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무너진 9000피 신화
지난달 22일, 코스피지수는 9114.55포인트를 찍으며 화려한 신고점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딱 한 달 뒤인 오늘, 지수는 6516.27로 주저앉았습니다.
하락률로 따지면 무려 28.5%. 통상 20% 이상 빠지면 ‘약세장’으로 분류되는 걸 감안하면, 지금 코스피는 그 경계를 훌쩍 넘어선 셈입니다. 장기 추세선인 120일 이동평균선마저 이날 처음으로 하향 돌파했으니, 차트만 보면 공포에 질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지금이 팔아야 할 때일까요? 한국경제신문이 수조원대 자산을 굴리는 투자 대가들에게 물었더니, 답은 의외로 한목소리였습니다.
“조정 폭이 과도하다. 패닉셀을 멈추고, 달리는 말에서 내리지 말라.”
왜 이렇게 빠졌나: 공포가 만든 낙폭
전문가들이 짚은 급락의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 단기 급등의 되돌림: 코스피는 작년 70%, 올해 110% 오르는 등 유례없는 속도로 질주해왔습니다. 많이 오른 만큼 되돌림도 컸다는 분석입니다.
- 반도체 차익실현 매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 외국인의 리밸런싱, 레버리지 ETF 물량이 한꺼번에 겹치며 반도체주가 흔들렸습니다.
- 중국발 AI 쇼크: 중국의 AI 모델 ‘키미 K3’가 미국 모델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소식에, AI 산업이 ‘기술 경쟁’에서 ‘가격 경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습니다. 이는 미국 빅테크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며 국내 증시에도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그럼에도 반도체는 여전히 견고하다
흥미로운 건, 이런 악재 속에서도 전문가들이 반도체의 펀더멘털만큼은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00% 늘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습니다. 올해 2분기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컨센서스 166조원 가운데 123조원이 반도체를 포함한 IT 업종에서 나올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자산운용 대표는 “주도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꺾여야 비로소 상승장이 끝나는 것”이라며, 지금의 흔들림을 상승장 끝자락의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고 진단했습니다.
바닥은 어디쯤일까
의견은 조금씩 갈렸습니다.
누군가는 “이미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며 지수 레벨상 저점에 근접했다고 봤고, 다른 전문가는 “5000~6000 사이에서 바닥이 형성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다만 상법 개정 등 국내 증시의 구조적 개선이 이뤄진 만큼 5000선이 뚫리긴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반등의 트리거로는 이달 말 발표되는 미국 빅테크 실적이 지목됩니다. 이미 실망스러운 실적 가능성까지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일부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다음 달부터는 반등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전고점인 9000선 회복 시점으로는 올해 4분기가 유력하게 거론됐고,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전고점 돌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왔습니다.
지금 투자자가 해야 할 일
결론은 명확합니다. 팔지 말고, 버티고, 나눠서 사라.
공포에 휩쓸려 전량 매도하거나, 반대로 빚내서 몰빵하는 것 모두 위험합니다.
현금이 있다면 한 번에 다 쓰지 말고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가가 반등할 때마다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므로, 기회가 올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하는 유연함도 필요합니다.
국내 반도체 비중이 부담스럽다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미국 빅테크 주식으로 비중을 옮기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지금의 급락은 분명 아프지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처럼 “강세장 속의 조정”이라면 - 가장 위험한 선택은 공포에 못 이겨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리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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