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2배로 투자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이 됐습니다.
최근 코스피가 크게 출렁이면서 시장에서는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강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아쉬움을 드러냈고,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을 현금 3천만 원으로 올리고, 최소 매매 단위를 20좌로 확대하는 보완책을 발표했습니다.
출시 한 달 만에 7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상품에 왜 이렇게 큰 논란이 생긴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삼전닉스가 왜 '밈주식'이라는 표현까지 듣게 됐는지,
2배 레버리지 ETF의 구조는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상장폐지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코스피는 정말 카지노가 된 걸까?
요즘 "코스피가 카지노 같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물론 그 원인이 모두 레버리지 ETF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에서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까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런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린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의 하루 주가 변동을 약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됐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동안 5% 오르면 ETF는 약 10% 상승하고,
반대로 5% 하락하면 손실도 약 10%까지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 상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미국 증시로 빠져나가는 투자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돌리고,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와 비슷한 투자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습니다.
지난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으로 들어온 자금은 약 7조3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자금 유입 상위 1~3위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이 모두 차지했고,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만 약 5조8천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도 매수세가 계속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한 달 동안 삼성전자는 20% 이상, SK하이닉스는 약 19% 하락했지만
대표적인 2배 레버리지 ETF는 손실률이 40% 후반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오히려 "지금이 반등 기회"라고 판단하며 추가 매수에 나섰습니다.
결국 우량 대형주에 투자하는 ETF가 장기 투자 상품이라기보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성 상품처럼 거래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변동성을 키운다는 말이 나올까?
레버리지 ETF는 매일 정해진 배율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장 마감 무렵 기초자산을 사고팔며 비중을 다시 맞추는 리밸런싱 작업을 반복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보유량을 더 늘려야 하고, 반대로 떨어지면 일부를 매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 막판에 대규모 거래가 몰릴 수 있고, 이는 상승장에서는 상승폭을
더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논란을 단순한 투자 열풍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며 대응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는데요.
논란의 시작은 지난 6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자신의 SNS에 남긴 글이었습니다.
그는 "출시를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당시 판단에 대한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감독당국 수장이 정책 결정에 대해 이렇게 강하게 후회하는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상품이 국내 증시를 카지노처럼 만들고 있다며
상장폐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제도 개선에 착수했지만,
시장에서 거론됐던 상장폐지나 레버리지 배율 축소는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왜 '삼전닉스'가 밈주식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대표 우량주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두 종목을 묶어 '삼전닉스'라고 부르며 밈주식에 빗대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자체가 밈주식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원래 밈주식은 기업 실적보다 온라인 커뮤니티 분위기나 투자 심리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종목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게임스톱과 AMC가 유명한 사례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여전히 반도체 업황과 실적이 가장 중요한 기업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관련 ETF로 엄청난 자금이 몰리고 "언젠가는 오른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두 종목이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를 빗대 '삼전닉스'라는 별칭을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즉, 이 표현은 두 기업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투자 심리와 자금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설명하는 표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 대신 예탁금 3천만 원
정부는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는 인정했지만 상장폐지라는 강수는 두지 않았습니다.
투자 기회는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투기를 줄이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이 발표됐습니다.
✅ 기본예탁금
* 현금 기준 1천만 원 → 3천만 원
✅ 최소 거래 단위
* 1좌 → 20좌로 확대
이와 함께 신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은 당분간 중단되고, 과도한 광고와 판촉 행사도 제한됩니다.
투자자 교육 역시 강화해 시장 과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 현재 약 12조 원 규모인 시장이
4~5조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시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투자 진입 장벽을 높여 지나친 자금 쏠림과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봐야 할까?
이번 규제로 신규 투자자의 진입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투자 심리가 완전히 바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매매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변동성이 예상만큼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관련 규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단기 수익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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