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 회로를 그려 만드는 제품이다. 이 회로를 빛으로 새기는 장비가 노광기이고, DUV 노광기는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핵심 장비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이머전 DUV는 기존 DUV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이다. 사진은 이머전 DUV 개념도 / 사진=ASML 기존 DUV는 노광기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공기가 있었지만 이머전 DUV는 그 공간을 초순수(물)로 채운다. 물은 공기보다 빛의 굴절률이 높아 빛을 더욱 정밀하게 한곳에 모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카메라 렌즈의 해상도를 높여 더 선명한 사진을 찍는 원리와 같다.
중국이 반도체 공정의 '심장'으로 불리는 이머전(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기 국산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가 요동치고 있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를 뚫을 핵심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반도체 기업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림
'물 한 방울'이 바꾼 반도체 미세공정…이머전 DUV의 원리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인포메이션은 28일 중국의 한 기업이 자체 개발한 이머전 DUV 장비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5대를 제작해 고객사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보도
매체에 따르면 올해 생산분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 화훙반도체와 메모리 기업인 CXMT 등 중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게 공급
중국 업체가 이머전 DUV를 제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매체는 내년에 20대가 출하될 것이라고 전했음
미국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의 ASML이 유일하게 만드는 최첨단 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 노광기의 중국 수출을 금지시켰음. 이어 2023년부터는 이머전 DUV 장비의 중국 수출마저 금지시킨 상태임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머리카락 굵기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초미세 회로를 그려 만드는 제품. 이 회로를 빛으로 새기는 장비가 노광기이고, DUV 노광기는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핵심 장비
중국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이머전 DUV는 기존 DUV보다 한 단계 진화한 기술
기존 DUV는 노광기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공기가 있었지만 이머전 DUV는 그 공간을 초순수(물)로 채움. 물은 공기보다 빛의 굴절률이 높아 빛을 더욱 정밀하게 한곳에 모을 수 있음. 쉽게 말해 카메라 렌즈의 해상도를 높여 더 선명한 사진을 찍는 원리
같은 193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파장의 빛을 사용하더라도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
이머전 DUV는 한 번의 노광으로 28나노 공정을 구현할 수 있음. 여기에 동일한 회로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새기는 멀티패터닝 기술을 적용하면 이론적으로 7나노 수준의 공정까지 구현이 가능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는 중국이 이머전 DUV 개발에 사활을 걸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음
다만 멀티패터닝은 회로를 한 번에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나눠 새기는 방식. 그만큼 공정 횟수가 늘어나고 생산 시간이 길어져 수율은 낮아지고 제조원가는 크게 높아지는 한계가 있음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이 5나노·3나노·2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에 대부분 EUV 노광기를 사용하고 있음. DUV로도 첨단 공정 구현은 가능하지만 경제성과 생산성 측면에서는 EUV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
DUV와 EUV의 가장 큰 차이는 빛의 파장
반도체 노광 기술에서는 사용하는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음. DUV는 193나노 파장의 불화아르곤(ArF) 레이저를 사용하는 반면, EUV는 13.5나노 파장의 극자외선을 이용
EUV의 파장이 DUV보다 약 14배 짧은 셈. EUV는 한 번 노광으로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어 생산성과 수율이 크게 높음
이머전 DUV는 ASML이 2006년 시장에 처음 출시. 중국 업체가 제조하고 있는 장비는 ASML의 2008년 버전 이머전 DUV와 성능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
산술적으로 ASML과 중국의 노광기 기술 격차는 18년인 셈
하지만 중국이 DUV를 국산화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한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EUV 노광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옴
중국 DUV 장비 제조사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음
중국 내에서는 화웨이의 관계사인 '위량성(宇量昇)'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
지난해 9월 파이낸셜타임스는 SMIC가 위량성이 제작한 이머전 DUV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음
2022년 상하이 푸둥신구에 설립된 위량성은 비상장사여서 매출이나 수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음
알려진 사실은 위량성 지분 50%는 상하이 시정부 산하 벤처캐피털이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중국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사이캐리어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
사이캐리어는 선전시 정부 산하 벤처캐피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음
사이캐리어의 주축이 화웨이의 정밀 장비 개발팀 팀원이라는 점에서 중국 업계는 사이캐리어를 화웨이 관계사로 받아들이고 있음
중국 DUV 개발의 의미…"반도체 자립의 마지막 퍼즐"
지난 27일 상장된 CXMT는 첫날 주가가 476% 급등하면서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음
중국의 증권 업계와 매체들은 이번 CXMT의 상장을 중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
단순한 한 기업의 IPO를 넘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중국 AI 공급망 국산화, 첨단 기술 자립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기대감이 분출됐다는 해석이 나옴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의 DUV 노광기 개발은 단순히 새로운 반도체 장비를 확보했다는 데 그치지 않음.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일부 무력화하고, 중국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음
가장 큰 의미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 중국은 그동안 화웨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 역량을 키우고, SMIC는 파운드리, CXMT는 D램, 나우라와 AMEC는 식각·증착 장비를 각각 육성해 왔음. 여기에 노광기까지 자체 공급이 가능해질 경우 EUV가 필요한 최첨단 공정을 제외한 상당수 반도체를 자국 기술만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됨
시장에서는 ASML의 사실상 독점 체제가 일부 흔들릴 가능성에도 주목
ASML은 지금까지 이머전 DUV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해 왔음
만약 중국 업체가 자국 반도체 기업에 DUV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중국 시장에서는 ASML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음
최근 ASML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장비가 ASML과 동일한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중국산 장비의 수율과 생산성, 장기 신뢰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
국내 반도체 업계도 긴장.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음
중국 발 이머전 DUV 양산이 촉발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 변동
2026년 7월 하순, 글로벌 반도체 자본 시장은 거대한 충격파에 휩싸였다. 한국경제신문의 단독 보도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을 통해, 미국의 강력한 수출 통제망에 갇혀 있던 중국이 이른바 '물 한 방울'을 활용하는 극강의 기술인 이머전(Immersion,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의 국산화 및 양산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상하이 소재의 위량성(Yuliangsheng) 등 중국 국유 자본 및 화웨이(Huawei)의 지원을 받는 기업 연합이 개발한 이 장비는, 중국 내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 핵심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주요 반도체 제조 라인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되며 시장의 극단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던 핵심 기업들의 주가는 즉각적이고 격렬하게 반응했다. 노광 장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ASML은 단일 거래일에 주가가 약 8% 가까이 급락하며 8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한국의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역시 하루 만에 주가가 14.65%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극심한 공포 심리를 반영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시기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에 신규 상장한 중국의 CXMT는 거래 첫날 공모가 대비 476% 폭등하며 단숨에 중국 본토 증시 시가총액 1위(약 717조 원)를 꿰차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시장의 반응은 단순히 특정 장비 하나가 국산화되었다는 표면적 사실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이는 2027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미국 동맹국 중심의 '최첨단 프리미엄 생태계'와 중국 중심의 '레거시(범용) 자립 생태계'로 완전히 두 동강 나는 '이원화(Bifurcation)' 현상, 즉 듀얼 마켓(Dual Market)의 본격적인 개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수출 금지 조치라는 병목 현상을 우회하여 DUV 다중 패터닝(Multi-Patterning)을 통해 독자적인 칩 생산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경우, 범용 D램 및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막대한 물량 공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공포가 선반영된 결과다.
노광 공정의 물리학적 한계와 극복: 이머전 DUV 대 EUV의 심층 비교
반도체 칩의 성능을 결정짓는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는 웨이퍼 위에 얼마나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포토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 노광) 장비의 해상도(Resolution)에 의해 결정된다. 중국이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이머전 DUV 기술과 서방 진영이 통제하고 있는 EUV 기술의 격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렌즈 광학의 물리적 법칙인 레일리 기준(Rayleigh Criterion)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다.

과거 반도체 공정의 주력 장비였던 DUV(심자외선)는 파장이 193nm였다. 회로를 더 얇게 그리기 위해 공식의 분자인 lambda를 극단적으로 줄여 13.5nm의 짦은 파장을 구현해 낸 것이 바로 EUV이다.
기술 격차의 발생: 이 파장의 한계를 가장 먼저 돌파하고 EUV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TSMC와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양산에 성공하며, 당시 도입에 머뭇거렸던 인텔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었다.
현재 EUV 장비의 파장(13.5nm)은 고정된 상태이다. 따라서 선폭 R을 더 줄이기 위해 기업들은 공식의 분모인 렌즈의 개구수 NA를 키우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새로운 격차의 전장: 기존 EUV 장비의 NA는 0.33이다. 이를 0.55로 끌어올린 차세대 장비가 바로 'High-NA EUV'이다. 분모가 커지면 해상도는 더 정교해져 2나노 이하 공정이 수월해진다.
최근 인텔은 과거의 뼈아픈 기술 격차를 단번에 뒤집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ASML의 High-NA EUV 장비를 가장 먼저 선점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TSMC와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장비 가격 대비 수율과 효율성을 꼼꼼히 따지며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ASML로부터 같은 장비를 공급받아 lambda와 NA 조건이 동일해지더라도, 모든 기업이 같은 성능의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진입 장벽인 공정 변수 k1이 중요해진다.
보이지 않는 실력 차이: 포토레지스트 재료의 혁신, 빛의 간섭을 줄이는 마스크 기술, 다중 패터닝(Multi-patterning) 기법 등을 통해 k1 값을 물리적 한계치까지 낮추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최신 장비를 들여온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파운드리의 양산 노하우와 수율 관리 능력이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기술 격차이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기술의 패권 경쟁은 레일리 기준의 분자(lambda)를 줄이고, 분모(NA)를 키우며, 변수(k1)를 극한으로 통제해 나가는 과정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향후 경쟁력과 주도권을 분석할 때, 각 기업이 이 세 가지 변수 중 어떤 것에 자본을 투입하여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 추적해 보는 것이 매우 유효하고 날카로운 접근이 될 것이다.
[ 다중 패터닝(Multi-Patterning)의 공학적 모순과 경제적 한계]
이머전 DUV 장비가 단일 노광으로 구현할 수 있는 38nm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7nm 이하의 초미세 첨단 로직 공정이나 1a/1b/1c 나노급 초고밀도 D램을 제조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가 고안한 궁여지책이 바로 다중 패터닝(Multi-Patterning) 기술이다.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 역시 ASML의 DUV 장비와 자기정렬 사중 패터닝(Self-Aligned Quadruple Patterning, SAQP) 기술을 조합하여 7nm 급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데 성공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러나 다중 패터닝 기술은 반도체 공정 경제학과 수율 측면에서 치명적인 페널티를 동반한다. SAQP 공정은 원하는 미세 패턴을 얻기 위해 맨드렐(Mandrel) 패터닝, 첫 번째 스페이서(Spacer) 증착 및 이방성 식각, 맨드렐 제거, 두 번째 스페이서 증착 및 식각 등의 과정을 반복하여 원래 패턴 밀도의 4배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7nm 공정의 단일 레이어를 형성하기 위해 무려 4장의 마스크가 필요하며, 증착, 식각, 세정 등의 개별 공정 스텝이 30개 이상 추가된다.
스텝 수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필연적으로 제조 원가를 상승시키고 사이클 타임(Cycle Time)을 비약적으로 늘린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수율(Yield)의 급감이다. 회로를 여러 번 나누어 그리고 깎아내는 과정에서 층과 층 사이의 미세한 정렬 오차인 오버레이 에러(Overlay Error)와 엣지 플레이스먼트 에러(Edge Placement Error, EPE)가 누적되며, 선폭 거칠기(Line Edge Roughness, LER)가 심화되어 트랜지스터의 전기적 특성을 훼손한다. 연구에 따르면 SAQP를 통한 7nm 공정의 초기 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하며, 극도의 수율 최적화를 거치더라도 다중 패터닝으로 인한 결함 발생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결국 DUV를 활용한 첨단 공정 구현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천문학적인 보조금 없이는 상업적인 자생력을 확보하기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 EUV 리소그래피: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과 초미세 공정의 당위성 ]
다중 패터닝의 경제적 한계 곡선이 교차하는 7nm 이하 노드에서 EUV(극자외선) 장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EUV는 불화아르곤 엑시머 레이저 대신 고출력 레이저로 주석(Sn) 플라즈마를 타격하여 얻어지는 13.5nm 파장의 극자외선을 광원으로 사용한다. 이는 DUV 파장의 14분의 1에 불과한 극도로 짧은 파장이다.
파장이 짧아진 덕분에 EUV는 NA가 0.33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노광(Single Exposure)만으로 13nm 하프피치 이하의 미세 회로를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DUV SAQP 방식이 4개의 마스크와 30여 개의 공정 스텝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EUV는 이를 단 1장의 마스크와 8개 남짓한 공정 스텝으로 단축시킨다. 장비 대당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다중 패터닝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소재 비용, 장비 감가상각, 그리고 치명적인 수율 저하를 고려할 때 '웨이퍼당 생산 비용(Cost per Wafer)' 측면에서 EUV가 압도적인 경제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표 1. 반도체 미세 공정 노드별 DUV 다중 패터닝과 EUV 단일 노광의 기술적·경제적 비교 분석
다만 EUV 공정 역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존재한다. 13.5nm 광자의 에너지는 기존 193nm 대비 14배가량 높기 때문에, 동일한 에너지를 웨이퍼에 전달할 때 광자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해지는 포톤 샷 노이즈(Photon Shot Noise)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무작위적으로 패턴이 끊기거나 이어지는 확률론적 결함(Stochastic Defects)이 발생하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 노광 도즈(Dose)를 높이면 공정 처리량(Throughput)이 하락하는 상충 관계(Trade-off)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번의 식각 공정이 유발하는 구조적 오차에 비하면 EUV가 제공하는 회로의 정밀도와 비용 효율성은 현대 반도체 생산에 있어 불가역적인 표준이 되었다. 중국이 DUV 양산에 성공했음에도 근본적인 기술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빅펀드 3기와 중국 반도체 '소부장' 굴기의 현주소
서방 진영의 첨단 기술 봉쇄 속에서도 중국 반도체 산업은 붕괴하기는커녕 강력한 거국 체제(Whole-of-Nation)를 기반으로 자립 생태계를 놀라운 속도로 고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24년 5월 공식 출범한 3,440억 위안(약 64조 6,000억 원, 47.5억 달러)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 투자펀드(빅펀드) 3기'가 존재한다.
[ 양적 팽창에서 질적 자립으로: 빅펀드 3기의 자원 배분 재편]
과거 빅펀드 1기(1,387억 위안)와 2기(2,041억 위안)는 주로 파운드리 및 메모리 제조 시설(Fab)의 양적 캐파 확장에 자금의 대부분(약 67%)을 집중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가 파운드리를 넘어 노광, 식각, 증착 등 전공정 핵심 장비와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로 확대되자, 중국 정부는 빅펀드 3기의 전략 목표를 전면 수정했다.
3기 펀드는 반도체 가치사슬 내에서 외산 의존도가 절대적인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point)'를 해소하는 데 자본을 집중 투하하고 있다.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을 넘어,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생태계를 통째로 복제하겠다는 의도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 아래 중국 내 주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식각 및 증착 장비 기업인 나우라(NAURA, 북방화창)는 7nm 노드 식각 장비의 부품 국산화율을 90% 이상 끌어올리며 2023년 글로벌 장비 기업 매출 10위권에 최초로 진입했다. AMEC(중미반도체설비)과 파이오테크(Piotech) 역시 3D NAND 및 첨단 패키징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 등에서 서방 장비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 내 전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35%를 상회하였으며, 식각 및 박막 증착 등 특정 공정의 경우 국산화율이 40~50%를 넘어서는 등 2027년까지 국산화율 70% 달성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신규 팹 인가 시 국산 장비 채택 비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암묵적인 강제 조항을 적용하여 자국 장비사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돕고 있다.
[ 창신메모리(CXMT)의 대규모 증설과 글로벌 메모리 생태계 위협]
한국의 '빅2'를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쟁자는 중국 유일의 D램 양산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다. CXMT는 미국의 블랙리스트 제재 유예를 교묘히 활용하며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 커촹반 IPO를 통해 최대 666억 위안(약 14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급 자금을 조달한 CXMT는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베이징, 허페이, 상하이 등지에 대규모 12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CXMT의 웨이퍼 투입 기준 생산 능력(WSPM)은 2020년 월 4만 장 수준에서 2026년 말 기준 월 35만 장 규모로 무려 9배 가까이 폭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 능력(월 37만 5천 장)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가공할 만한 수치다. 글로벌 메모리 업계의 표준적인 클린룸 건설 주기가 21~24개월인 반면, CXMT는 거대한 국가 자본과 전폭적인 행정 지원을 바탕으로 이를 12개월로 단축시키는 극단적인 속도전을 전개하고 있다.
표 2. 주요 글로벌 D램 제조사의 중장기 웨이퍼 생산 능력(WSPM) 전망 및 대응 전략 종합
CXMT의 이러한 물량 공세는 이미 시장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19nm(G1) 및 17nm(G2) 노드를 기반으로 한 LPDDR4 및 DDR4 메모리 시장을 넘어, 최근에는 16Gb 및 24Gb 규격의 DDR5 칩(8,000 MT/s)과 LPDDR5X 등 최신 규격 제품까지 양산하여 레노버, 화웨이, 샤오미 등 자국 고객사뿐만 아니라 커세어(Corsair) 등 해외 서드파티 모듈 업체에까지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CXMT의 D램 매출 기준 글로벌 점유율은 2025년 4분기 7.7%에서 현재 8% 수준으로 뛰어올랐으며, 2028년경에는 18%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 년간 주도해온 D램 시장의 과점 체제에 근본적인 균열을 낼 수 있는 위협 요소다.
[ 중국 반도체 자립의 치명적 한계: HBM과 첨단 공정의 딜레마]
그러나 CXMT와 중국 반도체 산업의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EUV 장비의 부재가 초래하는 구조적인 유리천장이 존재한다. 그 한계가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영역이 바로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다이(Die)를 수직으로 적층한 후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연결하는 3D 패키징 기술의 정수다. HBM은 적층되는 개별 D램 다이의 불량률이 최종 패키징 수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학적으로, 단일 D램 다이의 수율이 99%일 때 12단(12-Hi) HBM 스택의 최종 수율은 약 88.6%로 양호하지만, 다이 수율이 95%로 조금만 하락해도 12단 적층 시 수율은 54%로 급락한다. 즉, D램 기초 설계와 회로 패터닝의 완벽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수익성 있는 양산이 불가능하다.
CXMT는 2026년 상반기까지 4세대 HBM(HBM3)의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거듭된 수율 확보 실패와 칩 구동 시 발생하는 극심한 발열 문제로 인해 양산 일정을 2026년 말 이후로 전면 연기했다. EUV 노광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고 기존 DUV를 활용해 무리하게 10나노급 후반의 트랜지스터를 구현하려다 보니 회로 선폭의 거칠기(LWR)가 심해져 누설 전류가 증가하고 발열 통제에 실패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블랙웰(Blackwell) 및 차세대 루빈(Rubin) 아키텍처가 5세대(HBM3E)를 넘어 6세대(HBM4)를 요구하고 있는 2026년 현재 상황에서, HBM3 단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CXMT의 기술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비 최소 2.5세대에서 3년 이상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중국의 자립화는 '범용(Legacy)' 제품에서는 물량 공세를 통해 위협이 될 수 있으나, AI 연산 등 고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인 '선단(Advanced)' 영역에서는 서방 진영을 뛰어넘지 못하는 명확한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반격과 지정학적 공급망 리스크: MATCH 법안의 파괴력
중국의 이러한 레거시 반도체 점유율 확대와 이머전 DUV 양산 시도에 대해 미국은 새로운 차원의 입법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6년 4월,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반도체 수출 통제 패키지를 통과시켰으며, 그 핵심에 'MATCH 법안(Multilateral Alignment of Technology Controls on Hardware Act)'이 자리하고 있다.
[ 장비 유지·보수(Servicing)의 전면 금지: 중국 반도체 생산의 마비 위협]
기존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7nm 이하의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신규 장비(EUV 등)' 수출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MATCH 법안은 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법안의 핵심은 중국에 '이미 설치되어 가동 중인' 구형 이머전 DUV 및 식각 장비에 대한 모든 종류의 유지·보수(Servicing),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그리고 교체 부품 제공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규제 대상 기업 명단(Covered Facilities)에는 SMIC, 화훙반도체, 화웨이 등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CXMT, YMTC와 같은 메모리 기업까지 예외 없이 포함되었다.
초정밀 광학계의 집합체인 노광 장비는 24시간 가동되며, 렌즈 세척, 레이저 광원 교체, 오버레이 정렬 캘리브레이션 등 제조사인 ASML 엔지니어들의 정기적인 유지 보수가 없으면 수주~수개월 내에 치명적인 오차가 발생하여 수율이 급감하고 결국 가동이 중단된다. 미국은 자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확대 적용하여, ASML(네덜란드)과 니콘(일본) 등 동맹국 기업들이 150일 이내에 미국의 통제 수준에 맞추어 중국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일방적인 독자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 중국 이머전 DUV 국산화 발표의 이면과 '듀얼 마켓'의 고착화]
이러한 지정학적 압박을 고려할 때, 최근 언론을 장식한 중국 위량성(Yuliangsheng)의 이머전 DUV 국산화 발표는 단순한 기술적 승리가 아니라 MATCH 법안 등 미국의 극한 제재로 인해 기존 보유 장비들이 멈춰 설 위기에 처하자 다급하게 띄운 생존 래토릭(Rhetoric)에 가깝다고 분석할 수 있다. Yuliangsheng이 2026년에 5대, 2027년에 20대 규모의 자체 장비를 생산한다고 할지라도, 매년 100~200대의 신규 장비가 필요하고 기존 수백 대의 장비를 교체해야 하는 거대한 중국 내 수요를 충당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아가, 자체 생산한 장비가 글로벌 표준인 ASML의 오버레이 정밀도(매칭 알고리즘 등)를 단기간 내에 완벽하게 모방하여 양산 라인에 부작용 없이 통합될 수 있을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첨단 프리미엄 제품과 범용 제품 간의 공급망이 완전히 분리되는 이른바 듀얼 마켓(Dual Market)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프리미엄 AI 및 첨단 칩 생태계: 미국 기술 동맹(엔비디아, 애플,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이 독점하며, EUV 장비와 TSV 기반 첨단 3D 패키징이 이끄는 고부가가치 시장. 철저한 기술 장벽(초크포인트)을 통해 경쟁자의 진입을 원천 봉쇄한다.
레거시(범용) 칩 자립 생태계: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과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자립화된 소부장을 활용해 범용 반도체(DDR4, 자동차용 전력반도체 등)를 쏟아내며 저가 물량 공세로 글로벌 범용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는 시장.
이러한 이원화 구조 속에서, 한국의 소부장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으로 인해 대중(對中) 수출이 급감하는 수익성 악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범용 시장에서의 가격 출혈 경쟁을 피하고, 철저히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해답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빅2(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패키징 초격차 전략과 경쟁력 우위
중국의 위협적인 물량 공세와 메모리 캐파 확장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한국의 반도체 빅2는 철저히 '프리미엄화'와 '수율 안정성'에 집중하며 HBM 세대 교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놓고 양사가 취하는 기술적 접근 방식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 SK하이닉스: MR-MUF 진화와 1c D램 EUV 전면 적용을 통한 수율 지상주의]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약 50%를 상회하는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철저히 검증된 양산 수율을 바탕으로 엔비디아(NVIDIA) 등 빅테크와의 끈끈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 경쟁력의 핵심은 독자적인 어드밴스드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패키징 기술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보호재를 깔아주는 삼성전자의 방식(TC-NCF)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칩을 일괄 적층한 뒤 칩과 칩 사이의 빈 공간에 액체 형태의 보호 캡슐재를 단번에 주입하여 열을 가해 굳히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공정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를 뿐만 아니라 발열 제어 측면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4(16단 적층) 세대에서도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로 급진적인 전환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MR-MUF 공정의 소재 특성을 극대화하여 16단 양산에 적용하는 '진화적 안정성'을 택했다. 이는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가 HBM4 패키지 두께 제한 규격을 기존 720㎛에서 775㎛로 완화함에 따라, 굳이 범프(돌기)를 없애는 고난도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하지 않고도 16단을 쌓을 수 있는 물리적 여유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동시에 SK하이닉스는 차세대 1c(10나노급 6세대) D램 생산 공정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기존 DUV 기반의 다중 패터닝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무려 6개의 레이어에 EUV 노광 공정을 전면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단일 노광을 통해 셀 본연의 수율과 전기적 성능(누설 전류 감소, 고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림으로써, HBM4의 베이스가 되는 기본 D램 다이의 품질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2026년 7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265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거대한 잉여 자금을 선제적으로 조달하여, HBM 전용 패키징 라인과 용인 메가 클러스터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강력한 재무적 해자(Financial Moat)를 구축했다.
[ 삼성전자: 하이브리드 본딩 승부수와 파운드리 턴키(Turn-key) 역량의 반격]
반면, HBM3E 시장 진입 과정에서 발열 및 수율 안정화 문제로 상대적으로 고전했던 삼성전자는 HBM4를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벼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적용해 온 TC-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필름) 기술은 적층 단수가 12단, 16단으로 높아질수록 물리적인 두께 제어와 공정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 한계를 근본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칩 사이의 범프를 완전히 없애고 구리 배선끼리 직접 맞붙이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을 경쟁사보다 선제적으로 HBM4 라인에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또한 2026년 2월, 업계 최초로 HBM4 베이스 다이에 1c D램을 적용한 양산 출하에 성공하며 기술적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 설계, 제조, 첨단 패키징, 그리고 로직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능력을 모두 내재화하고 있는 '종합 반도체 플랫폼(IDM)'이라는 점이다. HBM4부터는 고객사(엔비디아, AMD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메모리 맨 아래층에 위치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를 로직 공정(TSMC 5nm/3nm 등)으로 제작해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자사의 첨단 파운드리 역량을 십분 활용해 설계부터 양산까지 원스톱(Turn-key)으로 제공할 수 있는 독보적인 수직 계열화 시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삼성전자의 이러한 통합 역량을 높이 평가하여, 2027년 HBM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46%)가 SK하이닉스(37%)를 역전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시사점>
중국이 마침내 이머전(액침) DUV 노광장비 국산화와 양산에 나섰다는 소식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습니다. 미국의 첨단 기술 봉쇄에도 중국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며 공급망 질서를 바꾸려 한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기술과 경제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DUV 국산화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성숙공정에서 의미 있는 자립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성과이지만 그것이 곧 첨단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DUV는 다중 패터닝을 통해 일정 수준까지 미세화를 구현할 수 있지만,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생산원가는 급증하고 수율은 떨어집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첨단 AI 반도체 시대의 핵심인 HBM과 초미세 메모리는 결국 EUV와 첨단 패키징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 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이제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두 개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동맹국이 주도하는 AI·HBM·최첨단 공정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국가 보조금을 앞세워 자립을 추진하는 범용 반도체 시장입니다. 효율 중심의 세계화가 기술안보 중심의 블록화로 바뀌면서 '듀얼 마켓'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의 거센 추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3,440억 위안 규모의 빅펀드 3기는 제조시설 확충을 넘어 노광·식각·증착 장비와 소재, 설계 소프트웨어까지 공급망 전반의 자립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특히 CXMT를 중심으로 한 D램 증설은 범용 메모리 시장의 가격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도 부담 요인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단기간에 넘기 어려운 장벽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생산량이 아니라 수율과 신뢰성입니다. HBM은 개별 메모리 칩의 품질이 최종 제품의 수율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EUV 공정과 첨단 패키징, 오랜 공정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으면 상업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국가 보조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닙니다.
미국 역시 중국의 자립 시도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첨단 장비의 신규 수출을 막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미 설치된 장비의 유지·보수까지 제한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술패권 경쟁이 장비 판매를 넘어 서비스와 운영 능력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선택지는 분명합니다. 범용 시장에서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은 승산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AI 메모리, 첨단 패키징, 차세대 HBM, 하이브리드 본딩 등 기술 초격차를 더욱 벌리는 것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집중해야 할 분야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데, 연구개발 세제 지원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확충은 물론, 반도체 인재 양성과 첨단 장비 공급망 안정화에 더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단기 실적이 아니라 10년 후 기술 경쟁력을 보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은 이제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전장이 됐습니다. 중국의 DUV 국산화는 분명 새로운 변수이지만,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장비 한 대가 아니라 기술의 깊이와 생태계의 완성입니다. 한국 반도체가 지켜야 할 길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더욱 넓히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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