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크게 흔들리던 날, 가장 많이 들렸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이 최대 74조 원어치를 팔 수 있다"는 이른바 매도 폭탄설이었죠.
주변에서도 "국민연금까지 팔기 시작하면 증시가 더 무너지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를 확인해 보니 시장에서 떠돌던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국민연금은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달 들어 SK하이닉스를 약 3,700억 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왜 모두가 불안해하던 시점에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였을까요?
74조 매도설, 정말 사실이었을까?
최근 국내 증시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겹치면서
큰 폭으로 흔들렸습니다.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약 11조 원이나 순매도했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죠.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해 최대 74조 원까지 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연기금의 움직임은 달랐습니다.
7월 들어 연기금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276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최대 74조 원 규모의 매도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지만,
실제로 외국인은 약 11조 원을 순매도했고 연기금의 7월 누적 순매도는 약 276억 원에 그쳤습니다.
즉, 시장이 우려했던 대규모 매도는 현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셈입니다.
폭락장에서 3,700억 원 담았다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흥미로운 점은 국민연금이 시장 전체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일부 우량주는 적극적으로 매수했다는 것입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0일까지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였습니다.
순매수 규모는 3,693억 원으로, 사실상 3,700억 원에 달했습니다.
2위인 S-Oil보다도 두 배 이상 많은 규모입니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1위는 SK하이닉스로 약 3,693억 원을 순매수했고,
2위는 S-Oil 1,590억 원, 3위는 SK이노베이션 1,531억 원, 4위는 대한항공 932억 원,
5위는 하나금융지주 929억 원 순이었습니다.
즉, 국민연금은 시장이 흔들린다고 무조건 주식을 던진 것이 아니라,
가격이 크게 빠진 우량 기업을 선별해서 담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30% 넘게 빠졌는데도 산 이유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단기간에 30% 이상 급락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와 외국인의 차익실현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낙폭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번 하락을 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진 결과가 아니라,
단기적인 수급 충격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 기업입니다.
주가는 크게 빠졌지만 AI 시대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시장 경쟁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죠.
결국 국민연금은 기업의 가치보다 주가가 더 많이 빠졌다고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피크아웃? HBM 수요도 꺾일까?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판단은 맞는 걸까요?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업황 우려는 인정하면서도 HBM과
고성능 D램의 장기 성장성에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① AI 투자 열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습니다.
AI 모델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고성능 메모리와 반도체가 필요합니다.
즉,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한 HBM 수요 역시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② 공급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HBM과 고성능 D램의 공급 부족이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지만 생산시설 확대와 수율 안정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역시 이런 장기적인 산업 성장성을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점
국민연금이 SK하이닉스를 샀다고 해서 주가가 바로 반등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변동성은 충분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공포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연기금 매수는 시장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물론 연기금의 매수만으로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모두 받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릴 때는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바닥을 다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수급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가 하락과 기업 가치 하락은 다르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주가가 떨어졌는지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이 실제로 훼손됐는지입니다.
주가가 많이 빠졌다고 해서 모두 저평가인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실적과 경쟁력이 그대로인데 단기적인 수급 때문에 주가가 급락했다면
장기 투자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이번 투자에서 단기 주가보다 HBM 경쟁력과 AI 반도체
시장의 장기 성장성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저 역시 시장이 급락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더 떨어지는 거 아닐까?"입니다.
외국인이 수조 원씩 팔고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면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 따질 여유보다 현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의 움직임을 보면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장기 투자자는 공포에 휩쓸리기보다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먼저 살펴본다는 점입니다.
물론 국민연금이 샀다고 무조건 따라 투자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시장이 크게 흔들릴수록 주가가 빠진 것과 기업 가치가 무너진 것은
반드시 구분해서 바라보는 습관이 장기 투자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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