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홈플러스 67개 대형마트의 불이 한꺼번에 꺼졌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운영자금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재오픈 시점은 달력에 적힌 날짜가 아니라 

2,000억 원의 긴급 운영자금이 실제로 들어오는 날에 달려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자금이 확보되면 약 7일 안에, 8월 7~10일 전후를 

목표로 67개 점포의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문을 여는 것과 정상적으로 장을 볼 수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이 다시 들어오고,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이 

정상적으로 움직여야 비로소 예전처럼 쇼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홈플러스는 이번 재개장을 계기로 기존 대형마트 형태가 아닌

 600~1,000평 규모의 식품·PB(자체브랜드) 중심 매장으로 

운영 방식을 바꿀 계획도 내놨습니다.


결국 이번 회생의 핵심은 매장을 다시 여는 것이 아니라 끊어진

 공급망과 협력사의 신뢰를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00억 원은 시작일 뿐입니다


이번에 투입되는 2,000억 원은 기업회생 절차에서 사용하는 

DIP 금융(긴급 운영자금)입니다.


쉽게 말하면 예전 빚을 한 번에 갚는 돈이 아니라, 

매장을 다시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금이라고 보면 됩니다.


홈플러스는 이 돈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협력사 상품대금을 지급하고, 

밀린 임대료와 전기·수도요금 같은 필수 운영비를 정리할 계획입니다.


이후에는 직원들의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소상공인에게 지급하지 못했던 

정산금도 순차적으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 순서를 보면 현재 홈플러스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마케팅이나 대규모 할인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멈춰버린 영업부터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2,000억 원은 회생의 완성이 아니라 다시 출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발판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회사 측은 비용 절감과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향후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지만,

이 역시 상품 공급이 정상화되고 고객들이 다시 매장을 찾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결국 매대를 채우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홈플러스는 현재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협력업체들을 설득하며 초기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업 중단 직전에는 신선식품이 사라진 매대를 채우기 위해 프라이팬과 

냄비를 진열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빈 공간은 다른 상품으로 채울 수 있어도, 고객이 원하는 식재료까지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문이 아니라 협력사들이

 다시 물건을 보내줄 수 있느냐입니다.


많은 납품업체들은 아직 정산받지 못한 대금이 남아 있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계약보다 먼저 "이번에는 정말 돈을 받을 수 있을까?"를 

확인하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대출 승인이 났다고 해서 협력사의 불안까지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대금이 지급되고 거래가 이어져야 신뢰도 함께 회복됩니다.


이 때문에 67개 점포를 모두 다시 연다고 하더라도 상품 공급 속도에 따라 

일부 매장은 순차적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홈플러스의 진짜 시험대는 매장 오픈이 아니라 비어 있던 매대가

 언제 다시 채워지느냐입니다.







매장이 작아지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번 재개장에서는 기존 대형마트 모습이 일부 달라질 예정입니다.


홈플러스는 기존처럼 넓은 복층 매장 대신 600~1,000평 규모의 

식품 중심 매장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선식품과 생필품, PB상품처럼 회전율이 높은 품목에 집중해 

운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넓은 매장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관리비와 인건비, 재고 부담도 그만큼 커집니다.


반면 규모를 줄이면 판매가 잘되는 상품 위주로 운영할 수 있어 

현금 흐름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단점도 있습니다.


상품 종류가 줄어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전략이 성공할지는 지역별 고객 수요와 상품 구성에 달려 있습니다.








PB가 늘어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홈플러스는 미국의 유명 유통기업 트레이더 조(Trader Joe's)와

 비슷한 운영 방식을 참고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식품과 PB상품 비중을 높이고 운영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트레이더 조는 오랜 시간 구축한 공급망과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PB를 성공시켰습니다.


반면 홈플러스는 지금 협력사들과의 관계부터 다시 회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PB상품을 많이 늘린다고 고객이 자동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협력사가 거래 조건을 쉽게 바꿔주는 것도 아닙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 품질이 꾸준히 유지되고, 언제 가도 원하는 

상품을 살 수 있어야 비로소 PB의 경쟁력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PB는 회생을 보장하는 만능카드가 아니라 공급망과 신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온라인 쇼핑도 바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 서비스 역시 한 번에 모두 재개되지는 않습니다.


우선 수도권 16개 점포를 중심으로 운영을 시작한 뒤 

배송 가능 지역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모든 지역의 당일배송이 바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상품권 사용 여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모든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방문 전에 홈플러스 공식 홈페이지나 고객센터를 통해 

최신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회생은 재무제표의 숫자일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훨씬 단순합니다.


주문이 정상적으로 되는지, 원하는 상품이 있는지, 

결제가 문제없이 되는지가 곧 회복의 기준이 됩니다.








진짜 회생은 매대가 다시 채워질 때 시작됩니다


홈플러스가 확보한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단순히 문을 다시 여는 것이 아니라, 9월 초까지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공급사가 돌아오지 않으면 매장은 다시 열려도 비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객이 돌아오지 않으면 상품은 팔리지 않고 현금도 돌지 않습니다.


결국 이번 재개장의 성패는 화려한 오픈 행사나 PB 확대가 아닙니다.


협력사가 다시 믿고 납품하고, 고객이 다시 찾는 매장을 만드는 것.


그 신뢰가 회복될 때 비로소 홈플러스의 회생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매장의 불이 다시 켜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비어 있던 

매대가 다시 채워지는 순간입니다. 그것이야말로 홈플러스가 

진짜로 돌아왔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