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에서 아주 흥미롭고 굵직한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무려 2조 5,000억 달러(한화 약 3,300조 원)의 자산을 굴리는 미국의 대형 은행 웰스파고(Wells Fargo)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엄청난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 보유 현황을 공개했는데요. 비트코인(Bitcoin)과 이더리움(ETH)은 물론이고, 최근 주목받는 솔라나(Solana) ETF와 관련 주요 주식들까지 포트폴리오에 대거 담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도 월가의 거물이 암호화폐 자산을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쓸어 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죠.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웰스파고의 치밀한 전략 변화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ETF(IBIT) 주식을 무려 650만 주나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재미있는 점은 전쟁 리스크 등으로 시장이 출렁이자 위험 헤지(위험 분산)를 위해 IBIT의 주식 수 자체는 지난 분기보다 소바르게 줄인 반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과 하락에 방어하는 풋옵션 포지션을 동시에 새로 구축하거나 늘렸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인베스코나 아크21셰어즈, 피델리티의 비트코인 ETF 비중은 과감히 줄인 대신, 그레이스케일의 미니 비트코인 ETF나 비트와이즈(Bitwise)의 비트코인 ETF(BITB) 비중은 전 분기 대비 24%나 늘리는 등 리밸런싱을 아주 활발하게 진행했습니다.

특히 이번 공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더리움과 솔라나를 향한 공격적인 행보입니다. 웰스파고는 블랙록의 이더리움 ETF(ETHA) 보유 지분을 무려 65%나 늘리며 현재 110만 주가 넘는 규모, 우리 돈으로 약 240억 원어치에 달하는 이더리움 ETF를 쥐게 되었습니다. 비트와이즈나 그레이스케일, 반에크의 이더리움 상품도 골고루 포트폴리오에 편입했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직 시장에서 비교적 초창기 단계인 그레이스케일과 피델리티의 솔라나 ETF까지 새롭게 매수하며 발 빠르게 투자 영토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 성향도 뚜렷하게 바뀌었습니다.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해 '비트코인 고래'로 잘 알려진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주식을 무려 125%나 교체해 늘리며 약 72만 6,000주까지 비중을 확대했는데요. 이와 더불어 트럼프 가문과 연관된 아메리칸 비트코인 코퍼레이션(ABTC)이나 스트라이브(ASST) 같은 기업들의 지분도 새로 취득했습니다. 비트코인을 직접 채굴하거나 거래하는 업체보다는, 대규모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비트코인 재무 대기업'들을 훨씬 선호한다는 금융 거물 특유의 안전지향적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또한 이더리움 재무 기업으로 유명한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BMNR) 주식은 무려 828%나 폭증시켰고, 모바일 트레이딩 앱인 로빈후드(HOOD)의 지분도 256만 주까지 크게 늘렸습니다. 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갤럭시 디지털 주식은 97% 가까이 처분하고 코인베이스(COIN) 지분도 25% 줄이는 등 확실한 세대교체 신호를 보냈습니다. 월가 대형 은행이 이 정도로 암호화폐 생태계 깊숙이 발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장에는 장기적인 대형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