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를 자랑하는 월가의 거물, 제이피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의 최신 투자 행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약 5조 1,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산을 굴리는 이 거대 금융 공룡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즉 SEC에 제출한 2분기 공시 자료를 통해 흥미로운 포트폴리오 변화를 공개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물론이고 한동안 발을 뺐던 리플(XRP) 관련 자산에도 다시 슬그머니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XRP 관련 투자인데요. 사실 제이피모건은 지난 2026년 1분기까지만 해도 비트와이즈(Bitwise)의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 즉 ETF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완전히 철수한 바 있었죠. 그런데 불과 한 분기 만인 이번 2분기 공시에서 XRP에 대한 노출을 다시 늘렸다고 밝힌 겁니다.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비트와이즈 XRP ETF 주식 113주와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XRP ETF인 GXRP 주식 181주를 새롭게 매수했는데요. 제이피모건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규모가 무려 1조 8,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수 금액 자체는 사실 소액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액의 크기보다 '완전 철수' 이후 다시 자금을 넣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의미에 훨씬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XRP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시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읽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해 제이피모건은 리플이 후원하는 에버노스 홀딩스(Evernorth Holdings)의 특수목적획득회사, 즉 스팩 법인인 아르마다 액퀴지션 2(Armada Acquisition Corp II, 티커명 XRPN)의 주식도 19,894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했는데요. 최근 에버노스 홀딩스가 아르마다와의 합병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발표된 소식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이피모건뿐만 아니라 대형 트레이딩 기업인 아이엠씨 시카고(IMC-Chicago) 역시 비트와이즈를 비롯한 주요 XRP ETF 수백만 달러 규모의 옵션 포지션을 대량 확보하며 상승을 전망하는 콜옵션 비중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는데요. 이처럼 거대 기관들의 자금이 XRP 관련 상품으로 다시 쏠리는 모습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습니다.

물론 제이피모건의 메인 요리는 역시 암호화폐의 두 대장주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었습니다. 특히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 보유량을 대폭 늘렸는데요. 지난 분기 약 830만 주 수준이었던 지분을 이번에 25% 가량 늘려 약 1,040만 주까지 확대한 겁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3억 5,6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800억 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죠. 더 재미있는 점은 파생상품 포지션의 변화입니다. 주가 상승에 배팅하는 콜옵션 수량은 377만 개에서 394만 개로 늘린 반면, 하락에 대비하는 풋옵션 수량은 475만 개에서 349만 개로 대폭 줄였는데요. 이는 제이피모건이 향후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매우 긍정적이고 공격적인 상승장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얼마 전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라리 핑크(Larry Fink) 회장도 향후 12개월 동안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대해 극도로 낙관적인 전망을 밝힌 바 있는데, 월가의 두 거인이 완벽하게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이더리움에 대한 투자 폭발력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습니다. 제이피모건은 블랙록의 이더리움 현물 ETF인 ETHA 보유량을 지난 분기 대비 무려 338%나 끌어올렸는데요. 보유 주식 수가 117만 주를 넘어서며 평가액도 1,40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트와이즈의 이더리움 ETF는 물론이고 그레이스케일의 ETHE와 ETH ETF 지분도 일성이 늘렸죠. 최근 월가 기관들이 이더리움 기반의 자산 실물 토큰화, 즉 RWA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제이피모건의 이러한 이더리움 집중 매수는 매우 전략적인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정리해 보면 이번 공시는 단순한 자산 배분을 넘어, 월가의 진짜 대장들이 암호화폐 시장의 다음 상승장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는 강력한 힌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