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USDC'의 발행사, 서클(Circle, 종목코드: CRCL)의 주가가 뉴욕증시에서 최근 많이 하락했습니다. 최근 한 달간 하락 폭만 보면 무려 32.8%에 달하는데요. 서클의 주가를 사방에서 압박하는 대형 악재 두 가지가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악재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부르는 '지수 퇴출' 소식이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파이낸셜타임스 러셀(FTSE Russell)이 정기 주가지수 조정(리컨스티튜션)을 진행하면서, 서클 주식을 러셀 1000 성장주, 러셀 3000 성장주, 러셀 미드캡 성장주 등 주요 성장주 지수 5개에서 제외해 버린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해당 지수들을 그대로 복사해서 투자하는 수많은 패시브 펀드나 기관 투자자들은 규정상 서클 주식을 기계적으로 팔아치울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더라도, 지수 규칙 때문에 엄청난 '강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죠.

하지만 진짜 무서운 악재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서클의 핵심 수익 모델을 정조준한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라는 신생 연합체가 '오픈 USD(Open USD, 티커: OUSD)'라는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요. 이 연합에 참여한 기업들의 면면이 화려합니다.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블랙록(BlackRock), 그리고 심지어 서클의 가장 큰 우군이자 USDC 유통의 핵심 축이었던 코인베이스(Coinbase)까지 총 140여 개 글로벌 금융·IT 공룡들이 손을 잡았습니다.

이들이 서클에 치명적인 이유는 파격적인 배당 구조 때문입니다. 기존 서클은 USDC를 발행하고 담보로 잡은 현금이나 국채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거의 독식하며 매출의 99%를 올렸습니다. 반면 '오픈 USD'는 담보 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연합에 참여한 비자나 코인베이스 같은 파트너사들에게 대부분 나누어 주겠다는 전략을 들고나왔습니다. 유통망을 쥐고 있는 기업들 처plain에서는 서클의 USDC를 팔아주는 것보다 자신들에게 이자를 나눠주는 오픈 USD를 밀어주는 게 훨씬 이득이겠죠. 서클의 밥그릇을 통째로 흔드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셈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클의 최고경영자(CEO) 제레미 얼레어(Jeremy Allaire)는 SNS를 통해 급히 진화에 나섰습니다. 그는 "올해 1분기 전체 달러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거래량 중 USDC가 8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며, 경쟁 코인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널리 퍼진 USDC의 유동성 벽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돈나무 언니'로 유명한 캐시 우드(Cathie Wood)의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는 이번 폭락을 기회로 보고 서클 주식을 대거 저점 매수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서클이 거대 동맹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캐시 우드가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것인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