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시작된 중국 자동차의 공습이 이제 지구 반대편, 중남미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해 중남미에서 팔린 전기차 10대 중 9대가 중국 브랜드였고, 올 상반기 브라질에서는 비야디(BYD)가 현대자동차를 밀어내고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 단순한 저가 공세가 아니라 현지 정책과 생산 거점까지 파고드는 ‘토털 전략’이라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전기차 시장, 이미 ‘중국산 천하’
숫자만 봐도 심상치 않다.
- 중남미 전기차 시장의 중국 점유율: 87.3% — 팔린 전기차 10대 중 9대가 중국 브랜드
- 중남미 중국 전기차 판매량: 2022년 1만 8000대 → 지난해 30만 5000대 (3년 새 17배 증가)
- 브라질에서 BYD 상반기 판매량 9만 9028대, 현대차(9만 6723대)·도요타(7만 9969대) 제치고 4위
- BYD의 브라질 점유율: 2023년 0.8% → 올해 7.3% (3년 만에 9배)
칠레 역시 다르지 않다. 상반기 판매 상위 15개 브랜드 중 그레이트월모터, 창안, 엠지, 체리, 제투어 등 중국 업체 5곳이 이름을 올렸고,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37%에 달한다.
저가 공세를 넘어선 ‘현지화 전략’
중국 업체들이 무서운 건 단순히 싸게 파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1. 현지 정책을 정조준한 마케팅
BYD는 브라질 상파울루시가 전기차에 한해 2030년까지 차량 운행 5부제를 면제해준 것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규제를 오히려 판매 포인트로 바꾼 셈이다.
2. 현지 생산으로 관세 무력화
지난해 7월 가동을 시작한 BYD의 브라질 바이아주 공장을 비롯해 체리, 그레이트월모터 등은 현지 반제품 조립(CKD) 생산 체제를 구축해 물류비와 관세를 대폭 낮추고 있다.
3. 밀어내기식 수출
지난 7월 BYD·체리·지리 등 주요 중국차 업체는 일제히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냈다. BYD는 17만 9841대(전년 대비 +124.3%)를 수출해 전체 판매의 43%를 해외 물량으로 채웠고, 체리는 20만 2533대를 수출하며 중국 업체 최초로 월 20만 대 벽을 깼다.
유럽도, 한국 안방도 예외 없다
중국차의 공세는 중남미에 그치지 않는다.
- 영국: BYD가 테슬라·기아·폭스바겐을 제치고 상반기 전기차 판매 1위
- 유럽: 지리차가 상반기 22만 5000대(점유율 3.1%)를 팔아 메르세데스벤츠(4.8%)를 바짝 추격
- 한국: 올 상반기 중국산 수입차 판매량 7만 9444대, 전년 대비 127.8% 폭증
왜 한국 자동차 업계에 ‘비상’인가
국내 완성차 산업은 유독 수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생산량 410만 대 중 274만 대(67%)가 해외로 팔려나갔다. 그중에서도 유럽과 중남미는 현대차그룹이 오랫동안 공들여온 핵심 시장이다.
자동차 산업이 국내 제조업 출하액의 14.1%를 차지하고 156만 명의 직·간접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판로 위축은 단순히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리스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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