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글로벌 지수 산출 기관인 MSCI가 최근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섬뜩한 제안을 하나 던졌습니다. 바로 '진짜 본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 같은 자산만 사 모으는 기업들은 우리 주요 지수에서 빼버리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한 건데요. 이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비트코인 올인 전략으로 유명한 영국의 전략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나 일본의 메타플래닛 같은 회사들이 지수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MSCI가 제안한 핵심은 이른바 '비영업 기업 스크리닝'이라는 제도인데요. 쉽게 말해서 회사의 진짜 가치가 본업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비영업 자산을 쌓아둔 것에서 나오는지를 가려내겠다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 회사의 영업 자산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지 따져보고, 현금 흐름이나 자본 의존도 같은 5가지 재무 지표 중 4가지 이상에서 낙제점을 받은 기업들을 선별해 지수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2025년 재무제표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더니,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 5가지 항목 모두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메타플래닛 역시 핵심 걸림돌을 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본업으로 번 돈이 아니라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끌어모은 돈으로 비트코인을 사는 구조 자체가 MSCI의 감시망에 걸려든 셈이죠.
사실 MSCI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작년 말에도 암호화폐 보유 기업들을 지수에서 빼겠다고 했다가 업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잠시 후퇴했었는데요. 이번에는 훨씬 더 정교하고 넓은 그물을 가지고 다시 돌아온 겁니다. 만약 오는 11월에 이 규칙이 최종 확정되면 시장에 미칠 파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MSCI 지수를 그대로 따라 모방해서 주식을 사들이는 수많은 패시브 펀드나 ETF들이 이들 종목을 강제로 매도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증권가에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한 곳에서만 무려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7천억 원이 넘는 자금이 단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9월 말까지 진행되고, 최종 결론은 10월 중순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만약 제도가 확정되더라도 기존에 지수에 들어있던 기업들에게는 약 2년 정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기는 하는데요. 그래도 비트코인을 사들여 주가를 부양하던 이른바 '비트코인 금고' 기업들에게는 제도권 금융이 던진 가장 강력한 경고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기업들이 본업의 정의를 둘러싼 이번 싸움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낼지, 우리 투자자들도 눈여겨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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