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트코인은 6만 5천 달러 아래에서 숨고르기를 하며 다소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장의 모든 눈과 귀가 새로 취임한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쏠려 있기 때문인데요.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3.50%에서 3.75% 범위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거의 3년 만에 최고치인 4.2%까지 치솟은 상태라 시장의 긴장감이 상당합니다. 원래 워시 의장은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성향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렇게 높아진 물가 압박 속에서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낼지 투자자들은 잔뜩 경계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상자산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기업들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도 포착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고래 기업인 스트래티지(Strategy)의 우선주 가격이 액면가인 100달러보다 8% 이상 낮은 91.79달러까지 떨어지며 최저치를 경신했는데요. 비트파이낸스(Bitfinex)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그동안 비트코인 상승을 이끌었던 기업 자금의 유입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스트래티지가 배당금 지급이나 채권 상환을 위해 보유한 비트코인을 매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도 고점 대비 23%가량 밀린 상태입니다. 최근 비트코인이 최저점인 5만 9천 2백 달러에서 약 13.5% 반등하긴 했지만, 이것이 새로운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가 아니라 파는 사람이 지쳐서 나온 일시적인 반등(데드캣 바운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선물과 옵션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상승에 배팅하기보다는 하락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헷징(위험 회피)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단기 하락 위험에 방어하려는 옵션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시장은 방향성에 대한 확신보다는 꼬리 위험(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트코인이 확실한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로 자금이 계속 들어와야 하고, 스트래티지의 주가가 회복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분기 시가인 6만 8천 2백 6십 6달러 선을 강하게 뚫고 올라가야 합니다. 만약 연준이 매파적인 깜짝 발언을 던지거나 ETF 자금이 다시 빠져나간다면, 지난 저점인 5만 9천 달러 선을 위협하며 5만 4천 달러까지 추가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한편, 비트코인의 눈치 보기 장세 속에서 알트코인 시장은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알트코인의 매도 압력이 5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대해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그는 "실속 없이 그저 그럴듯한 이야기나 유행(내러티브)만 앞세우던 알트코인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단순히 토큰을 발행하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 시절은 지나갔다고 단언했습니다. 앞으로 살아남을 알트코인은 실제 비즈니스 모델이 있고, 확실한 매출을 내며, 바이낸스의 비앤비(BNB)나 텔레그램의 그램(GRAM)처럼 탄탄한 기반을 가졌거나 실질적인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같은 디파이 프로토콜, 혹은 AI 인프라와 연결된 프로젝트뿐이라는 것이죠. 가상자산 시장이 점차 제도권화되고 기관 투자자들이 주도하면서 과거처럼 묻지마 폭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크고 안전한 시장으로 변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