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만 보다 보면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라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옵니다.
그런데 막상 검색해 보면 어떤 곳은 100달러를 넘었다고 하고,
또 어떤 곳은 90달러 초반, 심지어 80달러 수준이라고 나와서 헷갈린 적 있으신가요?
저도 처음에는 "도대체 뭐가 맞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정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원유의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가 무엇인지,
왜 가격이 서로 다른지, 그리고 기름값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정말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었을까?
7월 23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보면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브렌트유 : 배럴당 100.09달러
* WTI : 91.61달러
* 두바이유 : 80.11달러
즉,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브렌트유입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이후 약 두 달 만인데요.
이번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홍해까지 확산되면서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고 해상 봉쇄를 선언했습니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하루
약 36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지나가는 곳입니다.
이 길이 막히면 세계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것입니다.
원유도 커피 원두처럼 등급이 있습니다
원유는 모두 같은 기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품질과 특징이 모두 다릅니다.
커피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원산지가 다르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원두가 있는 반면 가공이 많이 필요한 원두도 있죠.
원유도 마찬가지입니다.
① 생산 지역이 다릅니다
* WTI : 미국 텍사스
* 브렌트유 : 북해
* 두바이유 : 중동
생산 지역이 다르다 보니 각 지역의 대표 기준 가격 역할을 합니다.
북미에서는 WTI를, 유럽에서는 브렌트유를, 아시아에서는 두바이유를 가장 많이 참고합니다.
② 품질도 서로 다릅니다
WTI와 브렌트유는 경질·저유황 원유입니다.
가볍고 황 성분이 적기 때문에 정제가 쉽고 휘발유나 경유처럼 가치가 높은 석유제품을 많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제시장에서 기준유로 인정받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반면 두바이유는 중질·고유황 원유입니다.
무겁고 황 함량이 높아 정제 과정이 더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탈황 설비나 추가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WTI나
브렌트유보다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예외는 있을 수 있습니다.
③ 거래 방식도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WTI와 브렌트유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ICE 같은 대형 선물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됩니다.
실제 원유를 사용하는 기업뿐 아니라 기관투자자와 헤지펀드 등
다양한 투자 자금이 참여하기 때문에 작은 뉴스 하나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두바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실제 원유 화물을 사고파는 현물 거래가 중심입니다.
가격평가기관인 플랫츠(Platts)가 거래 마감 직전의 입찰과 체결 가격을 종합해 기준 가격을 발표합니다.
투기성 자금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WTI나 브렌트유보다 가격 변동이 완만한 편입니다.
한눈에 보는 3대 국제유가 특징
세 유종은 각각 특징이 뚜렷합니다.
WTI는 미국 텍사스에서 생산되는 경질·저유황 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선물로 거래되며 가격 변동성이 큰 편입니다.
브렌트유는 북해에서 생산되는 경질·저유황 원유로,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며
WTI와 마찬가지로 국제 정세나 투자 심리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높은 편입니다.
두바이유는 중동에서 생산되는 중질·고유황 원유입니다. 현물 거래를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며,
WTI와 브렌트유에 비해 가격 변동이 비교적 완만한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름값에는 어떤 유가가 영향을 줄까?
우리나라는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합니다.
그래서 국내 기름값과 가장 밀접한 기준은 두바이유입니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도 중동산
원유를 많이 들여오기 때문에 두바이·오만 벤치마크 가격을 중요하게 참고합니다.
여기에 환율까지 영향을 줍니다.
국제유가는 달러로 거래됩니다.
따라서 원유 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하면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체감하는 기름값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름값은 언제부터 오를까?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해서 주유소 가격이 바로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됩니다.
따라서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이어진다면 8월부터는
국내 주유소에서도 조금씩 가격 변화를 체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국제 정세나 환율, 정부 정책 등에 따라 실제 상승 폭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4분기 브렌트유가 12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며, 시장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가 뉴스를 볼 때 꼭 확인해야 할 한 가지
앞으로 국제유가 관련 기사를 보게 된다면 숫자만 보지 말고
"어떤 유종을 말하는 것인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같은 날에도 어떤 기사는 100달러, 또 다른 기사는 90달러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투자 측면에서도 유가는 매우 중요한 변수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나 산유국 관련 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항공·운송·화학·제조업에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물가와 금리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국제유가는 단순히 주유소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제유가와 국내 기름값은 매일 변동하기 때문에 최신 가격은
오피넷이나 페트로넷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올여름은 국제 정세가 조금 더 안정돼 기름값 부담도 함께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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