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AI 데이터센터發 초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폭발하는 지금이야말로 선제적인 시설 투자와 외부 자금 조달의 적기라는 판단이다.

5조~10조원 규모 프리IPO 추진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나스닥 상장에 앞서 5조~10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주관사로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선정됐고,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와 해외 국부펀드 등을 상대로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50조원 안팎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사업에 정통한 진정훈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솔리다임 공동대표로 선임됐을 때부터 “투자 유치와 상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는데, 이번 프리IPO 추진으로 그 관측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왜 지금인가: AI가 만든 낸드 슈퍼사이클

솔리다임은 최근 차세대 낸드 기술 전환을 추진하며 245TB급(영화 5만 편 분량) 초대용량 기업용 SSD(eSSD)를 개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초대용량 저장장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낸드 업황이 좋을 때 이뤄져야 경쟁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샌디스크와 키옥시아홀딩스 등 경쟁 낸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업계에서는 지금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적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자금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호황기에 무리하게 투자를 늘리지 않는 ‘투자 규율’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본사 투자금도 충북 청주·경기 용인 등 국내 생산시설에 집중되는 만큼, 솔리다임은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복상장 논란은 피해갈 듯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부를 약 10조원에 인수하면서, 이를 담기 위해 2021년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다.
최근 발표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는 반드시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면 인수·신설을 통해 만들어진 자회사는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모회사의 10% 미만이면 주주 동의 절차 없이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솔리다임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수 자회사여서 이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다만 상장을 본격 추진하는 시점에 솔리다임 매출이 SK하이닉스의 10%를 넘어서거나, 한국거래소가 ‘중요 자회사’로 판단할 경우엔 엄격한 개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솔리다임의 지난해 매출은 9조1751억원으로, 올해 매출 300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SK하이닉스와는 아직 격차가 크다. 업계에서는 “절차상 요건과 별개로 주주와의 소통이 잡음을 막는 길”이라는 조언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