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자 대형 보유사로 잘 알려진 마라 홀딩스(MARA Holdings), 구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이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1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팔아치웠다는 속보가 전해지며 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스트래티지(Strategy)의 비트코인 매도 소식에 이어, 채굴업계의 거물까지 대규모 매도에 동참하면서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부담을 주는 모습인데요. 과연 이들이 왜 이렇게 엄청난 양의 비트코인을 쏟아냈는지, 그 구체적인 내막과 재무 상태를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2분기 분기 보고서, 즉 10-Q 공시 자료를 보면 마라 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동안 총 2만 3,093개의 비트코인을 매도했다고 공식 밝혔습니다. 이때 매각한 비트코인의 평균 단가는 개당 7만 631달러 수준이었으며, 전체 매각 대금은 약 16억 3,000만 달러에 달했죠. 비트코인을 사모으기만 하던 채굴 공룡이 보유량을 대폭 줄인 것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5만 3,822개에 달했던 마라 홀딩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 3만 5,577개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금고에 쌓아두었던 비트코인을 대거 헐어서 판 이유는 올해 들어 회사의 재무 운용 방침, 즉 자산 관리 정책을 대대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인데요. 기존처럼 모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시장에 매도하여 현금화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을 팔아 확보한 막대한 현금은 어디에 사용되었을까요?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매각 대금은 크게 회사의 일상적인 운영 자금과 신규 투자, 그리고 유동성 확보와 부채 상환에 집중적으로 쓰였습니다. 특히 채굴 장비를 새로 도입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등 설비 투자에 약 9,430만 달러를 지출했고, 기업 인수합병에도 6,110만 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상반기 영업 활동으로만 4억 7,13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운영비가 소요되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운영 예산이었던 3억 7,890만 달러와 비교해 보아도 현금 수요가 현저히 늘어났음을 보여줍니다. 즉, 채굴 사업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도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죠.
하지만 비트코인을 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던 막대한 빚을 갚아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었는데요. 마라 홀딩스는 이번에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재무 활동 분야에서만 약 11억 2,000만 달러의 자금을 사용했습니다. 이 중 무려 9억 1,280만 달러를 전환사채 상환에 투입했고, 기존 대출 기관으로부터 빌렸던 3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신용 공여금도 전액 상환했습니다. 이로써 회사는 올 상반기 동안만 약 10억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를 성공적으로 리딤, 즉 조기 상환해 냈는데요.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36억 달러에 달했던 총부채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24억 달러 수준까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비트코인을 팔아 장기적인 재무 리스크를 크게 낮춘 셈입니다.
시장에 유출된 비트코인의 시기별 흐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물량이 1분기에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매도량 2만 3,093개 중 무려 2만 880개가 올해 1분기에 집중적으로 매도되어 약 15억 달러의 현금으로 전환되었죠. 반면 2분기에는 매도세가 현저히 줄어들어 2,213개의 비트코인만을 매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개당 평균 7만 3,078달러의 가격에 약 1억 6,160만 달러를 추가 확보했습니다. 1분기에 급한 불을 끄고 난 뒤 2분기부터는 매도 속도를 대폭 조절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회사의 본업인 채굴 부문 성적표를 보면 기술적 성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마라 홀딩스는 2분기 동안 총 2,422개의 비트코인을 새롭게 채굴해 냈으며, 채굴 연산 능력을 나타내는 해시레이트(Hashrate) 역시 6월 말 기준 70.3 EH/s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57.4 EH/s와 비교하면 크게 향상된 수치로, 채굴 효율성 자체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기술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장부상 실적은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상반기 총매출은 3억 4,95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4억 5,240만 달러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했는데요. 게다가 상반기 순손실이 무려 18억 7,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적자의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비트코인의 시세 하락 때문이었습니다. 가상자산의 평가 손익을 회계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보유 중인 비트코인 자산의 공정 가치, 즉 장부상 평가액이 올 상반기 동안에만 약 14억 달러나 증발해 버린 것입니다. 채굴을 잘해놓고도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 손실이 전체 실적을 집어삼킨 것이죠.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하고 손실을 보면서도 마라 홀딩스가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유익한 담보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8월에는 보유 중인 비트코인 1만 8,750개를 담보로 제공하고, 코인베이스 크레딧(Coinbase Credit)과 투 프라임 렌딩(Two P**me Lending)으로부터 6억 달러 규모의 추가 대출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매도를 통해 부채를 탕감하는 동시에, 남은 비트코인으로는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는 치밀한 재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이번 마라 홀딩스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도는 단기적으로는 암호화폐 시장에 공급 부담으로 작용하며 시세 상승을 제한하는 악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내부적으로는 높은 부채를 덜어내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여 장기적인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이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마라톤 디지털에서 마라 홀딩스로 사명까지 바꾸며 변신을 꾀하는 이들이 재무 구조 개선 이후 다시 본격적인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시장 반응을 유심히 관망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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