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에 최저 수입량, 사상 최고 단가
올해 상반기, 한국이 수입한 구리 정광의 평균 단가가 t당 462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98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입 물량은 오히려 ***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상반기 수입량은 73만3572t으로,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인도네시아산 수입량입니다. 지난해 14만413t이었던 것이 올해는 완전히 ‘제로’가 됐습니다. 한국은 구리 광산이 전혀 없어 정광을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수급 불안은 그대로 산업계 원가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전선, 반도체, 방위산업까지 도미노 원가 인상
구리는 단순한 원자재가 아닙니다. 전선 제조원가의 60%, 전력 변압기 제조원가의 25~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입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전기동(정제구리) 도입 단가를 보면 상황이 심각합니다.
풍산: t당 1440만원(작년) → 1959만원(올해 1분기)
LS전선: t당 1437만원 → 1909만원
효성중공업: t당 1343만원 → 최고 1986만원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30% 넘게 뛴 셈입니다. 풍산은 이 전기동으로 반도체용 동판과 탄약 등을 만드는데, 가격이 런던금속거래소(LME) 국제 시세에 연동돼 있어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값은 오르는데 제련업계는 왜 울상일까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등장합니다. 원료인 구리 정광 가격은 치솟는데, 정작 그 정광을 금속으로 가공하는 제련업계는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련소가 광산에서 원료를 사와 가공할 때 받는 ‘제련 수수료’가 올해 들어 0달러대로 폭락했고, 지난 3월에는 한때 t당 -90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가공비를 받기는커녕 웃돈을 얹어주고 원료를 사 와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원인은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국가 주도로 제련소를 대거 증설하면서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경쟁에서 밀린 해외 제련소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각국의 자원 무기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 작년 8월부터 정제 구리를 제외한 수입 구리 제품에 50% 관세 부과
중국: 구리산업 발전방안 발표 후 제련 능력 확대
EU: 구리를 핵심 및 전략 원자재로 지정
구리를 단순 산업 원자재가 아니라 국가 안보 자원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 상황과 남은 과제
현재 국내에서 구리 전문 제련소를 운영하는 곳은 LS MnM이 유일합니다. 고려아연도 전자폐기물 등 2차 원료를 활용해 유가금속을 회수하고 있지만, 규모는 제한적입니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련 기반이 무너질 경우 반도체, AI, 전력산업의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해외 광산 지분 투자와 도시광산(재활용) 활성화를 통해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