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도입 확산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집중 보도한 "일단 신입부터 줄여라", "AI 습격사건, 청년 일자리 하루 200개씩 증발"과 같은 진단은 단순한 기술적 우려를 넘어 고용시장의 구조적 재편이 이미 현실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챗GPT(ChatGPT) 출시로 촉발된 생성형 AI의 상용화 이후, 국가 전체의 거시적 고용률과 실업률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서는 특정 연령대와 직무를 중심으로 심각한 미시적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의 2026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 청년 10명 중 6명 이상(54%)이 향후 5년 안에 자신이 희망하는 직무가 AI로 대체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하며 고용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심리적 불안은 실제 지표로도 확인된다. 2026년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2022년 6월~2026년 6월)간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15~29세)의 일자리가 급감한 반면 50대 이상의 장년층 고용은 증가하는 '고용의 세대 역전'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본 보고서는 한국은행의 2026년 최신 실증 연구 결과와 주요 대기업의 고용 동향 지표를 바탕으로 AI 확산이 청년고용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심층 분석하고, 인재 양성 파이프라인의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적 대응 과제를 논의한다.
현상 분석: 연공편향(Seniority-Biased) 기술변화의 실체
[ AI 고노출 업종 중심의 청년 일자리 증발]
최근 노동시장에서 관찰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신규 채용의 축소와 이에 따른 청년층의 고용 충격이다. 지난 4년간(2022년 6월~2026년 6월) 청년층 일자리는 28만 5,000개 감소했는데, 이 중 94.0%에 달하는 26만 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AI 노출도 상위 3~4분위)'에서 발생했다. 정보서비스업(-31.4%), 출판업(-27.4%), 컴퓨터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통합·관리업(-16.6%), 전문서비스업(-11.6%)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지식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 감소가 집중되었다.
반면 동일한 기간, 동일한 AI 고노출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오히려 17만 3,000개 증가하며 청년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전체 50대 고용 증가분 23만 개 중 75.2%가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된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AI가 기존 주니어 인력을 대체하고 시니어 인력을 보완하는 이른바 '연공편향적 기술변화(Seniority-Biased Technological Change)'가 노동시장에서 강하게 발현되고 있음을 실증한다. 기초적인 자료 조사, 초안 작성, 단순 코딩 등 신입 직원이 경험을 쌓기 위해 수행하던 정형화된 인지적 업무를 AI가 낮은 비용으로 자동화함에 따라 기업의 신규 채용 유인이 급격히 저하된 것이다. 반면 조직 특유의 암묵지(Tacit Knowledge), 예외적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 복잡한 맥락 이해력을 보유한 시니어 경력직은 AI를 활용해 자신의 생산성을 배가시킬 수 있어 수요가 더욱 공고해졌다.
[ 대기업 신규 채용 축소와 산업별 고용 양극화]
거시적 통계에서 확인된 세대 역전 현상은 국내 주요 대기업의 실무 채용 지표와도 정확히 부합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한 500대 기업 중 고용 현황을 공개한 113개사를 분석한 결과, 신규 채용 규모는 2023년 대비 2025년에 15.3% 급감했다. 전체 신규 채용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과거 2014~2019년 평균 36.9% 수준이었으나, 최근 2024~2026년 기간에는 29.3%로 7.6%p 하락하며 노동시장 진입 자체가 구조적으로 좁아졌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세대 간 역전 현상은 산업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수 중심의 전통 업종에서는 청년 신규 채용이 급감하고 고참 직원들의 퇴직이 늦어지며 인력 순환이 둔화한 반면, 반도체와 바이오 등 첨단 성장 산업에서는 오히려 청년층 채용이 대폭 늘어나는 고용 양극화가 발생했다.
전체 고용 인원의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산업군을 중심으로 신입 채용만 선택적으로 축소됨에 따라 조직 내 인력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 유통업과 식음료, 건설업의 50세 이상 직원 비중은 이미 30% 내외를 기록하고 있으며, 통신업의 경우 50세 이상 직원 비중(25.6%)이 30세 이하(6.6%)의 4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심층 요인 분석: 기술, 구조, 환경의 복합 작용
한국은행의 오삼일 고용연구팀장이 지적했듯, 최근의 청년고용 위축을 AI만의 단일한 충격으로 단정 짓는 것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현재의 청년 고용 한파는 기존의 노동시장 구조 변화가 생성형 AI 도입과 결합되어 가속화된 다중 복합 현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 자동화(Automation)와 증강(Augmentation)의 상이한 파급효과]
AI의 고용 영향은 기업이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다. AI에 인간의 과업 수행을 완전히 위임하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고용 감소 폭이 일관되게 컸다. 반면 인간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AI를 초안 개선, 학습, 검증 등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청년고용 감소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거나 오히려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신기술 도입 자체가 필연적으로 일자리 소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재설계 방향과 기업의 AI 활용 전략이 향후 고용 파급효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임을 시사한다.
[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 상승과 고용 이탈 가속화]
학력을 AI 노출도의 대리변수로 설정하여 분석한 결과, 상대적으로 AI 고노출 직무인 인지적·분석적 업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대졸 청년층의 고용 지표가 가장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과거 유사한 수준을 보였던 전문대졸 이하와 대졸 청년층의 실업률은 챗GPT가 본격 확산된 2022년 11월 이후 각각 5.4%와 7.0%로 벌어지며 1.6%p의 큰 격차를 보였다. 구직 단념자나 추가 취업 희망자를 포함한 확장실업률 역시 대졸 청년층이 9.4%로 전문대졸 이하(8.5%)보다 높게 역전되었다.
신규 유입의 감소뿐만 아니라, 취업 이후 고용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탈(실업 상태로 전환)하는 청년 유출량도 문제다. 팬데믹 이전(2016.01~2019.12) 대비 최근 4년(2022.07~2026.06)간 AI 고노출 업종의 청년층 월평균 고용 유출량은 약 3,700명에서 4,900명으로 32%가량 급증했다. 이는 청년들이 어렵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경험과 숙련을 축적하며 중간 관리자로 성장하는 '경력 사다리(Career Ladder)' 자체가 구조적으로 붕괴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 재택근무 확산과 기업 채용 구조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확산된 기업의 수시·경력직 채용 선호 기조와 재택근무 문화 역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원격 근무 환경은 필연적으로 업무의 표준화, 문서화, 모듈화를 요구한다.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원격으로 효율적인 협업을 하기 위해 업무를 독립적인 세부 과업으로 분절시킨 과정이, 곧 생성형 AI가 해당 과업을 쉽게 이해하고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를 마련해 준 셈이 되었다.
더불어 재택근무 체제에서는 신입 직원이 선배의 업무를 관찰하고 암묵지를 전수받으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는 비공식적 교육(On-the-Job Training) 기회가 급감한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주니어 직원을 육성하고 감독하는 관리 비용이 크게 상승했으며, 이는 결국 즉시 실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중심의 채용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책적 대응 방안: 경력 사다리의 재건
개별 기업이 AI를 활용해 초급 업무를 자동화하고 신규 채용 규모를 조절하는 것은 미시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비용 절감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 생태계 전반에서 다수의 기업이 동시에 신입 채용을 포기한다면, 장기적으로 중간 관리자와 최고급 숙련 인력의 공급 기반마저 붕괴되는 '인재 파이프라인 문제'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초급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보전하려는 과거의 1차원적 접근을 넘어, AI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직업 훈련 및 경력 축적 경로를 설계하는 거시적 개입이 절실하다.
[ AI 증강형 직업훈련(Apprenticeship) 체계 도입]
단순한 코딩 교육이나 범용 AI 툴 사용법을 익히는 단기 교육만으로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없다. 정책의 초점은 청년이 AI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적극 활용하면서 산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고차원적 능력을 기르는 데 맞춰져야 한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이 제언했듯, 현행 청년 채용 지원제도를 초급 직무 경험과 AI 활용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주니어 인력에게 AI를 활용한 문제 정의, 데이터 검증, 시니어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훈련 모델을 보급해야 한다.
[ 채용 인원 중심에서 '인재 양성비용' 지원으로의 전환]
현행 다수의 청년고용 지원정책은 주로 채용된 '인원수(Headcount)'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AI 시대에 기업이 신입 채용을 꺼리는 실질적 이유는 청년의 기본 임금 자체보다는 이들을 교육하고 감독하는 데 투입되는 시니어의 시간적 비용과 멘토링 기회비용에 있다.
따라서 정부 지원금의 구조를 단순 임금 보전에서 벗어나 '경력 형성 지원금' 형태로 재설계해야 한다. 지원 범위에 청년 멘토링에 투입된 경력직의 근로 시간, 기업 현장 프로젝트 운영비, AI 협업형 직무 훈련 및 평가 비용을 포괄함으로써, 기업이 단기적인 인력 충원을 넘어 청년을 핵심 인재로 길러내는 장기적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도록 강력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 기술 투자와 인적 자본 투자 간 조세 유인 균형 점검]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의 조세 제도가 기술 자동화와 인적 자본 투자 사이에서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국가의 세제 지원이 소프트웨어나 설비 투자에 대한 관대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에 치우쳐 있고, 반대로 노동 고용에는 각종 급여세와 소득세 부담이 큰 '비대칭적 유인'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기업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없이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을 위해 인간을 대체하는 '그저 그런 자동화(So-So Automation)'를 과도하게 도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AI 소프트웨어 구입비나 인프라 구축비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청년 근로자의 숙련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비, 직무 재설계 컨설팅 비용 등에 대해서도 R&D에 준하는 강력한 세액공제를 도입해 자동화 기술 투자와 인적 자본 투자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시사점>
인공지능(AI)이 한국 노동시장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일자리 총량의 급격한 감소가 아니라, 일자리의 ‘입구’가 먼저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은행 연구 결과("청년고용 위축, AI탓인가") 를 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했습니다. 그중 94%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사라졌습니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17만3000개 늘었습니다. AI가 경력직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되지만 신입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이 현상을 단순히 ‘AI발 일자리 감소’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고, 오히려 AI가 기존의 경력직 선호와 신입 기피 현상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기업으로선 당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력자를 뽑아 AI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신입에게 자료조사와 초안 작성, 단순 코딩을 가르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AI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 하나하나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 경제 전체로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모든 기업이 신입 채용을 줄인다면 누가 미래의 과장과 부장, 최고기술자와 경영자를 키울 것인가하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오늘의 신입은 내일의 숙련인력입니다. 신입 채용을 줄이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파이프라인을 끊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고학력 청년층입니다. AI가 주로 영향을 미치는 분석·인지 업무를 준비해온 대졸 청년들이 오히려 노동시장 진입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취업을 보장받기 어렵고, 취업한 뒤에도 숙련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이중고입니다. 이대로라면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인적자본 축적 자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합니다. 청년 한 명을 채용하면 일정액을 지원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며, 기업이 청년을 뽑아 가르치고,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AI를 활용하는 숙련자로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야 합니다. 지원금의 기준을 ‘몇 명을 채용했느냐’에서 ‘얼마나 제대로 길러냈느냐’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AI 증강형 도제제도를 적극 검토할 만합니다. 청년에게 단순한 AI 사용법이나 몇 주짜리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 AI로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숙련자와 협업하는 경험을 쌓게 해야 합니다. AI가 초급 업무를 없애는 시대라면 그 초급 업무를 통해 배우던 것을 다른 방식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세제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이 AI 소프트웨어와 설비에 투자하는 데 세제 혜택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년의 직무훈련, 멘토링, 업무 재설계에도 충분한 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기술 투자만 지원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는 뒷전으로 미룬다면 AI의 생산성 향상이 고용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AI 도입을 늦추거나 신입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보존하자는 주장은 답이 아닙니다. 기술혁신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되며, 필요한 것은 AI를 도입하되 사람을 함께 키우는 방식으로 기업의 업무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기업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AI로 신입의 단순 업무를 없앴다면 그 자리에 어떤 새로운 학습 기회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신입을 뽑지 않고 경력자만 데려오는 방식이 계속되면 결국 기업 스스로도 언젠가 인재 부족의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정부는 기업의 단기적 효율성과 경제 전체의 장기적 인재 육성 사이에 생긴 간극을 메워야 합니다. 기업은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청년은 AI를 활용해 더 빠르게 숙련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AI 시대의 바람직한 ‘증강형 고용’입니다.
청년에게 첫 직장은 단순한 일자리 하나가 아니라, 사회에 진입하고, 배우고, 실패하고, 숙련을 쌓는 출발점입니다. 그 첫 계단이 사라지면 그 위의 계단도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AI 혁신을 막을 것이 아니라 AI 시대의 경력 사다리를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청년의 첫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과거의 고용을 보존하는 일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투자입니다.
컨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