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던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처리 일정이 또 다시 뒤로 밀렸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미국 상원이 당장 급한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공직자 임명 절차와 러시아 제재 법안을 먼저 처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인데요. 원래 상원 여당인 공화당은 이번 주에 법안의 토론 절차나 토론 시간제한 등을 정하는 절차적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상원 원내대표인 존 튠(John Thune) 의원이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재 74명을 일괄 승인하는 절차를 우선 신청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상원은 당장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에 대한 인문 청문회 투표를 진행하고, 곧바로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의원이 발의한 대(對)러시아 제재 법안 처리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존 튠 원내대표는 이번 인사가 마무리되면 거의 모든 지명자에 대한 승인이 완료되는 셈이라며 공화당의 주요 국정 과제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클래리티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는 투표는 아무리 빠라도 다음 주나 되어야 가능한 상황인데요. 문제는 상원의 여름 휴회가 오는 8월 8일부터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법안을 논의하고 처리할 수 있는 남은 시간이 불과 며칠밖에 되지 않는 셈이죠.

사실 클래리티 법안은 지난 6월 상원 안건으로 올려진 이후 민주당의 윤리 규정 요구와 은행권의 로비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계속 미뤄져 왔습니다. 특히 스태블코인의 이자 수익 제공 방식을 두고 은행권의 반발이 거센 상황인데요. 여기에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암호화폐 시장의 사기 행위를 단속할 주 정부의 사법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의회에 법안 통과 반대를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법률 위반 여부를 연방 법무부만 단속할 게 아니라 주 검찰에도 단속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암호화폐 업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차스 슈왑(Charles Schwab),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Fidelity),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그레이스케일(Grayscale) 같은 금융 공룡들까지 나서서 휴회 전에 법안을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이번 여름에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암호화폐 시장의 틀을 잡는 이 주요 법안이 무려 2027년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연기와 난항 때문에 올해 안에 이 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이미 38%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인데요. 남은 짧은 기간 동안 상원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투자자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