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대학생 시절 용산에서 조립 PC를 맞췄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당시 가장 비싼 부품은 단연 CPU였습니다. 그래픽카드는 그다음이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비싼 부품은 GPU, 그다음이 HBM 메모리가 됐습니다.
CPU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난 듯 보였죠.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다시 바뀌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CPU의 시대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다시 주목받는 CPU
지난 3월 열린 GTC 2026에서 엔비디아는 차세대 CPU인 '베라(Vera)' 개발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GPU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CPU 개발에 힘을 싣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 ARM도 창사 35년 만에 처음으로 자체 완제품 CPU인 AGI CPU를 발표했습니다.
최대 136코어에 T**C 3나노 공정을 적용한 제품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글은 자체 CPU인 액시온(Axion)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코발트 200을 데이터센터에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CPU를 만드는 회사뿐 아니라 GPU 기업, 클라우드 기업까지 모두 CPU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CPU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시작됐다
CPU가 다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AI 에이전트입니다.
기존 챗봇은 질문 하나를 받으면 답 하나를 만드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훨씬 복잡합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도구를 호출하고, 결과를 검증한 뒤 다시 판단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즉, 처리해야 할 작업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물론 실제 AI 연산은 여전히 GPU가 담당합니다.
하지만 어떤 작업을 먼저 처리할지, GPU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메모리와 네트워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CPU가 맡습니다.
AI가 똑똑해질수록 CPU의 역할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입니다.
병목현상이 GPU에서 CPU로 이동한다
AI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시장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병목이 이동한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GPU 성능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앞으로는 CPU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하나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모델을 호출하기
전후의 제어 과정이 크게 늘어나면서 CPU가 담당하는 스레드 관리와 메모리,
저장장치, 네트워크 입출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I가 발전할수록 GPU만 빨라서는 부족한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CPU 관련주, 어떤 기업을 봐야 할까?
이런 변화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은 ARM, AMD, 인텔입니다.
ARM
ARM은 모바일 반도체 설계 시장의 절대 강자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한 AGI CPU를 앞세워 AI 서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UBS는 향후 5년 안에 관련 사업 매출이 연간 150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AMD
AMD의 가장 큰 강점은 CPU와 GPU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I 서버 시장이 커질수록 두 제품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57% 증가했고, 2026년 2분기 CPU 사업 역시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2028년 전체 매출이 현재의 약 두 배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
인텔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전히 서버용 범용 CPU 시장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서버 수요 회복의 수혜도 받고 있습니다.
1분기 데이터센터와 AI 사업 매출은 22.4% 증가했고,
구글과는 서버용 제온(Xeon) CPU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의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로
인텔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로 꼽힙니다.
실적 회복과 정책 수혜가 동시에 기대되는 기업입니다.
한 종목이 어렵다면 ETF도 방법
솔직히 ARM과 AMD, 인텔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투자 경험이 많지 않다면 더욱 고민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KODEX 미국CPU반도체TOP10 ETF처럼 관련 기업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상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ETF는 ARM, AMD, 인텔 세 기업에 약 75%를 집중 투자하면서
CPU 밸류체인 전반에 함께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파운드리, 반도체 패키징,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까지 포함하고 있어
AI CPU 생태계 전체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GPU 시대는 끝난 걸까?
그렇다고 해서 AI 반도체의 중심이 당장 GPU에서 CPU로 완전히 넘어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AI 학습과 대규모 연산에서는 GPU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빠르게 확산될수록 CPU의 역할과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앞으로 AI 인프라를 볼 때는 GPU만이 아니라 CPU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이러한 변화에 투자하고 싶지만 특정 기업 하나를 선택하기 부담스럽다면
ETF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해당 ETF는 ARM, AMD, 인텔의 비중이 높은 만큼,
수익 기회가 큰 만큼 변동성 역시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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