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 시장 흐름을 보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셨을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인 케이삼십삼(K33)에서 최근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긴장해야 할 만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요. 지난 1년 동안 비트코인 투자 상품, 즉 상장지수상품(ETP)이나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들어오고 나간 자금의 총합을 계산해 보니,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 펀드로 새로 유입된 돈보다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죠.

케이삼십삼의 연구 책임자인 베틀 룬데(Vetle Lunde)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ETP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은 역대 최고점과 비교했을 때 약 8%나 줄어들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무려 12만 7천 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빠져나간 셈인데요. 이것은 비율로 보나 전체 물량으로 보나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감소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제 투자자들이 견디다 못해 손을 털고 나가는 '항복(Capitulation)'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2022년 하락장 때도 이와 비슷하게 1년 누적 자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적이 있었는데요. 흥미롭게도 당시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단 몇 주 뒤에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베틀 룬데 연구 책임자는 그때와 지금은 시장 구조가 조금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과거에는 특정 신탁 상품에 자금이 묶여 있어서 출금이 어려웠던 반면, 지금은 캐나다나 유럽의 ETP, 그리고 선물 기반 상품 등에서 실제로 자금이 직접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며칠 사이 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조금은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4천 개가 넘는 비트코인이 유출되었는데, 최근 2주 동안은 그 규모가 하루 평균 600개 수준으로 크게 가라앉았습니다. 이렇게 매도 압력이 약해진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도 최근의 급락세를 멈추고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달러 기준으로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백(QQQ) 지수와 비교해 60%나 떨어졌는데도, ETP 투자자들이 최고점 물량의 92%를 여전히 쥐고 있다는 점은 시장이 나름대로 잘 버텨주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현재 비트코인은 아슬아슬하게 주요 지지선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약 19억 9천만 달러로 지난 1년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사고 싶은 사람도, 팔고 싶은 사람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눈치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베틀 룬데 연구 책임자는 현재 시장이 매우 취약한 균형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조만간 어느 한쪽으로 방향성이 정해지면 가격이 급격하게 요동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당분간은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