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전력난의 새로운 해법을 찾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AI) 기술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전력 부족’입니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IT 인프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데,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를 지을 부지와 이를 연결할 전력망을 확보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특히 해안이나 도서 지역은 전력망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해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FSMR(부유식 소형모듈원전)’입니다.
FSMR이란 무엇인가
FSMR은 Floating Small Modular Reactor의 약자로, 쉽게 말해 소형모듈원전(SMR)을 배 위에 얹어 바다에 띄우는 방식의 발전 설비입니다. 원전을 육지가 아닌 해상 구조물에 설치함으로써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필요한 해역으로 이동시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FSMR을 ‘바다 위 원자력발전소’라 부르기도 합니다.
삼성중공업, 미국 원전 명가와 손잡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중공업이 의미 있는 행보에 나섰습니다. 지난 22일, 삼성중공업은 미국의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사전트앤런디(Sargent & Lundy, S&L)와 범용 FSMR 표준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전트앤런디는 1891년 설립되어 70년 넘게 전 세계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유서 깊은 기업입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특정 원자로 노형에 얽매이지 않는 ‘범용 플랫폼’을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즉, 어떤 제조사의 SMR이든 유연하게 탑재할 수 있는 표준화된 해상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사의 선택지를 넓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개념설계를 넘어 상업화로
지금까지 FSMR 관련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개념설계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번 협약은 이를 실제 상업화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발판으로 풀이됩니다. 양사는 앞으로 기술 개발은 물론 인허가 지원, 건조 계획 수립, 실제 해역 배치 전략에 이르기까지 사업화 전 단계에서 협력하며, 국제 및 미국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입니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쌓아온 해양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에 사전트앤런디의 원전 엔지니어링 기술력을 더해, 새로운 해상 원전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삼성중공업 측은 이번 협약이 FSMR 기술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조선업 강자였던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사업 반경을 넓히려는 시도가, 향후 K-원전과 K-조선의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AI발 전력 수요 폭증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바다를 새로운 발전소 부지로 삼으려는 이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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