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의 누적 거래량이 출시된 지 채 2년 반도 되지 않아 2조 달러(한화 약 2,7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 이후 비트코인이 급등할 때마다 ETF 거래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었는데요. 최근 시장 흐름이 다소 가라앉은 상황에서도 매일 20억에서 50억 달러씩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면서, 이번 주 금요일을 기점으로 마침내 2조 달러 고지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2조 달러라는 수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미국 증시의 간판 상품들, 즉 S&P 500 지수를 따르는 VOO나 나스닥 100을 따르는 QQQ 같은 초대형 ETF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후발 주자인 이더리움 ETF의 누적 거래량이 약 4,663억 달러, 솔라나 ETF가 105억 달러인 것과 비교해 보면 비트코인 ETF의 덩치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실감이 나시죠?

이 거대한 시장을 이끄는 절대 강자는 단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IBIT입니다. 출시 초기만 해도 기존 신탁 펀드에서 전환된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GBTC가 시장을 주도했었지만, 이제는 블랙록의 IBIT가 전체 거래량의 무려 73.7%를 차지하며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블랙록이 굴리는 비트코인 ETF의 순자산만 해도 약 490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과거 금(Gold) ETF가 자산 700억 달러를 모으는 데 1,600일 넘게 걸렸던 반면, IBIT는 단 341영업일 만에 이를 달성하며 금융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ETF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기록 이면에는 최근 투자자들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돈 가뭄' 현상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작년 10월 최고점인 12만 6천 달러를 찍은 이후, 시장이 약세장으로 돌아서면서 현물 ETF에서는 총 76억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13일 연속으로 자금이 밖으로 나가면서 출시 이후 가장 긴 유출 기록 중 하나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만에 20% 넘게 조정을 받은 가장 큰 이유로, 이렇게 ETF 시장에서 단기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이 매물로 쏟아져 나온 점을 꼽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하락장 이후를 겨냥한 새로운 무기를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블랙록은 최근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면서 동시에 콜옵션을 매도해 추가적인 배당 수익(커버드콜 전략)을 노리는 '이샤스 비트코인 프리미엄 인컴 ETF'의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지루한 횡보장이나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상품입니다. 지금은 비트코인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2조 달러라는 거대한 거래 기반을 확인한 만큼 시장 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졌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