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만 보면 증시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7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3천명 감소했습니다.
시장에서는 8만3천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10만명 이상 부족했습니다.
고용이 순감소로 돌아선 것도 17개월 만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날 뉴욕증시는 오히려 상승했고,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습니다.
고용이 이렇게 나빴는데 주식시장은 왜 환호했을까요?
핵심은 결국 금리였습니다.
고용지표는 생각보다 더 나빴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전 달 고용까지 크게 수정됐습니다.
5월과 6월 고용은 합쳐서 10만3천명 하향 조정됐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정부 부문에서 5만명 이상, 레저·숙박 부문에서도 약 4만명의 일자리가 줄었습니다.
그런데 실업률은 오히려 4.1%로 하락하면서 1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일자리가 줄었는데 실업률은 왜 떨어졌지?”
이유는 취업자가 크게 늘어서가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아예 빠져나온 사람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구직을 포기하면 실업률 계산에서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실업률 숫자만 보면
실제 고용시장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 고용보고서를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노동시장이 확실히 식고 있다는 신호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고용지표가 이렇게 부진했는데도 시장 반응은 정반대였습니다.
8월 7일 다우존스지수는 0.28% 오른 5만4036.93, S&P500은 0.62%
상승한 7757.64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습니다.
나스닥은 무려 1.30% 상승했고, 주간 기준으로도 16주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시장은 이번 고용 악화를 단순히 “경기가 나빠졌다”고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고용이 이렇게 약한데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렵겠네.”
바로 이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시장은 경기보다 먼저 ‘금리’를 봤습니다
당시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앞으로 금리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였습니다.
기준금리는 3.50~3.75%에서 다섯 차례 연속 동결됐지만,
7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즉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약한 고용지표가 발표됐습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려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경기와 고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고용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9월 금리 인상 확률도 기존 57% 수준에서 44%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러자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했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로 다시 돈이 몰렸습니다.
특히 미래 이익의 가치가 중요한 성장주는 금리가 내려갈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스닥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이번 시장 반응은 결국 한 가지를 다시 보여줬습니다.
주식시장은 현재 경기보다 앞으로의 금리 방향을 먼저 움직여 반영한다는 점입니다.
물가까지 안정되자 시장은 더 안심했습니다
고용지표 이후 시장의 관심은 곧바로 물가로 넘어갔습니다.
고용이 약해졌다고 해도 물가가 다시 치솟는다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거나 동결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8월 12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하며 시장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고용은 둔화되고 있는데 물가까지 크게 튀지 않자 시장에서는 한숨을 돌렸습니다.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약 60% 수준까지 상승했고, 시장의 불안심리를 보여주는
변동성지수(VIX)도 14.55까지 떨어지며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말 그대로 시장에 다시 ‘안도 랠리’가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가 계속 통할까?
여기서 한 가지는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고용이 나쁘게 나오면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조금 식으면 연준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가 되는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 공식이 언제까지나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용이 적당히 둔화되는 수준이라면 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용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업 매출과 소비가 감소하고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커진다면
시장도 더 이상 금리만 보고 웃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유가까지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8월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5달러로 7월의 3.96달러보다 상승했습니다.
최근 국제유가도 다시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다시 올라가는데 고용까지 악화된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상황이 됩니다.
물가 때문에 금리를 내리기 어렵고, 경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런 상황을 걱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지금 시장의 낙관론이 계속 이어지려면
결국 고용은 너무 빠르게 무너지지 않고 물가는 안정되는 흐름이 필요합니다.
한국 증시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미국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달러가 약해지면 한국 증시에는
비교적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달러 강세가 완화되면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주식에 투자할 때
환율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7주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코스피 입장에서도 반등할 명분이 생긴 셈입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번 호재는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갑자기 좋아져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미국 금리 하락에서 만들어진 외부 호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거나 연준의 정책 전망이
바뀌면 현재의 상승 동력도 빠르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한국 증시가 누리고 있는 호재 중 일부는
‘미국 금리에서 빌려온 호재’인 셈입니다.
빌린 호재는 금리 방향이 다시 바뀌는 순간 돌려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미국 고용지표와 증시 반응을 보면 시장이 얼마나 미래를 먼저 반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고용 2만3천명 감소라는 숫자만 보면 분명 악재였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 숫자보다
“이 정도면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지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에 더 크게 반응했습니다.
그래서 고용 악화가 오히려 국채금리 하락과 기술주 상승으로 이어졌고,
S&P500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고용이 나빠질 때마다 주가가 오른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고용 둔화가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수준인지,
아니면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할 수준인지가 중요합니다.
결국 앞으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지표 하나가 아니라
고용·물가·금리가 어떤 조합으로 움직이느냐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고용 둔화를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호재로 보시나요,
아니면 경기침체를 알리는 신호로 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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