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초반만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분위기는 비슷했습니다.
둘 다 상승 출발했는데, 막상 장이 끝나고 보니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23만1,000원에 0.22%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142만2,000원으로 무려 4.88% 하락했습니다.
코스피 역시 장중 6,400선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결국 6,258.77에 마감하며 0.60% 밀렸고요.
그렇다면 같은 반도체 대형주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걸까요?
이날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울트라용 HBM 사양 조정 검토 소식이었습니다.
이 소식이 HBM 납품가격에 대한 우려로 번지면서 HBM 성장 기대가 주가에
더 크게 반영돼 있던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간신히 플러스를 지켜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강하게 오른 것이라기보다는 SK하이닉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버틴 것에 가깝습니다.
삼성전자 23만원은 지켰지만… 장중 힘은 빠졌다
삼성전자 종가만 보면 꽤 괜찮아 보입니다.
23만1,000원.
23만원선을 지켰으니까요.
그런데 장중 흐름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무려 3.90%까지 상승하면서 23만9,500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종가는 23만1,000원.
고점에서 8,500원을 다시 반납한 셈입니다.
즉, 오전에는 매수세가 강했지만 장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날 삼성전자를 두고 단순히 "상승했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주가를 방어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입니다.
23만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종가가 23만1,000원이었다고 해서 23만원이 확실한 지지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여러 거래일 동안 이 가격을 지켜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SK하이닉스도 장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한때 3.14% 상승하며 154만2,000원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장 막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결국 142만2,000원까지 밀리며 -4.88%로 마감했습니다.
같은 반도체 대형주인데도 장 후반 매도 압력이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겁니다.
SK하이닉스를 때린 건 HBM 수요 붕괴가 아니었다
이번 급락을 이해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날 나온 소식은 엔비디아가 루빈 울트라에 적용할 HBM 사양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검토'입니다.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HBM 수요 자체가 사라졌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이런 가능성에도 먼저 반응합니다.
특히 HBM은 SK하이닉스 주가에서 차지하는 기대감이 상당히 큰 만큼,
사양 변화가 실제 납품가격이나 제품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도 매물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HBM이 안 팔린다"가 아니라 "앞으로 HBM에서
지금처럼 높은 가격과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시장은 이 부분을 걱정한 겁니다.
따라서 이번 하락을 단순히 HBM 수요 붕괴라고 해석하는 건 지나친 확대 해석일 수 있습니다.
최종 사양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실제 계약가격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덜 빠졌을까?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사업 구조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에서 상당히 강한 숫자를 보여줬습니다.
2분기 매출은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89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도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HBM4 공급 확대와 HBM4E 샘플 출하까지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즉, 삼성전자 역시 HBM 경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사업 전체를 보면 HBM 하나에만 매출이 걸려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D램과 낸드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 모바일, 가전 등 사업 영역이 상당히 넓습니다.
반면 이날 시장의 우려가 특정 HBM 제품의 사양과 납품가격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HBM 성장 기대가 주가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돼 있던 SK하이닉스가 더 크게 반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악재가 완전히 달랐다기보다 위험이 집중된 정도가 달랐던 것에 가깝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라고 해서 HBM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메모리 반도체가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메모리 가격이나 HBM 시장의 변화가 커지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은 팔았는데 삼성전자는 버텼다
이날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약 8,600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기관은 약 5,800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도 약 2,70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시장 전체로 보면 외국인 매도세가 상당히 강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플러스로 마감했습니다.
상대적으로는 분명 눈에 띄는 모습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수급과 삼성전자 개별 외국인 수급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8,600억원을 팔았다고 해서 삼성전자에서도
외국인이 그만큼 팔았거나 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종목별 수급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날 삼성전자의 강보합을 외국인 매수 덕분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시장 전체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주가가 잘 버틴 것 정도로 보는 게 안전합니다.
삼성전자 실적이 좋다고 23만원이 무조건 지켜지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의 실적 자체는 분명 강합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메모리 사업도 강한 실적을 냈습니다.
HBM4 공급 확대와 HBM4E 샘플 출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현재 실적만 보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얼마나 더 벌 수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좋은 실적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 날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하루 주가가 흔들렸다고 해서 기업의 실적이 갑자기 무너진 것도 아니고요.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은 기업의 현재 이익 체력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23만원이라는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보증서는 아닙니다.
앞으로 메모리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HBM4 공급이 얼마나 확대되는지,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사들의 차세대 제품 사양이 어떻게 결정되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두 종목의 차별화가 계속될까?
이번 하루만 놓고 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 삼성전자 +0.22%
- SK하이닉스 -4.88%
같은 반도체 대형주인데도 시장의 평가가 크게 엇갈렸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차별화만 가지고 삼성전자 상승 추세가 시작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건 이겁니다.
엔비디아의 HBM 사양 조정 우려가 실제로 확정되는지,
HBM 납품가격에 변화가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런 우려가 삼성전자까지 확대되는지입니다.
반대로 HBM4 공급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되고 실제 수요가 유지된다면
지금의 우려가 일시적인 조정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23만원을 지켰느냐, 150만원이 무너졌느냐만 보는 것보다 시장이
왜 두 종목의 주가를 다르게 평가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강한 상승이라기보다 상대적인 방어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SK하이닉스의 -4.88% 역시 HBM 수요가 당장 무너졌다는 의미보다는
차세대 HBM의 사양과 가격에 대한 시장의 걱정이 먼저 주가에 반영된 결과로 보는 게 더 합리적입니다.
앞으로 두 종목의 주가가 다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지,
아니면 차별화가 더 커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