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의 최고 두뇌로 일컬어지는 ‘월드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소수 기업만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고난도 신기술
엔비디아의 ‘코스모스’와 구글의 ‘지니’ 시리즈, 또 AI 분야 4대 석학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창업한 아미랩스의 ‘제파’가 월드 모델을 주도하고 있음
국내 기업 중에는 NC AI가 월드 모델 자체 개발을 시작한 정도
LG(003550)그룹은 이에 피직스엑스(영국 유니콘)와 손잡고 산업 특화 모델부터 확보해 주도권 경쟁에 빠르게 가세한다는 전략
LG가 서둘러 고난도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은 로봇과 기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월드 모델 같은 고성능 모델이 피지컬 AI 경쟁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
특히 월드 모델은 그간 LG가 주력해온 ‘행동 모델’과 함께 로봇 등 피지컬 AI의 두뇌를 구현할 양대 핵심 기술로 꼽힘
행동 모델 학습에 필요한 산업 현장 데이터가 점점 부족해지는 한계를 극복할 해법으로도 주목받음
LG는 이에 전자·화학·통신 등 주요 계열사의 제조 데이터를 집결시켜 행동 모델을 고도화하는 한편 글로벌 협력을 통해 월드 모델 개발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는 모습
9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로봇 두뇌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LG전자(066570)와 LG AI연구원, LG CNS 등 주요 계열사 간 협력하는 이른바 ‘원LG’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음
대표적으로 LG전자 생산기술원(PRI)과 LG AI연구원이 산업용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 개발과 실증을 위한 기술검증(PoC)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음
RFM은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행동 모델의 일종
LG 주요 계열사들은 그동안 각자도생식으로 RFM 사업을 벌여왔음. LG전자는 엔비디아와 애지봇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외부 RFM을 자사 하드웨어에 최적화하는 협력을 진행 중
LG AI연구원은 이와 별개로 국산 대규모언어모델(LLM) ‘엑사원’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RFM을 독자 개발하고 있음. LG CNS도 스킬드AI·컨피그 등 RFM 기업들에 투자하며 관련 사업 협력을 확대해왔음
그룹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RFM을 한데 모아 로봇과 스마트팩토리(지능형 공장) 등 산업 현장별로 최적화하고 현장 데이터도 체계적으로 확보해 로봇 상용화를 앞당기는 것이 PoC의 목적
업계 관계자는 “RFM 개발은 한 계열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버는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중요해 각 계열사들이 잘하는 걸 모아서 성과를 빨리 내는 게 중요해져 LG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PoC의 일환으로 다양한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어 관련 사업을 하는 LG CNS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음
LG CNS의 월드 모델 개발 역시 이 같은 원LG 시너지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
그룹 차원에서는 LG CNS를 통해 기존 행동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수 있음
행동 모델은 로봇 등의 성능 향상을 위해 대량의 학습용 행동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음
월드 모델은 행동 하나하나를 익히는 대신 물리 법칙 자체를 학습하기 때문에 데이터 병목을 극복할 수 있음
학습한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가상세계에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뮬레이션함으로써 현실에서 부족한 데이터를 보완할 합성 데이터도 만들어낼 수 있음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정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생성형 AI는 10만 년에 달하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피지컬 AI는 1만 시간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는 동시에 가상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해 합성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음
이에 LG CNS뿐 아니라 LG전자도 정부와 협력해 월드 모델 개발에 뛰어들었음. LG전자와 마음AI, KT, KAIST, 서울대 컨소시엄은 이달 1일 과기정통부의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확보 전략’ 일환으로 마련된 국산 월드 모델 개발 지원 과제를 맡았음
LG전자는 또 지난달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에 맞춰 체결된 양 사 AI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코스모스를 활용하기로 했음
행동 모델에 이어 월드 모델 개발로 양사 간 협력 확대가 추진되고 있는 셈임
LG전자는 아울러 CEO 직속 로봇 사업 총괄 조직인 로보틱스 사업 센터를 최근 신설
서울 서초구 양재 R&D캠퍼스에 연내 가동을 목표로 로봇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액추에이터(로봇 관절 역할을 하는 부품) ‘악시움’도 내년 양산을 준비 중
LG AI연구원은 올 초 전담 조직 ‘피지컬인텔리전스랩’을 출범하고 엑사원을 피지컬 AI 모델로 고도화하는 중이며 LG CNS는 고객사가 산업 현장에 로봇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로봇 전환(RX)’을 신사업으로 내걸었음
LG이노텍은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 배터리를 맡아 각 계열사들이 일제히 관련 사업에 집중
LG는 메가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영남권에 로봇과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9조 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음
피지컬 AI 패권 경쟁과 월드모델의 부상
: LG의 글로벌 협력과 삼성의 로봇 전략을 중심으로
오늘 서울경제신문은 LG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인 LG CNS가 영국의 산업용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피직스엑스(PhysicsX)'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산업 특화 '월드모델(World Model)'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단순한 기업 간의 기술 제휴를 넘어, 글로벌 AI 산업의 전장(Battlefield)이 디지털 세계의 텍스트 및 이미지 생성(Generative AI)을 벗어나 물리적 현실 세계를 인지하고 통제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대한 신호다. 피지컬 AI는 센서, 비전 시스템, 액추에이터, 실시간 제어 네트워크를 결합하여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계가 물리적 세계에서 스스로 지각, 판단, 행동하게 만드는 기술 생태계를 의미한다. 과거의 산업용 로봇이 인간이 사전에 프로그래밍한 고정된 궤적과 규칙을 단순히 반복하는 데 그쳤다면, 피지컬 AI가 탑재된 로봇은 시각-언어-행동 모델(VLA)을 바탕으로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인지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도 스스로 최적의 행동을 계획하고 수행한다.
이러한 피지컬 AI의 인지 및 제어 성능을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핵심 두뇌가 바로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 거대한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와 구글(Google)을 필두로,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가 설립한 스텔스 AI 스타트업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 등은 물리 법칙 자체를 이해하는 범용 AI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계 역시 제조 인프라와 스마트팩토리라는 강력한 하드웨어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초 AI 원천기술의 종속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LG그룹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원 엘지(One LG)' 전략을 가동하고 글로벌 톱티어 스타트업들과의 연합 전선을 구축했으며,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를 통해 제조 라인의 완전 무인화를 지향하는 'AI 자율 공장(AI Autonomous Factory)'을 추진하는 등 치열한 생존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월드모델(World Model)의 기술적 의의와 피지컬 AI의 진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의 한계와 데이터 병목 현상]
피지컬 AI 생태계의 초기 연구는 주로 '행동 모델(Action Model)' 혹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의 고도화에 집중되었다. 이 모델들은 사람이 직접 수행한 수만 시간의 원격 조작(Teleoperation) 데이터나 시범 영상을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하여 로봇이 특정 동작을 수행하도록 훈련된다. 대표적으로 구글 딥마인드의 RT 시리즈나 스킬드 AI(Skild AI)의 기반 모델들이 이에 해당한다. 행동 모델은 거대 언어 모델(LLM)의 추론 능력을 로봇의 관절 제어와 연결함으로써 과거보다 훨씬 유연한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행동 모델 중심의 접근 방식은 치명적인 한계, 즉 '데이터 병목(Data Bottleneck)' 현상에 직면해 있다. 대형 언어 모델이 인터넷에 존재하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웹 크롤링을 통해 무제한으로 수집하고 학습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물리적 환경에서의 행동 데이터는 고가의 장비(RGB 카메라, LiDAR, IMU, 힘/토크 센서 등)를 통해 인간이 직접 로봇을 조작하며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 수집 방식은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을 뿐만 아니라, 수집 속도 또한 매우 느려 인공지능의 학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나아가, 특정 통제된 환경(예: 실험실)에서 학습된 행동 데이터는 실제 산업 현장의 조명 변화, 물체의 미세한 재질 차이, 배경 구조의 변동 등 조금의 노이즈만 발생해도 로봇의 작업 성공률이 급감하는 일반화(Generalization)의 오류를 극복하기 어렵다.
[물리 법칙을 스스로 깨우치는 '월드모델'의 부상과 시뮬레이션 혁신]
행동 모델의 근본적 데이터 부족과 환경 적응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혁신적 개념이 바로 '월드모델'이다. 월드모델은 개별적인 행동 패턴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 중력, 마찰, 가속도, 질량, 물체의 영속성(Object Permanence)과 같은 세상의 '물리 법칙 자체'를 심층 학습(Deep Learning)하는 AI 모델이다. 월드모델은 과거의 관측값(이미지, 비디오 등)과 현재 기계가 취하려는 행동(Action)이 주어졌을 때, 미래의 물리적 상태가 어떻게 변화할지 잠재 공간(Latent Space) 내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즉, 인공지능이 실제 물리적 행동을 취하기 전에 가상 공간에서 그 결과를 미리 상상(Imagination)하고,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성공률이 높은 행동 궤적을 스스로 도출할 수 있게 한다.
월드모델이 피지컬 AI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핵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월드모델은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생성의 무한한 원천이 된다. 월드모델은 학습된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현실과 동일한 수준의 가상 환경(디지털 트윈)을 생성할 수 있다. 실제 세계에서는 수집하기 어려운 엣지 케이스(Edge Case), 즉 극단적인 날씨 변화, 희귀한 공정 사고 사례, 복잡한 물류 창고의 충돌 위험 상황 등을 가상으로 무한정 생성하여 행동 모델을 훈련시킴으로써 데이터 기근 문제를 해결한다. 둘째,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격차(Sim-to-Real Gap)'를 획기적으로 극복한다. 과거의 전통적인 물리 엔진(Physics Engine)은 현실의 미세한 노이즈와 복잡한 마찰계수를 완벽히 수치화하여 구현하지 못해, 가상에서 훈련된 로봇이 현실로 넘어왔을 때 오작동을 일으키는 한계가 명확했다. 반면 최신 월드모델은 방대한 실제 영상 데이터로부터 암묵적인 물리 법칙을 스스로 추론하여 학습하므로,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그대로 반영한 고정밀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LG그룹의 피지컬 AI 전략: '원 엘지(One LG)' 시너지와 글로벌 유니콘 연합
로벌 빅테크의 거센 공세 속에서 LG그룹은 각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하는 '원 엘지' 시너지 전략과 최상위 글로벌 딥테크 스타트업들과의 핀포인트(Pin-point) 파트너십이라는 고도화된 하이브리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LG는 2030년까지 영남권 등을 중심으로 피지컬 AI와 로봇 분야에 9조 4,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대규모 계획을 확정하며, 미래 산업 생태계 선점을 위한 전사적 총력전에 돌입했다.
[피직스엑스(PhysicsX)와의 파트너십: 산업 특화 대형 물리 모델(LPM)의 확보]
LG CNS가 영국의 물리 AI 유니콘 기업 피직스엑스와 체결한 산업용 월드모델 공동 개발 파트너십은 LG의 전략적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피직스엑스는 포뮬러 원(F1) 레이싱 팀 출신의 저명한 엔지니어인 로빈 툴루이(Robin Tuluie)와 자코모 코르보(Jacomo Corbo)가 2020년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을 비롯해 엔비디아, M&G 인베스트먼트, 블랙록 등으로부터 3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약 24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피직스엑스의 핵심 기술은 일반적인 언어나 이미지 생성이 아닌, 항공우주, 자동차, 반도체 제조 공정 등 극한의 정확도가 요구되는 산업 현장의 물리적 현상(유체 역학, 열역학적 변화, 진동, 응력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대형 물리 모델(Large Physics Models, LPM)'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며칠이 걸리던 복잡한 수치 해석 시뮬레이션을 머신러닝 기반의 물리 신경망 연산자를 통해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는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LG CNS가 피직스엑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전략적 의도는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프라이빗 월드모델의 구축에 있다. 엔비디아나 구글의 범용 월드모델이 광범위한 일상 환경(자율주행, 가정용 로봇 등)에 강점을 지닌다면, LG는 자사가 시스템 통합(SI) 및 AI 전환(AX) 비즈니스를 통해 축적해온 방대한 제조 및 물류 현장의 운영 데이터를 피직스엑스의 물리 시뮬레이션 엔진과 결합하여 '산업 특화 고성능 두뇌'를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로봇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고도화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공정 자체의 수율과 효율성을 혁신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스킬드 AI(Skild AI) 투자와 로봇 관제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Works)'의 출시]
월드모델 개발과 병행하여, LG그룹은 로봇 행동을 직접 제어하는 RFM 분야에서도 글로벌 톱티어 스타트업 스킬드 AI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카네기멜론대학교(CMU)의 컴퓨터 공학 및 로봇 사이언스 석학인 디팍 파탁(Deepak Pathak)과 아비나브 굽타(Abhinav Gupta) 교수가 공동 창업한 스킬드 AI는 로봇의 하드웨어 형태(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사족보행 로봇, 양팔 협동로봇 등)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스킬드 AI의 창업진과 회동하며 휴머노이드 시연을 참관한 것은 LG가 피지컬 AI 사업화에 부여하는 우선순위를 방증한다.
주목할 점은 스킬드 AI가 물류 인프라 솔루션 기업인 지브라 테크놀로지스(Zebra Technologies)의 로보틱스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자율이동로봇(AMR)과 함께 수백 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고 제어할 수 있는 플릿 관리 시스템(시메트리 플랫폼) 역량까지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기반으로 LG CNS는 로봇의 인지 학습, 가상 검증, 실전 현장 배치, 그리고 다수 로봇의 통합 관제를 단일 체계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Works)'를 전격 출시했다. 피지컬웍스는 로봇 훈련 및 가상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포지(Forge)' 모듈과 이기종 로봇 간의 작업 할당 및 트래픽 경로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바톤(Baton)' 모듈로 구성된다. 이 플랫폼은 이기종 로봇을 제어하기 위해 제조사별로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커스터마이징해야 했던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며, 산업 현장 로봇 도입에 수개월이 걸리던 과정을 단 1~2개월로 단축시키는 혁신을 이루어냈다.
['원 엘지' 인프라 결집과 핵심 부품 '악시옴(AXIUM)' 조기 양산]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와 동시에 LG전자는 하드웨어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산하 생산기술원(PRI)과 LG AI연구원은 산업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검증하는 개념증명(PoC)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내부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또한 LG AI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 '엑사원(Exaone)'을 피지컬 AI 모델로 진화시키기 위해 '피지컬 인텔리전스 랩(Physical Intelligence Lab)'을 신설했으며, LG이노텍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을, LG에너지솔루션은 로봇 구동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공급을 전담하는 등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더불어, LG전자는 4,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서울 양재동에 자사 로봇 'LG 클로이(LG CLOiD)' 수백 대를 투입할 수 있는 1만 평 규모의 전용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 중이다. 이곳은 로봇이 실제 제조 및 물류 현장과 동일한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며 양질의 동작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전초기지가 된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가장 전략적인 행보는 로봇의 관절 구동부 부품인 액추에이터 '악시옴(AXIUM)'의 조기 양산 결정이다. 액추에이터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를 하나로 통합한 핵심 부품으로 로봇 전체 제조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LG전자는 가전 사업을 통해 연간 4,500만 대 이상의 초고속 고효율 모터를 생산해온 인프라를 바탕으로, 당초 예상보다 수개월 앞당겨 경남 창원 공장에서 악시옴 양산에 돌입했다. 하나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수십 개의 고성능 액추에이터가 탑재되는 점을 고려할 때, 악시옴의 자체 생산은 로봇 완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외부 공급망의 충격을 방어하는 중대한 전략적 해자(Moat)가 된다.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로봇 및 자율 제조(AI Autonomous Factory) 전략
LG그룹이 스마트 홈(Zero Labor Home), 물류 자동화, B2B 통합 솔루션 구축에 집중하며 플랫폼 공급자로서 포지셔닝하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철저하게 자사의 거대한 글로벌 반도체 및 완제품 제조 라인의 고도화와 무인화에 초점을 맞춘 피지컬 AI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기반의 하드웨어 내재화와 공정 투입]
삼성전자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이족보행 및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단행하여 지분율을 35%까지 확대하고 연결 대상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휴보(HUBO) 프로젝트 핵심 연구진이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양팔 협동로봇과 초정밀 모터 제어 기술에서 압도적인 강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양팔형 매니퓰레이터 및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RB-Y1 등)을 자사의 첨단 제조 라인에 직접 투입하여 실증을 진행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는 과거 삼성전자가 로봇청소기 등 소비자용 로봇 제품에 국한되었던 전략에서 벗어나, 반도체 웨이퍼 물류, 조립 보조, 위험물 처리 등 핵심 산업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여 생산 유연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회로 해석된다. 나아가 노르웨이의 고성능 모터 개발사인 알바 인더스트리(Alva Industries)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로봇 하드웨어 서플라이 체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에이전틱 AI(Agentic AI)와 2030 '무인화 공장' 비전]
삼성전자 로봇 전략의 핵심은 단순히 사람을 대신해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하드웨어의 도입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은 2030년까지 생산 인프라 전반을 최적화하는 'AI 자율 공장(AI Autonomous Factory)'을 전사적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산하에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해 내부 핵심 인력 및 외부 전문가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자율 제조 구상의 중추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전면 도입이다. 에이전틱 AI는 제조 라인 전체의 자재 입고, 품질 검사, 생산 공정, 출하 등 전 밸류체인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작업 지시를 내리는 '메타 컨트롤러' 역할을 수행한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에이전틱 AI가 복잡한 전술적 판단을 내리면, 물리적 환경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무인 운반차(AGV)가 유기적으로 연동하여 작업을 물리적으로 집행하는 완벽한 인지-행동 결합 자동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는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Foxconn)이 엔비디아 기반의 이족보행 로봇을 AI 서버 조립 라인에 투입하기로 한 결정이나,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 북미 전기차 공장에 3만 대의 아틀라스 휴머노이드를 순차적으로 투입하기로 한 글로벌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국내 로봇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휴머노이드 두뇌 역할을 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인 리얼월드(RealWorld)와 제어 기술에 강점을 지닌 위로보틱스(WIRobotics), 국산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홀리데이로보틱스(Holiday Robotics) 등 혁신 기업들의 기술적 진보도 삼성의 전략적 외연 확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월드모델 생태계 선점 경쟁
LG와 삼성의 치열한 전략 전개를 온전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현재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의 기술적 기준을 정의하고 있는 거대 기술 기업들의 궤적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피지컬 AI 생태계는 엔비디아와 구글로 대표되는 기존 빅테크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자본력을 확보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의해 전례 없는 속도로 혁신되고 있다.
[엔비디아(Nvidia)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수직계열화: 코스모스(Cosmos) 생태계]
엔비디아는 AI 칩셋 시장의 독점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피지컬 AI의 소프트웨어 인프라까지 수직계열화하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결정체가 바로 최근 전격적으로 오픈소스로 공개된 '코스모스 3(Cosmos 3)' 플랫폼이다. 코스모스 3는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뿐만 아니라 로봇의 다차원적 동작(Action) 데이터까지 단일 아키텍처 내에서 처리하는 세계 최초의 옴니모달(Omnimodal) 월드모델이다.
코스모스 3는 기존 모델들과 달리 언어적 추론을 담당하는 자기회귀(Autoregressive) 트랜스포머와 공간적 생성을 담당하는 확산(Diffusion) 트랜스포머를 물리적으로 통합한 혼합 트랜스포머(Mixture-of-Transformers, MoT)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엣지 디바이스나 실시간 로봇 제어를 위한 160억 파라미터 규모의 '코스모스 3 나노(Nano)'부터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의 합성 데이터 생성을 목적으로 하는 640억 파라미터의 '코스모스 3 슈퍼(Super)'까지 다양한 버전을 제공하며, NIM 마이크로서비스를 통해 산업계의 즉각적인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 모델은 로봇 공학이나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발자들이 물리적 법칙이 완벽히 반영된 고품질 합성 비디오를 무한정 생성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복잡한 산업 현장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추론한다. 또한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파운데이션 모델인 'GR00T'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범용 이족보행 및 조작 기술의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처음부터 월드모델을 구축하기보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와 GR00T를 파인튜닝(Fine-tuning)하여 사용하는 편의성에 익숙해질수록, 엔비디아의 생태계 종속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생성형 환경 시뮬레이터 '지니(Genie)']
구글 딥마인드 역시 피지컬 AI 두뇌 개발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지니 3(Genie 3)'는 텍스트나 이미지 프롬프트만 주어지면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3D 가상 세계를 초당 24프레임(fps)으로 실시간 생성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 메타버스나 가상 현실 구현에 필수적이었던 복잡한 물리 엔진 소프트웨어를 배제하고, 오직 인터넷상의 방대한 비디오 데이터 학습만으로 객체의 충돌, 마찰, 중력, 공간의 깊이감을 AI 스스로 모사해 낸 것이다.
이와 함께 구글은 로봇 하드웨어에 직접 탑재되어 구동되는 온디바이스(On-device) VLA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1.5(Gemini Robotics 1.5)'를 발표했다. 이 모델은 클라우드나 중앙 서버와의 연결 없이도 로봇 스스로 시각 정보를 처리하고 모터 제어 명령으로 실시간 변환하여 지연 시간(Latency)을 최소화함으로써,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한 재난 현장이나 복잡한 산업 공간에서의 자율성을 극대화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스텔스 스타트업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의 파괴적 혁신]
2026년 들어 글로벌 산업계의 가장 큰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스텔스 AI 스타트업 '프로메테우스(Project Prometheus)'의 부상이다. 전 구글 X(Google X) 임원인 빅 바자즈(Vik Bajaj)와 함께 2025년 11월 설립된 이 기업은 불과 반년 만에 JP모건, 블랙록 등으로부터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단숨에 410억 달러(약 56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주목할 점은 프로메테우스가 단순히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폼팩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과 엔지니어링 생태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물리적 AI 소프트웨어'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에이전틱 AI 전문 기업 '제너럴 에이전츠(General Agents)'를 인수하여 기술적 토대를 강화했으며, 항공우주, 반도체 장비, 자동차 등 고난도 설계 프로세스에 자사의 물리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과거 100명의 엔지니어가 10년간 매달려야 했던 복잡한 CAD 설계 및 물리적 내구성 시뮬레이션을 단 10명의 엔지니어가 AI의 도움을 받아 1년 이내에 끝낼 수 있도록 혁신하는 것이 목표다. 베이조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대 1,000억 달러(약 135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전통적인 제조 기업들을 대거 직접 인수하고 자사의 고도화된 물리 AI를 이식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자본-제조-AI 복합체'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피지컬 AI가 단순한 자동화 툴을 넘어 산업 자본 구조 자체를 지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시사점>
LG가 영국 산업용 AI 유니콘 피직스엑스(PhysicsX)와 손잡고 산업 특화 '월드모델(World Model)' 개발에 착수한 것은 단순한 기술 제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생성형 AI 시대가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경쟁이었다면, 이제 세계 산업의 승부처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LG의 이번 결정은 한국 제조업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이라 할 만합니다.
월드모델은 AI가 물리 세계의 법칙을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기존 로봇이 사람이 입력한 명령을 반복 수행하는 수준이었다면, 월드모델을 갖춘 로봇은 환경 변화를 스스로 이해하고 최적의 행동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세계의 두뇌였다면, 월드모델은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AI의 두뇌인 셈입니다. 자율공장, 물류 자동화,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등 미래 제조업의 경쟁력은 결국 이 기술이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는 이미 치열한 선점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Cosmos) 플랫폼을, 구글은 지니(Genie) 기반의 월드모델을 앞세워 새로운 산업 표준을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물리 AI를 차세대 AI 시장의 핵심으로 판단하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AI 경쟁의 중심이 챗봇에서 공장으로, 서버에서 로봇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LG의 전략은 현실적인데, 범용 AI 모델을 처음부터 독자 개발하기보다 산업 현장에 특화된 물리 모델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기업과 공동 개발해 제조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접근입니다. 여기에 LG AI연구원, LG전자, LG CNS,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 전략은 제조 데이터를 AI 경쟁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다른 길을 선택했을 뿐 목표는 같다고 하겠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와 AI 자율공장을 구축하며 제조 현장의 완전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LG가 산업용 AI 플랫폼을 강화한다면, 삼성은 생산현장 자체를 AI로 혁신하는 전략입니다. 서로 다른 접근이지만 결국 피지컬 AI 시대의 제조 패권을 겨냥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경쟁의 핵심이 AI 모델 자체보다 '산업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텍스트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지만, 반도체 공정과 스마트팩토리, 물류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기업만이 보유한 자산입니다.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공장을 보유했느냐보다 얼마나 우수한 산업 데이터를 확보해 AI를 학습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집니다. 미국 빅테크의 플랫폼에만 의존해서는 제조 AI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은 단순한 연구개발이 아니라 산업 주권 확보 차원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AI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이라면 제조 AI의 핵심 소프트웨어 역시 국가 전략기술입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과 스마트팩토리, 배터리, 모터, 센서 등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부족한 것은 이를 연결하는 AI의 '물리 두뇌'입니다. 월드모델 경쟁은 결국 제조강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경쟁입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플랫폼을 가진 나라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피지컬 AI 시대에는 공장을 가진 나라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제조 기반 위에 독자적인 월드모델과 피지컬 AI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AI 시대에도 제조강국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LG의 이번 도전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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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11/0004640025?date=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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