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는 꼭 한 명씩 이런 선배가 있습니다.
주식시장만 떨어지면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말이죠.
제가 있는 부서에도 그런 선배가 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국내 주식에 크게 물린 뒤부터 지금까지도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입니다.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할 때도, "이렇게 큰 버블은 처음 본다",
"곧 폭락한다"는 이야기를 점심시간마다 반복했습니다.
솔직히 반박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이미 확신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 괜히 말싸움만 될 것 같아 그냥 듣고 넘기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부서 전체가 2주 가까이 패닉에 빠졌고,
저 역시 이렇게까지 급격한 하락장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선배의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특히 SK하이닉스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200만 원도 비쌌다",
"150만 원도 못 버틴다"며 매일같이 강의를 시작했죠.
선배가 말한 '150만 원도 위험한 이유'
선배의 주장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영업이익이 너무 빠르게 늘어난 건 비정상이다."
"반도체 산업을 오래 봤지만 이런 실적은 오래갈 수 없다."
"지금 수익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여기에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한국 증시는 이미 레버리지 때문에 도박판이 됐다."
"이런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계속 오를 거라고 믿는 게 더 위험하다."
솔직히 일부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객관적인 분석보다는 과거 투자 실패에서
나온 감정이 더 많이 섞여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는 차트를 보여주며 자신의 목표가까지 제시했습니다.
현재 추세라면 157만 원 부근의 지지선이 무너지면 중간 매물대가
거의 없기 때문에 150만 원까지는 빠르게 밀릴 가능성이 높고,
이후에는 다음 지지선인 115만 원까지도 열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떨어지는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반박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괜히 "희망회로 돌리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냥 듣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정말 기업이 문제일까?
자료를 하나씩 찾아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지금 SK하이닉스가 하락하는 이유는 기업이 갑자기 나빠져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근 시장을 흔든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그 여파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유가는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줍니다.
공장 연료비는 물론이고 물류비와 전기요금까지 함께 오르면서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민하게 되죠.
문제는 지금 글로벌 경기가 AI 산업을 제외하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상황에서 금리 부담까지 커지면 경기 둔화가 심해질 수 있고,
심하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결국 최근 증시 하락의 핵심은 SK하이닉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일 겁니다.
"SK하이닉스는 어디까지 떨어질까?"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시점에서 150만 원이 바닥인지,
아니면 100만 원까지도 열려 있는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워낙 크고 레버리지 자금까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한 가지는 눈에 들어옵니다.
주가가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거래량이 꾸준히 붙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계속 매도하고 있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그 물량을 받아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장 급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을
다지는 과정이 먼저 나올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더 주목하는 것은 최태원 회장의 시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차트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 경영진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오히려 고객들의 부담이 커지고
수요가 둔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익률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당장의 이익보다 시장을 키우는 전략을 선택한다는 것은 장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AI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한다면,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춘 기업이 결국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방향'
반도체 가격이 계속 치솟기만 한다면 빅테크 기업들은 대체 기술을
찾거나 투자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AI 투자는 더 오래, 더 크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단기적인 주가보다 AI 산업의 성장성과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SK하이닉스가 단기적으로 150만 원 아래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기업의 미래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공포가 가장 클 때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집니다.
이번에도 "150만 원도 못 지킨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만 보고 기업의 미래까지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는 지금도 SK하이닉스의 장기 경쟁력과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하락도 결국은 지나가는 과정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시장이 다시 안정을 되찾는 날,
그때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 선배와 한번 웃으며 이야기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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