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까지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7% 넘게 떨어졌는데요.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8월 10일 뉴욕시장에서 WTI와 브렌트유가 나란히 5% 가까이 급등했고,
미국 증시도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소폭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앞으로 국제유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을까요?
국제유가, 얼마나 올랐나?
8월 10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2.1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루 만에 5.05%, 3.95달러나 오른 건데요.
국제유가의 대표적인 기준으로 꼽히는
브렌트유도 배럴당 87.72달러로 마감하며 4.99%, 4.17달러 상승했습니다.
두 유종 모두 7월 29일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입니다.
유가가 하루 만에 5% 가까이 움직였다는 것은 단순히 원유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보다는 공급 차질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갑자기 커졌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문제인 이유
최근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항로를 논의하면서 해협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에 제재 해제와 보상, 군사적 위협 중단 등을 요구하고
미국 역시 이란 측에 보상을 요구하면서 협상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졌습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이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중동의 바닷길이 아닙니다.
분쟁 이전에는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할 정도로 중요한 에너지 운송로입니다.
따라서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 않더라도 선박 공격이나 운송 지연,
보험료 상승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원유 가격에 이른바 '위험 프리미엄'이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 측 부담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만이 아닙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40만 배럴 규모 Jazan 정유시설은 최근 공격
이후 재가동 일정이 8월 30일로 미뤄졌습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최근 한 주 동안 약 610만 배럴 감소하면서 2억9,870만 배럴까지 줄었습니다.
1983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결국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뿐 아니라 정유시설과 전략비축유까지
공급 측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요소들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제유가는 계속 오를까?
여기서 조금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7월 전망은 오히려 중장기적인 유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EIA는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물동량이 점차 정상화된다는
가정 아래 브렌트유 가격이 2026년 2분기 평균 103달러에서 3분기 74달러,
4분기 70달러로 내려가고 2027년에는 평균 65달러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이 전망의 핵심 전제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라는 점입니다.
8월 10일 브렌트유 종가가 87.72달러까지 올라오면서 이미 EIA가
예상한 3분기 평균 74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결국 해협 정상화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된다면
유가 전망 자체도 다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모든 업종이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정유주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나 정제마진 개선 기대가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항공·해운·화학처럼 연료비나 원재료 비용이 큰 업종은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무역수지와 원화 가치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원유 결제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늘고 물가 상승 우려까지
커지면 한국은행의 금리 판단도 더욱 복잡해질 수 있고요.
그래서 지금은 단순히 하루 동안 유가가 5% 올랐다는 사실만 보고
시장 방향을 판단하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브렌트유가 80달러를 넘어선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지,
그리고 원·달러 환율까지 함께 상승하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만약 유가가 80달러 위에서 장기간 머문다면 미국 CPI와 국채금리는 물론이고
항공·운송업종의 비용 부담까지 다시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유가 급등이 단기적인 반등으로 끝날지,
아니면 공급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상승 추세로 이어질지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달려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정말 이놈의 전쟁과 유가 이슈는 언제쯤 잠잠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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