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개인적으로 꽤 익숙한 종목입니다.


예전에 MBK와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 직접 투자해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만 해도 고려아연을 바라보는 가장 큰 포인트는 단 하나였습니다.


“과연 누가 경영권을 가져갈 것인가?”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살펴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미국이 고려아연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이야기가 꽤 중요합니다.







미국이 고려아연을 콕 집은 이유

미국이 고려아연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정제와 제련 기술입니다.


미국에 광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한 양의 광물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광산에서 광물을 캐냈다고 바로 반도체나 배터리, 방산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산업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려면 정제와 제련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분야의 공급망이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이 핵심광물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고려아연이 등장합니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통합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투자 규모만 약 7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1조원 수준에 달합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생산하게 될 비철금속 종류도 상당히 많습니다.


아연과 납, 구리, 금, 은을 비롯해 안티모니, 인듐, 갈륨, 게르마늄 등 총 13종의 금속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이 핵심광물로 지정한 품목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이런 소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산업에 들어갑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방산 등 첨단산업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갈륨이나 인듐처럼 미국이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광물들은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히 광산을 하나 더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이 광물을 안정적으로 정제하고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조건에 고려아연이 들어맞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미국 사업을 단순히

 “고려아연이 해외에 공장을 하나 짓는다” 정도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핵심광물을 경제안보와 국가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 자체가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고려아연 주가는 어디까지 갈까?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먼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주가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는데?”


분명 강력한 재료입니다.


최근 고려아연 주가가 강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기대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조금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입니다.


미국 제련소의 상업 가동 목표가 2029년이기 때문입니다.


즉, 당장 내년부터 미국 공장에서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하고, 

투자비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공사비가 커지거나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실제 생산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집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제련소가 완전 가동될 경우 연간 EBITDA가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고려아연의 이익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려아연의 실적은 아연과 금, 은 등 금속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기에 경영권 분쟁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져 주가가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미국 핵심광물 사업이 본격화되면 새로운 성장축이 하나 추가되는 셈입니다.


기존 제련사업 + 미국 핵심광물 사업


이렇게 사업 구조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고려아연의 가장 큰 리스크는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역시 경영권 분쟁입니다.


아직 이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미국 제련소 사업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까지 이어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 고려아연에 투자했을 당시 비슷했습니다.


사업 자체를 분석하기보다는 하루하루 경영권 분쟁 관련 뉴스에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이 경영권 싸움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건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앞으로도 경영권 분쟁 관련 뉴스 하나에 주가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 투자자라면 이 부분을 반드시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장기 투자자의 시선으로 보면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고려아연을 볼 때 경영권 분쟁보다 미국 제련소 사업을 

더 중요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딱 세 가지입니다.


  • 첫째, 미국 제련소가 계획대로 완공되는가.
  • 둘째, 총 투자비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는가.
  • 셋째, 실제 가동 이후 핵심광물 사업이 의미 있는 이익으로 연결되는가.


이 세 가지가 확인된다면 고려아연을 단순한 아연 제련기업으로만 보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광물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2029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이 변수도 많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정리될지도 지켜봐야 하고, 미국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투자비 역시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무조건 오른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예전의 고려아연은 저에게 “경영권 분쟁 때문에 움직이는 종목”에 가까웠다면,


지금 다시 바라본 고려아연은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진 기업”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장기적인 주가의 방향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어질 새로운 이익이 실제 숫자로 증명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프로젝트 크루서블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미국 제련소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며,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이익까지 만들어낸다면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만 잘 마무리된다면?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볼 만한 기업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