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금은 가장 믿을 만한 안전자산으로 꼽혔습니다.
저 역시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때마다
"금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자주 접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는 불과 몇 달 만에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금시세가 고점 대비 약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제 금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과 손절에 나섰고,
시장에서는 "이제 금 상승장은 끝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금을 팔고 있을 때, 조용히 금을 쓸어 담은 의외의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입니다.
같은 시장을 보면서도 개인 투자자와 중앙은행은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은 왜 금을 팔았고, 중앙은행은 왜 오히려 매수를 늘렸을까요?
개인 투자자들이 금을 떠난 이유
① 차익 실현과 안전자산 이탈
가장 큰 이유는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란 전쟁 이후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오히려 많은 투자자들은 금 현물 ETF를 매도하며 수익을 실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자산보다 성장 자산으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② AI와 우주산업으로 몰린 자금
금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AI 반도체와 우주항공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대표적으로 DRAM ETF는 상장 두 달 만에
약 250억 달러(약 39조 원)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 IPO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성장 산업으로 집중됐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으로 이동했고,
금은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게 됐습니다.
모두 팔 때 조용히 사들인 의외의 주인공
개인이 팔 때 중앙은행은 매수를 늘렸다
반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금값이 하락하는 동안 오히려 실물
금 매입을 꾸준히 확대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내놓은 물량을 중앙은행들이 받아내면서 금값의 하락을
어느 정도 지지한 셈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올해 1분기에만 244톤의 금을 순매수했습니다.
폴란드는 14톤을 추가 매입했고, 중국 인민은행도 8톤을 사들이며
18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습니다.
중앙은행은 왜 계속 금을 살까?
금은 이자가 나오지 않고 보관 비용도 발생하는 자산입니다.
그런데도 중앙은행들이 꾸준히 금을 사들이는 이유는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미국이 러시아의
해외 달러 자산을 동결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달러 자산만 보유하는 것이
국가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이후 여러 신흥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해 금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세계금협회(WGC)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됩니다.
올해 금 보유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중앙은행은
전체의 45%로 지난해보다 증가했습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금 순매수 규모는
5년 연속 1,000톤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시세가 크게 하락한 진짜 이유
그렇다면 금값을 끌어내린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핵심은 미국의 기준금리와 달러 강세입니다.
다시 강해진 달러
최근 미국 연준(Fed)의 FOMC 이후 달러지수는 다시 100을 넘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이 이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금리 선물시장 역시 올해 9월과 내년 3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금은 불리하다
금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자산입니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면 예금이나 채권 같은 이자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달러 가치까지 오르면 달러로 거래되는
국제 금값은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즉, 최근 금값 조정은 안전자산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기보다 높은 금리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영향을 준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전망
그렇다고 금의 장기 전망까지 어두운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번 하락을 장기 추세의 변화가 아닌
일시적인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중동 지역 긴장이 다소 완화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다면
인플레이션 부담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연준이 내년 이후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금값을 온스당 4,900달러,
OCBC은행은 올해 말 4,360달러 수준으로 전망했습니다.
결국 현재 금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매도한 물량을 중앙은행들이 받아내는
'손바뀜' 과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 가격 움직임보다 큰손들의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저 역시 이번 금시세 하락을 단순한 악재보다는 자금이 이동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단기 수익을 찾아 다른 시장으로 이동했지만,
중앙은행은 오히려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물론 당분간은 금리와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은 여전히 포트폴리오를 지켜주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는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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