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달러예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월 9일 기준 709억 달러(약 106조 4천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증가 속도입니다.
7월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약 9조 원이 새롭게 유입됐습니다.
이는 지난 6월 한 달 동안 늘어난 금액보다 약 2.8배 빠른 속도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갑자기 달러를 사기 시작한 걸까요?
달러예금이 늘어난 이유는?
먼저 알아둘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달 증가한 달러예금의 대부분은 기업 자금입니다.
상반기 결산 과정에서 해외에서 들어온 달러가 은행에 예치되면서
전체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죠.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5~6월까지만 해도 개인 달러예금은 계속 감소하는 흐름이었지만,
7월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7월 9일 기준 개인 달러예금은 122억 달러를 넘어섰고, 한 달 전보다
약 2억 4천만 달러 증가했습니다.
즉,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자
"지금이 달러를 모을 기회 아닐까?"라고
판단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환율을 움직인 가장 큰 변수는 SK하이닉스 ADR
최근 환율이 크게 움직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SK하이닉스의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1,550원 가까이 올랐지만,
이후 1,500원 안팎까지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시장에서는 그 배경으로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에서 ADR 공모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약 265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이 금액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비교해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습니다.
* SK하이닉스 ADR 조달 규모 : 약 265억 달러
*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 실제 공급 규모 : 약 199억 달러
* 올해 1분기 외환당국 순달러 매도 규모 : 약 136억 달러
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보다도 큰 규모의 자금이 움직이는 셈입니다.
물론 40조 원 전부가 원화로 환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해외 장비 구매 등
외화로 지급해야 할 비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제외하더라도 약 28조 원 정도는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단기적으로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서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갈까?
현재 시장에서는 환율이 다시 1,500원대로 올라갈 가능성을 예상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기대가 달러예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직 ADR 자금은 실제 시장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공모대금 납입은 7월 14일에 이뤄지고,
이후에도 환전은 한 번에 진행되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 분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지금 환율은 실제 자금 유입보다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 환전이 시작된 이후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변수는 많이 남아 있다
환율은 하나의 재료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국내 금리 정책도 영향을 주고,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여전히 변수입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도체에서
AI 인프라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 투자 자금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SK하이닉스 ADR 하나만으로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대규모 달러 공급이 예정돼 있다는 점은 환율이 급격하게 치솟는 것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 역시 기업들의 외화 매도를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어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
최근 달러예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환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타나는 흐름만 보고 무조건 달러를 매수하기보다는
왜 환율이 움직이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 자금이 언제 시장에 유입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율은 기대감만으로도 크게 움직일 수 있지만, 결국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실제 달러 수급과 글로벌 경제 환경입니다.
당분간은 SK하이닉스 ADR 자금의 실제 환전 일정과 미국 금리,
국내 정책 변화가 환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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