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發 위기가 불러온 규제 완화 논의
한때 ‘대형마트 = 규제 대상’이라는 공식이 유통업계의 상식이었습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새벽배송도 막아왔죠. 그런데 최근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계기는 홈플러스 사태입니다. 오프라인 강자였던 홈플러스가 온라인 플랫폼에 밀려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대형마트를 마냥 옭아매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정부 안팎에서 형성된 겁니다. 규제로 보호하려 했던 소상공인 못지않게, 대형마트 역시 온라인 유통 공룡들 앞에서는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셈입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카드: 영업시간 완화 + 상생기금
산업통상부는 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완화를 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대형마트 3사는 물론 G마켓, 11번가 같은 온라인 플랫폼, 다이소·무신사 같은 신흥 유통강자까지 두루 만나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시에 눈에 띄는 대목은 1000억원 규모 유통발전기금 조성 계획입니다. 대형업체들이 돈을 출연해 기금을 만들고, 이를 골목상권 보호·지원에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사실상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상생기금을 내라”는 조건부 딜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이유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습니다.
- 입법 절차: 새벽배송 금지를 풀려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문제죠.
- 소상공인 설득: 800만 소상공인의 반발을 1000억원 규모 기금으로 무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규모 자체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옵니다.
- 이해관계 충돌: 온라인 플랫폼 입장에서는 기금 출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마트 규제가 풀려서 득을 보는 건 대형마트인데, 왜 우리가 돈을 내야 하냐는 논리입니다.
정리하며
이번 논의는 단순히 “대형마트 규제를 푼다, 안 푼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기존 유통 규제 체계 자체가 시대에 안 맞는다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해관계자마다 셈법이 다른 만큼, 실제 법 개정과 기금 조성까지 이어지려면 상당한 조율이 필요해 보입니다. 새벽배송이 실제로 허용될지, 그리고 상생기금이 소상공인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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