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두 달 전 일이었습니다.
회사 부장님과 점심을 먹을 때마다 어떤 종목이 앞으로 더 많이
오를지를 두고 자주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의견이 크게 갈렸던 종목이 바로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였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약 26만 원, 삼성전기는 13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저는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상승 여력이 더 크다고 봤고,
반대로 삼성전기는 당시 주가가 이미 성장 기대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라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제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삼성전자는 약 37만 원까지 올라 30%가량 상승했고,
삼성전기는 240만 원에 가까워지며 무려 9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때부터 점심시간은 자연스럽게 부장님의 '주식 강의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코스피가 9,400선을 넘어서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꺾였고,
이후 7,000선 아래까지 밀리면서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삼성전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50만 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빠르게 하락했고,
어느새 5월 수준까지 되돌아왔습니다.
더 힘들었던 것은 하락 속도였습니다.
7월 들어 하루에 10% 안팎씩 급락하는 날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은 훨씬 커졌습니다.
부장님도 점심시간마다 "반등만 오면 팔아야지"라는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하지만 반등을 기다리는 사이 또다시 주가가 밀리면서
결국 수익 대부분을 반납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 삼성전기는 더 크게 흔들렸을까?
많은 투자자들은 순환매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예전부터 삼성전기가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계속 이야기해왔기 때문입니다.
부장님은 MLCC 시장의 성장성과 AI 시대의 고성능 기판 수요 확대를
근거로 삼성전기의 미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장 스토리는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주가에는 적정한 가격이 존재합니다.
당시 제가 가장 중요하게 봤던 것은 밸류에이션이었습니다.
삼성전자의 예상 PER은 약 6배 수준이었던 반면, 삼성전기는
약 75배 수준까지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가 훨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PER 하나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모두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높은 PER을 받을 수도 있고, 업종 특성에 따라
적정 밸류에이션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질수록 작은 악재에도 주가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은 투자에서 항상 기억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부담은 존재했다
삼성전기의 대표 경쟁사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비교해도 비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업 구조와 시장 환경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당시 밸류에이션을 비교해 보면
삼성전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작용했지만,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그 프리미엄이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업 가치까지 흔들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전기라는 기업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I와 전장 산업 확대, MLCC 수요 증가 등 중장기 성장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보다 높은 기대감이
얼마나 빠르게 조정되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만약 시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난다면 지금의 밸류에이션 논란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가격은 어디일까?
개인적으로는 100만 원 부근을 중요한 가격대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거래량이 크게 실리며 돌파했던 구간인 만큼 기술적으로도
의미 있는 지지선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 절대적인 가격은 없습니다.
100만 원이 반드시 지켜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가격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중요한 구간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요즘도 부장님은 "100만 원 아래로 내려가면 정말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저 역시 단기 반등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시장 전체가 안정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삼성전기든 삼성전자든 결국 개별 종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방향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시장이 다시 상승 흐름을 되찾을지,
아니면 약세장이 이어질지를 차분히 지켜보면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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