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가장 중요하면서도 종종 간과되는 것이 바로 특약사항이다.
계약서 본문에 다 담을 수 없는 세부 내용을 특약으로 명시함으로써, 계약 당사자 간의 책임과 권한을 더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특약사항을 미리 정리해서 부동산 소장님께 전달하는 방식은 실무에서 흔히 쓰이는 루틴이다. 예를 들어 계약 2일 전, 아래와 같이 요청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목요일 계약을 앞두고 계약서 작성 관련하여 요청사항이 있어 연락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계약서에 아래 특약사항을 반드시 포함해달라고 요청하고 수요일까지 특약사항이 포함된 계약서 초안을 사진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식이다.

요청 특약사항은 다음과 같다.
현 시설 상태의 계약이며…
임차인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임차인은 만기 4개월 전 통보한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 특약 조항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 조항이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법적인 측면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풀어본다.

현 시설 상태 기준 계약 + 수선 책임 분리 명시
특약문구: 현 시설 상태의 계약이며, 시설물 파·훼손 시 임차인은 원상복구한다. 단, 건물 노후로 인한 파·훼손은 임대인의 책임으로 처리하며, 소모품 및 사용상 부주의로 인한 파·훼손은 임차인의 책임으로 수선하기로 한다.
이 조항은 계약 체결 시 가장 먼저 명시해야 할 항목이다. 임대차 기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고장·파손의 책임을 분리해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내용이다.
노후화로 인한 파손(예 오래된 보일러 고장, 결로로 인한 벽지 벗겨짐 등)은 임대인 책임, 전구 등 소모품 교체는 임차인 책임, 문을 세게 닫아서 문틀 파손 등 사용상 과실은 임차인 원상복구로 나뉜다.
이 조항이 없다면, 모든 수리비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가 발생한다.
민법 제623조에서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사용 수익에 적합하도록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현실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 구분을 특약으로 명시해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효과적이다.

임차인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특약문구: 임차인은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다.
실제로 계약을 진행하다 보면, 입주 후에 반려견, 고양이, 앵무새 등을 키우는 사례가 종종 있다. 동물로 인한 소음, 냄새, 바닥 손상 등은 윗집·아랫집에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또한 퇴거 시 바닥 보수, 벽지 손상, 심한 경우 구조물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조항이 없을 경우, 동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묻기 어렵다.
민법상 통상의 사용으로 인한 마모는 임차인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에 반려동물 금지 특약을 넣어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필요 시 원상복구 비용 청구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임차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싶다면, 해당 내용을 허용하되 손해 발생 시 원상복구 책임을 진다는 형태로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기 4개월 전 퇴거 의사 통보
특약문구: 임차인은 이사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만기 4개월 전 임대인에게 통보하여 주기로 한다.
이 조항은 계약 종료 시점에서 이사 일정을 조율할 시간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비수기 시장에서는 집을 다시 내놓기 위한 여유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
임차인이 통보 없이 만기 임박해서 그냥 나간다고 하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시간이 부족해 공실 위험에 놓이게 된다.
법적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라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거절이나 조건 변경 통지를 하지 않으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보고, 임차인 역시 2개월 전까지 별다른 통지가 없으면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갱신거절·묵시적 갱신에 관한 통보 기간이고, 임대인이 실제 다음 세입자를 구할 물리적 시간까지 보장해주는 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퇴거 예정 통보 시점을 특약으로 정해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도움이 된다.
일련의 퇴거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최소 여유 기간으로 4개월은 실용적인 편이다.

마치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안심이 되듯, 전세계약에서도 꼼꼼하게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이 결국 분쟁을 줄이고 안전한 계약을 만드는 방법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유연하게 협의하되, 기본적인 안전장치로서 특약 조항 3가지는 반드시 챙기는 걸 추천한다.
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