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79조 3,187억 원, 영업이익 60조 5,426억 원. 숫자만 보면 역대급 실적이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증권가 평균 전망치(매출 83조 6,253억 원, 영업이익 63조 5,951억 원)를 5% 안팎 밑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다음이다. “실적은 대체로 예상대로 나왔다”는 평가와 “AI 수요 사이클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는 동시에, 한편에서는 “공급 과잉이 온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일단 숫자부터: 대부분 예상 범위 안이었다
이번 실적을 놓고 증권사별 추정 오차를 뜯어보면 생각보다 시장의 눈은 정확했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키움증권(71조 원 제시, 오차율 17.3%)과 하나증권(67조 6,000억 원, 오차율 11.6%) 정도만 큰 차이를 보였을 뿐, 나머지 대다수 증권사는 5% 이내로 실제 실적에 근접했다.
DS투자증권 이수림 연구원은 콘퍼런스콜 직후 낸 보고서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추정치에 대체로 부합했고,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시장 평가를 웃돌았다고 짚었다. 즉, 매출은 다소 아쉬웠지만 수익성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3분기 전망은 왜 이렇게 다를까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놓고 증권사 간 격차가 무려 30%에 달한다. 하나증권은 90조 4,140억 원을 제시한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69조 400억 원에 그쳤다. 같은 회사, 같은 다음 분기를 두고 이 정도 차이가 난다는 건 그만큼 업황을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갈린다는 뜻이다.
낙관론: “AI 수요가 공급을 압도한다”
긍정적으로 보는 쪽의 핵심 논리는 명확하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핵심 고객사 약 10곳과 장기공급계약(LTA)을 마무리하며 중장기 사업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우호적인 수급 여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DS투자증권 이수림 연구원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하반기에는 범용 D램 생산 비중이 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2분기 대비 견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공급 과잉 시그널이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2027년 4분기까지 분기별 영업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다소 대담한 전망까지 내놨다.
신중론: “매크로도, 증설 경쟁도 심상치 않다”
반면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다른 그림을 그린다. 소비 경기 악화로 4월 말 이후 낸드플래시 현물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고, OECD 경기선행지수도 하락으로 전환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수요-공급 구조의 미묘한 엇갈림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AI 설비투자를 점점 가성비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정작 메모리 제조사들은 연달아 대규모 증설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 수요 증가 속도는 둔화 조짐을 보이는데 공급은 계속 늘어난다면,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타이밍’
정리하면 이번 논쟁의 본질은 실적 그 자체보다 “이 사이클이 언제까지, 얼마나 강하게 지속되느냐”에 있다. AI發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갈지, 아니면 제조사들의 공격적 증설이 예상보다 빨리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지—이 타이밍 싸움에서 어느 쪽이 먼저 현실이 되느냐가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인다.
당장 3분기 실적 발표에서 ASP 추이와 재고 수준, 그리고 고객사들의 실제 주문 패턴이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이 논쟁에 첫 번째 답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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