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투자자라면 이번 주 프리마켓 움직임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을 겁니다.


주가는 장중 한때 17~21% 가까이 급락하며 전일 종가인 290.23달러에서 

230달러대로 밀려났는데요.


겉으로 보면 실적이 조금 아쉬웠을 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떨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단순히 매출이 시장 예상보다 적게 나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실적보다 '회사가 왜 미리 경고했는가'​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급락은 장기적인 위기의 시작일까요? 아니면

 일시적인 실적 부진에 대한 과도한 반응일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실적보다 더 충격이었던 '조기 경고'

IBM은 7월 14일 2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매출은 172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93달러​였습니다.


문제는 두 수치 모두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는 점입니다.


  • 매출 : 시장 예상보다 약 3.7% 부족
  • 조정 EPS : 예상보다 약 2.7% 부족


숫자만 보면 아주 큰 차이는 아닙니다.


그런데 시장은 다른 부분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원래 IBM은 7월 22일 정식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었는데, 

무려 8일 먼저 CEO 명의의 서한을 통해 잠정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대형 계약이 예상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인정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주가가 크게 흔들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매출보다 더 걱정된 것은 성장 둔화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사업별 성장률 변화였습니다.


특히 IBM의 핵심 수익원인 소프트웨어 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됐습니다.


  • 소프트웨어 성장률 : 11% → 5%
  • 인프라 성장률 : 15% → -7%
  • 컨설팅 : 4% → 0%


특히 소프트웨어 사업은 IBM의 높은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떠받치는 핵심 사업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매출이 조금 부족했던 것보다 소프트웨어 

성장세가 절반 가까이 둔화된 점을 더욱 크게 받아들였습니다.


IBM은 최근 AI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기대감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왔는데, 

이런 성장 스토리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입니다.









고객들이 IBM 대신 다른 곳에 돈을 쓴 이유


그렇다고 고객들이 IBM을 외면한 것은 아닙니다.


IBM CEO 아빈드 크리슈나는 이번 실적 부진의 원인을 조금 다르게 설명했습니다.


최근 서버와 스토리지, 메모리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CAPEX)를 먼저 해당 분야에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IBM 제품을 안 산 것이 아니라 구매 순서가 바뀌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업들은 서버와 메모리를 먼저 확보했고,


메인프레임과 관련 소프트웨어 계약은 뒤로 미뤘습니다.

예산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것이 단순한 일정 지연인지,

아니면 고객들이 경쟁사 솔루션으로 이동하는 신호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메인프레임 부진이 소프트웨어까지 흔들었다


IBM은 은행 결제나 카드 승인, 항공권 예약처럼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시스템인 메인프레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함께 판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분기에는 신형 메인프레임 z17 출시 효과로 관련 매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초기 수요가 진정된 데다 고객들의 투자 우선순위까지 바뀌면서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하드웨어 판매가 줄어들면서 함께 판매되는 고수익 소프트웨어 계약도 늦어졌고,


이것이 이번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z17의 제품 경쟁력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IBM은 현재 z17 도입 속도가 이전 세대보다 더 빠르며,


기존 고객 대부분이 시스템 용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신호는 있다


부정적인 뉴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IBM의 핵심 자회사인 레드햇(Red Hat)​은 이번 분기에도 11% 성장했습니다.


또한 분산 인프라 사업은 무려 37% 성장하며 관련 실적 집계 

이후 가장 좋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인수한 기업들의 성과도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수익성도 완전히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GAAP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다소 낮아졌지만,


조정 세전이익률은 오히려 개선됐습니다.

비용 절감 효과가 일부 실적 부진을 상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IBM 전체 사업이 동시에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시장이 가장 높게 평가했던 소프트웨어 사업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날짜는 7월 22일


이번 주가 급락은 단순히 매출이 예상보다 3.7% 부족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 조기 실적 공개,
  • 소프트웨어 성장 둔화,
  • 인프라 역성장,


대형 계약 지연까지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레드햇 성장,

분산 인프라 호조,


그리고 지연된 계약이 3분기에 반영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7월 22일 정식 실적 발표입니다.









투자자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간 매출 가이던스가 유지되는지

잉여현금흐름 전망에 변화가 있는지

지연된 대형 계약이 실제로 3분기에 반영되는지

소프트웨어 성장률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지

메인프레임 사업이 일시적인 둔화인지 구조적인 약화인지


현재 월가의 의견도 크게 갈리고 있습니다.


HSBC는 목표주가를 191달러까지 낮추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반면,

모건스탠리는 293달러 목표주가와 중립 의견을 유지했고,

오펜하이머는 350달러까지 제시하며 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같은 실적을 놓고도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이유입니다.


결국 이번 급락이 절호의 매수 기회였는지, 

아니면 더 큰 조정의 시작이었는지는 7월 22일 발표될 

연간 가이던스와 경영진의 설명이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가는 하루 만에 20% 가까이 움직였지만, 

기업의 실적과 대형 계약은 하루 만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기보다, 

다음 실적 발표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오는지 차분히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