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믿음직한 현금 자판기마저, 이제는 버는 것보다 더 쓴다.”
로이터통신이 알파벳의 2026년 2분기 실적을 두고 남긴 평가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004년 나스닥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우려보다는 오히려 기대에 가까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잘 벌고, 더 많이 썼다
숫자만 보면 알파벳의 본업은 흠잡을 데가 없다. 2분기 매출은 1,19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4% 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검색 사업은 17%, 유튜브 광고는 13%, 구독·플랫폼 사업은 15% 성장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도 391억 달러로 41% 늘었다.
문제는 쓴 돈이 번 돈보다 더 빨리 늘었다는 데 있다. 2분기 설비투자는 448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두 배 급증했다. 대부분 AI 인프라, 즉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에 들어갔다. 그 결과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58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장 이후 2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알파벳은 왜 멈추지 않을까
알파벳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판을 더 키웠다.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 1,800억~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는 내년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공격적 투자를 뒷받침하는 건 구글 클라우드 사업의 폭발적 성장이다. 2분기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대비 82% 늘어난 248억 달러를 기록했다.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 외부에 임대하는 사업 모델이 실제로 돈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자원 배분의 최우선 순위로 AI 모델 개발을 꼽았다. 대규모언어모델을 학습시키려면 GPU와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엔비디아 GPU를 대체하기 위한 자체 TPU 개발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구글은 최근 제미나이 3.6 플래시 등 신규 모델을 선보였지만, 오픈AI·앤트로픽 등 경쟁사에 비해 최상위 모델 경쟁력이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투자를 늦출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돈은 어디서 났나
가용 현금만으로는 부족했다. 알파벳은 2분기에만 보통주 305억 달러, 전환우선주 191억 달러를 발행했고 회사채로도 248억 달러를 조달했다. 아슈케나지 CFO는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현금으로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본 뒤 차입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쓸 수 있는 현금을 모두 쏟아붓고도 모자라 외부 자금까지 끌어왔다는 의미다.
셰이 볼루어 퓨처럼에퀴티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런 흐름을 두고 “빅테크는 원래 매출이 투자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경량 자산 플랫폼이었지만, 이제는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에 의존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AI 경쟁이 결국 누가 더 많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엔 오히려 호재
역설적이게도 알파벳의 현금흐름 악화는 반도체 업계엔 반가운 소식으로 읽혔다. 빅테크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이 쓴다는 건, 그만큼 GPU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꺾이지 않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적 발표 다음 날 삼성전자는 3.65% 오른 27만 원, SK하이닉스는 4.86% 상승한 191만 9,000원에 장을 마감하며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를 잠재웠다.
피차이 CEO는 이날 “1년 전보다 상황이 오히려 나아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투자를 늘리는 알파벳의 베팅이, AI 인프라를 둘러싼 빅테크 간 자본 경쟁이 당분간 식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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