 자체도 함께 변합니다.
따라서
“38% 할인됐으니 언젠가 38% 오른다.”
라고 계산하면 안 됩니다.
SK스퀘어는 최근 AI·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지만,
할인 축소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결국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실적에 직접 투자하는 종목이고, SK스퀘어는 여기에
NAV 할인과 지주사 구조, 자본배분이라는 변수가 하나 더 붙습니다.
그렇다면 연기금은 왜 SK하이닉스를 사고 SK스퀘어를 팔았을까?
지금까지 내용을 합쳐보면 이유는 하나의 변수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4월에는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직접주 비중 부담이 커지자 SK스퀘어를 통해 반도체
노출을 유지하는 선택이 가능했습니다.
반대로 여름에는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을 받고 실적과 HBM 성장성이 확인되면서
직접주를 다시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까지 겹치면서 기관은 포트폴리오 전체 비중을 계속 조정해야 합니다.
즉,
SK하이닉스를 샀다고 해서 SK스퀘어가 나빠진 것도 아니고, SK스퀘어를 팔았다고
해서 반도체 전망이 나빠진 것도 아닙니다.
몇 달 사이 매매 방향이 완전히 뒤바뀐 것 자체가 이를 보여줍니다.
연기금 수급은 따라 사는 신호가 아니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연기금 순매수 1위가 개인에게 보내는 매수 추천서는 아닙니다.
기관은 개인과 투자 목적도 다르고 보유 기간도 다르며, 자산배분 규칙까지 적용받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처럼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은
기업 전망이 좋아도 비중이 너무 커지면 팔아야 할 수 있고,
반대로 전체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특정 종목은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기금 수급을 볼 때는 단순히
“샀으니까 오른다.”
“팔았으니까 나쁘다.”
라고 해석하기보다
왜 지금 이 가격에서 직접주를 사고 지주사를 팔았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중요합니다.
같은 SK하이닉스 성장성을 바라보더라도 직접주를 살 것인지,
할인된 SK스퀘어를 살 것인지는 전혀 다른 투자 선택입니다.
결국 연기금 수급은 따라가는 신호가 아니라 가격과 구조를 읽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이번 사례 역시 그 점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