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악재의 파편이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흔들면서 리플(XRP) 역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이 고조되자마자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서 무려 4억 달러가 넘는 강제 청산이 발생했는데요, XRP 역시 오늘 하루에만 4% 넘게 떨어지며 현재 1.07달러 선에서 위태로운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급락으로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선물 투자자들의 롱(매수) 포지션이 약 861만 달러어치나 강제 청산당했는데, 이는 지난 6월 말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청산 스퀴즈입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거친 발언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를 향해 "휴전 협정 이후 언론에 거짓말만 일삼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는데요. 급기야 "내가 보기엔 휴전은 끝났다. 그들과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폭탄 선언을 해버린 것이죠. 사실 지난 6월 중순에 두 나라가 60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었지만,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유조선을 공격하자 미국이 이란 내 80개 목표물을 보복 공습하면서 이미 파국은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해제했던 이란산 석유 제재까지 다시 부활시키면서 국제 유가는 한 달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74달러 선으로 치솟았고, 위험 자산인 XRP는 투자자들의 투매로 이어졌습니다.
차트의 기술적 지표를 보면 단기적인 주도권은 확실히 매도 세력(곰) 쪽으로 넘어간 모습입니다. XRP 가격이 단기 추세의 기준선 역할을 하는 20일 이동평균선(1.11달러) 밑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인데요. 시장의 거래 에너지를 보여주는 지표(AO)도 하락을 뜻하는 붉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만약 지정학적 공포 심리가 진정되지 않고 매도세가 이어진다면, 지난 6월 말 기록했던 전저점인 1.03달러 선을 다시 시험하러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이 선마저 힘없이 무너진다면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 라인까지 밀릴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작년 7월 초에 그랬던 것처럼 저가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다시 20일 이동평균선 위로 복귀해 3일 이상 안착해 준다면, 하락 추세를 멈추고 지난 7월 초 고점이었던 1.18달러를 향해 다시 기운을 차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최근 리플은 유럽의 가상자산 법안(MiCA)을 완벽하게 준수하는 룩셈부르크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등 규제 측면에서 아주 좋은 호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의 큰손인 기관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위기가 고조되다 보니, 현물 XRP ETF에는 최근 이틀 연속 자금이 단 1원도 들어오지 않는 '유입 제로(0)' 현상이 나타났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XRP 선물 거래량도 한 달 만에 최저치로 뚝 떨어졌습니다. 결국 제아무리 좋은 개별 호재가 있어도 글로벌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위기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는 기관들도 일단 몸을 사리고 관망세로 돌아서는 모양새입니다. 당분간은 중동 뉴스에 귀를 기울이시며 변동성에 대비하셔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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