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하다 보면 차라리 악재가 확실하게 보이는 게 마음 편할 때가 있습니다.
실적이 무너졌거나 업황이 꺾였다면 판단이라도 할 수 있죠.
그런데 요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조금 애매합니다.
딱히 치명적인 악재가 터진 것도 아닌데 주가는 계속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트를 보고 있으면 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쯤에서 팔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버텨야 하나.
그런데 재미있는 건 따로 있습니다.
사장님도 지금 가격에 들어왔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보면서 한 가지 눈에 들어온 게 있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가 7월 30일 삼성전자 주식 3,045주를 직접 매수했다는 점입니다.
매수 가격은 주당 23만원으로, 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7억원 규모입니다.
그냥 회사에서 받은 주식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 돈으로 시장에서 직접 매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36만원을 웃돌았지만 메모리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만원대로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노 대표는 바로 이 조정 구간에서 매수에 나섰습니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모습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 말 SK하이닉스 주식 3,620주를 매수했습니다.
매수 당일 종가가 132만2,000원이었으니 단순 계산으로 약 48억원 규모입니다.
특히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매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물론 이런 매수가 나왔다고 해서 지금이 무조건 바닥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경영진이라고 해서 단기 주가의 저점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한 가지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최근 주가 수준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가 완전히
무너진 가격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도 이 판단을 믿고 같이 버텨도 되는 걸까요?
여기서부터가 정말 어렵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정말 끝난 걸까?
최근 주가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 메모리 업황입니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하게 상승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메모리 가격도 이제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시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메모리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순간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을 보면 대체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수요가 둔화되고 재고가 늘어나는데 기업들은 이전 호황기에 늘려놓은 생산설비를 통해 계속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어나면서 가격이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의 하락 사이클과 완전히 같은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둔화에 대한 우려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HBM이나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본격적으로 꺾였다는 신호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증설 물량 역시 시장에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단계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더 혼란스러운 겁니다.
주가는 이미 불황처럼 빠지고 있는데 정작 불황을 보여주는 숫자는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팔아? 말아?
솔직히 지금 같은 구간에서는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최근 하락을 전부 반도체 업황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외국인 매도에 더해 레버리지 ETF 청산, 선물·옵션 거래, 프로그램 매매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주가 변동성이 상당히 커졌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와 실제 주가가 잠시 따로 움직이는 구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어디까지 더 빠질지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10% 더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호재 하나에
15% 급반등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DRAM 관련 ETF의 공매도 잔고까지 크게 늘어나면서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반대로 생각하면 또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악재가 해소되는 순간 숏커버링이 강하게 나오면서 주가가 빠르게 반등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 봐야 할 건 주가보다 숫자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단순히 "많이 빠졌다"가 아닐 것 같습니다.
실제로 AI 서버 투자가 둔화되고 있는지, 메모리 수요가 꺾이고 있는지,
재고가 쌓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현재까지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메모리 수요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낸드 가격은 일부 조정을 받고 있지만 D램 현물가는 여전히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은 확실한 악재와 막연한 우려가 뒤섞여 있는 상황입니다.
싸졌다고 무조건 매수하기도 어렵고, 반도체가 끝났다고 전부 던지기도 애매합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시장의 꼭대기와 바닥을 정확하게 맞히는 것보다
지금 우리가 사이클의 어느 구간에 서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 삼전닉스가 딱 그런 구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도 사고, 사장님도 샀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주가 하락만 보고 반도체 산업 전체가 끝났다고 판단하기에도 아직은 이른 것 같습니다.
저라면 당장 답을 정하기보다는 수요가 정말 꺾이는지, 재고가 실제로 쌓이기 시작하는지,
메모리 가격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금 더 지켜볼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공포에 휩쓸려 팔거나 무작정 버티는 것보다,
숫자가 보내는 신호를 확인하면서 판단하는 것 아닐까요?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