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왜 이렇게 빨리 내려갔을까


7월 20일, 원·달러 환율이 1478.4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이달 초인 1일 장중 1560원선을 위협했던 것과 비교하면 20일 만에 무려 5.2%나 하락한 셈입니다. 지난달 말(1549.4원)과 비교해도 71원, 4.58% 내려간 수치인데요. 이 정도 하락폭은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결코 작은 움직임이 아닙니다.

더 눈에 띄는 건 이달 들어 원화 가치가 주요 20개국(G20) 통화 중 달러 대비 상승폭이 가장 컸다는 점입니다. 무려 4.75% 상승하며 2위인 영국 파운드화(1.7%)를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반면 대만 달러(-1.63%)나 일본 엔화(-0.08%)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으니, 원화만 유독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낸 셈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세 가지 원인


① SK하이닉스의 ADR 발행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면서 265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이 자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대규모 달러 공급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 개입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②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전환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외국인은 코스피가 급등하면 자산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팔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 2226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4주 만에 매수세로 전환했고, 20일 하루에만 5100억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③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올렸습니다. 이로써 미국과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좁혀졌는데요. 그동안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한·미 금리 격차가 일부 해소된 겁니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이달 말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낮아진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KB국민은행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원화 강세를 두고 “외국인 순매수 전환과 SK하이닉스 ADR 자금 유입이 겹치면서 달러 공급 우위의 수급 여건이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런 수급 요인은 일시적일 수 있어, 앞으로는 한·미 성장률 격차와 두 나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환율의 중장기 흐름을 결정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이번 주 발표될 한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관건입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가 나온다면, 한국 경제의 상대적 성장 우위와 한·미 금리 격차 축소 기대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원화 가치가 한 단계 더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