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오르고 증시는 뜨거웠다. 그 결과가 고스란히 숫자로 찍혔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나란히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금융지주의 ‘역대급’ 랠리가 또 한 번 갱신됐다.

이자이익도, 비이자이익도 다 늘었다

7월 23일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KB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1조9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1조8201억원으로 17.5% 늘었다. 두 회사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이자, 상반기 기준으로도 신기록이다. KB금융은 상반기 3조8846억원, 신한금융은 3조4427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올렸다.
눈에 띄는 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동시에 늘었다는 점이다. 통상 한쪽이 실적을 견인하면 다른 한쪽은 주춤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둘 다 우상향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도 기업대출로 눈을 돌려 이자수입을 지켜낸 결과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은 3조1435억원(+1.2%), 신한금융은 3조1344억원(+9.4%)을 기록했다.

진짜 주인공은 증권사였다

비이자이익의 증가폭은 더 가팔랐다. KB금융이 38.2% 늘어난 1조9783억원, 신한금융이 14.6% 늘어난 1조4499억원을 기록했는데, 그 배경엔 강세장을 탄 증권사가 있다. KB증권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2.1% 급증한 4485억원, 신한투자증권은 91.6% 늘어난 2893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을 사실상 견인했다.

그 결과 비은행 계열사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커졌다.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3.9%에서 올 상반기 44%로, 신한금융은 24%에서 35%로 뛰었다. 이제 ‘은행 지주’라는 이름표만으로는 이들의 수익 구조를 다 설명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은행 부문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이 근소하게 앞섰다. 신한은행 2분기 순이익은 1조3014억원으로 국민은행(1조1244억원)보다 1770억원 많았다.
한편 이날 함께 실적을 발표한 JB금융지주도 2196억원의 순이익(+5.7%)으로 최대 실적 행진에 동참했다. JB우리캐피탈이 104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전북은행(546억원)과 광주은행(856억원)을 웃도는 성장을 이끌었다.

실적만 좋아진 게 아니다, 건전성도 개선

숫자만 좋았던 게 아니라 체질도 튼튼해졌다.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KB금융 13.74%, 신한금융 13.43%로 전 분기 대비 각각 0.1%포인트, 0.13%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비율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KB금융이 0.73%에서 0.67%로, 신한금융이 0.81%에서 0.79%로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건전성 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남은 관전 포인트, 주주환원

CET1비율 상승은 곧 주주환원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KB금융은 이사회에서 하반기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주당 1155원의 분기배당을 결의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올해 총 주주환원 규모는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금융도 2분기 현금배당을 주당 740원으로 결정했다.
나상록 KB금융 CFO는 향후 이익 규모와 배당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반기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적 경쟁에서 시작된 두 금융지주의 흐름이, 이제는 주주환원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