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서 금과 은, 그리고 비트코인까지 한꺼번에 가격이 내리꽂히고 있어 투자자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 불리며 달러 가치가 떨어질 때 내 자산을 지켜줄 대안으로 묶여왔는데요.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매파적, 즉 금리를 올리거나 긴축을 선호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 자산들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rival(경쟁 상대)'이라 여겼던 전통 원자재들과 비트코인이 운명을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죠.
이번 동반 하락의 핵심 배후에는 이른바 '화폐 가치 하락 방어(debasement) 거래'의 청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정부가 돈을 마구 쓰고 국가 부채가 늘어나면 종이돈(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니까, 누구도 마음대로 더 찍어낼 수 없는 '희소한 자산'에 투자해서 내 돈을 지키겠다는 전략이었죠. 금과 은이 이 전략의 조상 격이라면, 2,100만 개로 발행량이 딱 정해진 비트코인은 디지털 버전의 대안으로 마케팅되어 왔습니다. 지난 2025년 내내 달러 가치가 흔들릴 때 이 세 자산은 마치 한 바구니에 담긴 것처럼 돈을 끌어모았습니다.
하지만 올라갈 때 같이 묶였던 만큼, 내려올 때도 발목을 함께 잡히고 있는데요. 새롭게 취임한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이 첫 회의부터 금리 인하 대신 오히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적 발언을 쏟아낸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시장은 당장 내년 초까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이에 따라 안전한 미국 국채의 실제 수익률이 뛰면서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는 금, 은, 비트코인의 매력이 뚝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달러화까지 강세를 보이니 다른 화폐를 쓰는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 자산들이 더 비싸져 매수세가 더 얼어붙은 거죠.
비트코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씁쓸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지난 2025년 금과 은이 무섭게 랠리를 펼칠 때 비트코인은 10만 달러 근처에서 지지부진하며 상승 흐름을 온전히 타지 못했는데요. 올라갈 때는 굼뜨더니, 막상 금과 은이 폭락하니까 전 세계적인 거시경제 흐름에 엮여 내려갈 때는 기가 막히게 속도를 맞춰 같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최고점 대비 금은 약 28%, 은은 반토막 이상, 비트코인 역시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며 장기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6만 달러선까지 위태로워진 상황입니다.
그나마 위안 삼을 만한 구석이 있다면, 올해 초 바닥을 찍은 이후 비트코인이 금이나 은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며 방어력이 조금 더 나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대박을 노리는 '위험 자산'의 성격과 내 돈을 지키는 '안전 자산'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지금처럼 연준이 버티고 달러가 힘을 쓰는 하락장에서는 양쪽 모두에서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꺾이고 달러 강세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비트코인이 이 오랜 동반자들의 하락세에서 홀로 탈출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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